【부산】 병상에서 신음하던 장기복수와 그를 호해주던 한 외국수녀가 지난성탄을 맞아 극적인 모자 결연을 맺게됨으로써 세상인심과는 담을싼 쓸쓸한 교도소안에 일대화재가 되었다.
전봉생(루도비꼬)씨는 소위 「해당화강도사건」으로 중형을 언도받고 8년간 복역중 전과를 뉘우치고 성실한 모범수 노릇을 해 왔다.
전씨는 3년전엔 서대신동 박신부로부터 성세를 받고 열심한 교우가 되었는데 지난 11월에 우연히 담낭염으로 차디찬 구치소에 몸저 눕게 되었다.
인간존중이 그의 신조며 따라서 재소자에 대해 남다른 이해와 인정이 두터운 부산교도소 권인호 소장은 전봉생씨를 수술하기 위해 사방으로 은인을 찾던 중 동대신동 임신부의 알선으로 작년 11월 16일 성분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전봉생씨의 기구한 생애를 불쌍히 여긴 늙은 이방인 우술라 수녀(61세 스위스)는 전씨를 친아들처럼 정성껏 간호한 끝에 드디어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전씨가 퇴원하는 날 우술라 수녀는 전씨의 소복을 위해 통닭 한마리를 장만 이것을 고아먹일 참이었는데 예정보다 그가 하루빨리 퇴원해버려 그 후엔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링겔」과 약품, 먹을 것을 부지런히 차입했다.
드디어 성탄이튿날인 26일 우술라 수녀는 전씨에게 뜻밖에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었으니 그들은 종족과 혈연을 넘어 모자의 인연을 맺게된 것. 한편 우술라 수녀는 연산국민학교로 전씨의 자녀 승민(12세)군과 혜영(14세)양을 찾아가 학교장 앞에서 할머니와 손자로서 흐뭇한 상봉을 하고 앞으로는 힘자라는 한 아이들의 학비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뿐만아니라 우슬라 수녀는 그동안 아이들을 맡아 무진고생을 하던 전씨의 장모(부인은 영등포에서 모회사 직공으로 근무)를 위로하면서 물심으로 도울 것을 약속했다.
권인호 소장은 이날 부산상공인들이 때마침 교도소를 방문한 기회를 타서 강당에서 자모 결연식을 성대히 거행할 예정이었으나 우슬라 수녀가 이를 끝내 거절하여 생략했다.(우슬라 수녀는 자기의 미행을 보도하는 것을 굳이 꺼리고 사진 보도를 거절했다)
우슬라 수녀는 28년간(조언후 11년전 다시 한국선교를 자원 내한했다.) 한국서 수도생활을 해왔는데 65년도엔 연산동에 초량부두지구 철거민 30여 세대를 위한 주택을 마련해준 것을 비롯 불우아동을 위한 「자선학원」 건립, 우수하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등 그의 미거는 일일히 들 수가 없다.
이제 전씨는 많이 회복된 모습으로 잔행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면 자기의 영육을 구해준 인정에 보답할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부산 分室·朴相秀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