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조국) 언제나 나의 祖國(조국) - 南美行(남미행) 가톨릭移民國(이민국) 航海記(항해기) (18)
「백인의 낙원」 아프리카
밀려난 土着人(토착인)엔 머슴살이땅
맨바닥에 商品(상품) 진열한
「터반」의 휘황한 거리
발행일1967-03-12 [제559호, 4면]
【12월 20일】 아프리카는 「백인의 낙원」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깨끗하고 널직한 도로, 좌우로 즐비한 건물, 눈부신 상품, 한가하게 줄지어 있는 자가용의 대열, 기름진 여인들, 과ㅣ연 잘들 먹고 잘들 입고 잘들 산다.
그들의 조상이 이곳 주민을 팔아먹고 사탕봉지로 다이아몬드를 빼앗은 파렴치한이라고 누가 이 후손들을 비난하겠는가.
부모덕에 풍족한 유산을 자랑하는 백인 옆에 뒷방 머슴처럼 물러선 흑인이 가엾게 보인다. 식당의 보이, 구두닦이, 부두노동, 구질구질한 치닥거리는 아직도 검둥이들이 하고 있다. 테니스 클럽에서 하얗게 입은 영양들이 치는 공을 줏어다 주며 어린애를 유모차에 누이고 시원한 곳으로 끌고 다니는 검둥이는 입술이 두터워 「엉클 톰」을 연상시킬 만큼 양순하고 후덕해 보이는데 이 땅이 분명 제 고향일진데 어찌 저리 어설프고 처량해만 보이는고.
빼앗고 빼앗긴 조상의 과거가 이렇게 무섭게 차이지는 무 운명을 마련해 놓다니 과연 자신 보다도 후손을 생각하며 고향을 떠났다는 우리의 책임은 무겁기 한량없는 것이다. 곳곳에 세워진 백인의 왕국 속에 우리의 아들 딸이 집시처럼 떠돌 수도 없고 더러운 곳을 채우는 「차이나 타운」의 꼴도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고생할 각오를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 여하, 머리 씀슴이가 빚어낼 미래에 대해서 한시라도 해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낮 12시 출항, 갈매기가 떼를 지어 배를 에워싸며 도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리멀리 우리를 전송해 주었다.
밤에 세대주 회의, 두 청년 사이에 싸움이 있었다. 집단 생활의 원만과 우리의 단결을 위해 기필코 싸움이란 배제돼야 한다는 단장님의 간곡한 말씀이 계셨다.
어느새 그 청년이 나와 사과를 하는 바람에 하선(下船) 운운하며 흥분하던 분위기는 화기애애.
【12월 21일 火】 오후11시 터반에 도착하였다.
X레이 촬영이 있어서 서두는 단원에게 고향에서의 첫 편지가 날아들었다. 겉봉만 읽고도 눈물이 핑돈다. 뜯지도 못하고 그냥 붙들고 우는 부인네들, 친정부모, 동생, 형들을 두고온 가지가지의 마음 아픔, 정다웠던 친구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자녀들, 가산(家産)이나 사업을 채 못정리한 아버지들에게서 우수의 빛이 떠돈다. 게다가 부라질에서 일본으로 가는 이 배의 자매선에서 개인 사정으로 다시 가족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어 여러가지로 착잡한 마음 어수선한 마음들이 되었다. 그러나 저녁 후 배에서 내어주는 버스로 병원을 왕복하는 동안 모두들 원기회복, 다시 명랑한 분위기를 죄찾을 수 있었다.
홍콩, 시악폴, 스위튼함, 베날의 상점은 쇠창살 덧문을 닫고 모리시아스는 무지무지한 널판으로 봉했는데 로렌스 마르키스나 이곳 터반은 불을 휘황하게 켜 놓은채 땅바닥에까지 상품을 아름답게 진열한게 특색이다. 자동차가 마음대로 널려있고 도난당할 염려없이 밤새 태평하게 상품이 진열되어 있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니 과연 살맛나는 고장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일찌감치 걷어치우고 휴일엔 어김없이 문을 걸어잠그고는 가족과 함께 향락할 수 있을만큼 잘 살 수 있으니 제대로 된 생활이겠다. 고향에서 애쓰는 부모, 동기, 친척들 - 눈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