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은 이상한 병이다. 의학은 나병을 전염병이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전염을 시키지 못한채 전염병이라 하는 것이 너무나도 학문이 전의 이상한 일이다. 나는 나의 반평생의 관찰과 체험으로써 나병은 전염병도 유전병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유인즉 아직도 나병의 발병 원인, 경로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대한 것은 균배양(菌培養)도 못하고 있는 터에 어떤 학파(學派)의 독선적인 주장으로 전염병으로 규정한 것을 재검토 없이 오늘날까지 쭉 맹종하고 있는 것이 마치 한마리의 개가 헛짖어대는 바람에 온 동내 개가 따라 짖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전염병이라 규정할려면 원인 경로 균배양을 하고 또 전염도 시켜놓고서 전염병이라 할 것이지 그렇지 않고 단정하는 것은 학문 이전의 비학문(非學問)이다. 학문은 추리(推理)가 아니라 실증(實證)이 아니겠는가.
나병이 오늘날까지 미궁에 빠져있는 것은 실로 전염이 돼지 않고 나병은 나균으로 인하여 발병한다는 학설에 맹종한 까닭이라 하겠다.
그러면 무엇인가?
나병은 의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부족(不足)뿐인 하나의 가난병(貧困病)이라 하겠다. 의학적으로는 그 증상이 각종 영양소의 부족에서 오는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말하자면 상피(象皮) 미모탈락, 부황, 근육의 위축 소퇴 결손, 발한(發汗) 이상, 감각마비, 운동신경 이상….
그리고 경제적으로 나환자의 95%가 농촌의 가난(貧困)한 집 출신이라는데에 나병을 가난병(貧困病)이라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육식이나 우유를 먹는 나라는 거의 없고 가난한 후진국인 동남 아세아나 아프리카에 집중되고 있으며 또한 한나라 안에도 도회지에는 없고 농촌의 가난한 집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의 생을 유지할려면 일초라도 생명 증식작용이 정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생명 증식작용이 돼지않는 사람이 바로 나병을 앓게 되는 것이리라.
이 생명 증식 작용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핵산(核酸)과 단백질이다. 단백질의 합성은 핵산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병의 열쇠가 바로 이 핵산의 장애가 아닌가 한다.
지면관계로 나병과 영양관계를 소상히 말하지 못함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나병에 대한 현 의학의 오류(誤謬)와 편견으로 말미암아 나환자는 인간도 인생도 사람도 향도 가족도 박탈되고 심지어는 봉알까지도 깨이고 만다. 그리고 대량학살을 몇번이나 당해도 법은 죽인자들을 벌하지 않았다.
이 땅에도 1955년부터 나병을 고친다는 파도 결이 밀어 닥쳤다.
그리고 1961년 겨울에 나병을 고쳤다는 사람을 각 병원에서 퇴원을 시켰다. 그러나 이 감격의 날도 슬픔뿐으로 가득찬 불안의 날이었다.
나병은 고쳤다고는 하지만 나병을 앓았다는 흔적이 남아 있어 사회생활에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혐오를 받고 경원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잠식(蠶食)당하고 남은 보잘것 없는 여생을 한번 살아 보겠다는 자초의 안간힘을 다하여 성한 사람들에 끼어 같이 편대비행(編隊飛行)을 할려고 한다.
그러나 생활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인데 이 속에 한 덩어리가 될 수 없는 것이 실정이고 보면 생존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다.
나병의 오류된 편견은 일조일석에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이에 대한 계몽 선전이 아쉽다. 이 계몽 선전의 효과적 방법으로서는 정부가 나병을 고친 사람가운데에서 자격이 갖춘 사람을 선발하여 정부 기관에 채용하여 이 사실을 널리 선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나병을 고친 사람은 쓰라린 과거를 잊지 말고 자기의 인간됨을 높이고 자기의 생활을 남의 도움 없이 자립하는 것이 나라와 민족에게 이바지하는 길이 되겠으며 또한 나아가서는 나라와 사회에 봉사하는 일꾼이 되어야 한다.
이럼으로써 인권이 보장되고 지위가 향상되고 비로소 나해방(癩解放)이 올 것이다.
이 험한 나해방의 길을 우리 스스로가 개척 하여야 한다.
韓何雲(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