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이 휘몰아치는 강화의 추위는 해고당한 여직공들에게는 다시 없이 혹독하고 매정하다. 지금까지 표면에 나서서 각계여론의 지탄을 받아오던 심도직물은 앞으로 다가올 제2의 선풍을 어떻게 받아넘길까 새로운 대책을 세우는 중임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음력 설날을 하루 앞둔 1월 29일 아침 종업원들을 모아놓고 단상에 오른 이상기 부사장의 말소리가 똑똑하게 울려나왔다.
『우리 회사와 천주교회사이에 있었던 오해는 이제 완전히 풀렸읍니다. 전신부님은 우리가 존경할만한 분임을 이제 알았읍니다.
JOC회원과 천주교회에 다니는 분들도 착실하고 모범될만한 분들입니다. 이제 강화는 다시 조용해졌고, 여러분은 맡은 직분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만이 남아있읍니다.』 이러한 강연에 머리를 끄덕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흥! 전신부 몰아내라고 떠들던게 엇그젠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아니 그럼 전신부에게 공개사과를 했단말인가?
이부사장의 말이 다시 계속되었다.
『…이러한 회사 측의 성의를 외면하고 다시 분규를 일삼는 자가 있으면 앞으로는 단연코 용서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주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이 끝나자 소리없는 눈짓 대화가 오갔다. 『바로 그 말을 하려고 그렇게 둘러댔구나…』
심도직물은 이제 「흥분기」에서 「진정기」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체면을 유지하고 반발세력을 적당히 구슬려서 창피를 모면할 것인가를 연구검토하고 있다.
지금 심도직물은 자신이 저질러놓은 잘못때문에 커다란 파란을 두번 겪어야만 하게 되었다. 당장 코앞에 닥친것이 박부양 분회장의 복직문제.
전국섬유노조에서는 박분회장의 복직을 내걸고 「쟁의」 선언을 하였으니 그렇게 되면 꼼짝없이 당하는 것이 기업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른 하나는 해고된 고용자의 복귀와 전 미카엘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과 포교활동 방해문제를 들고 일어난 교회측의 반발이다.
이미 지난 1월 21일에 교회측 요구조건을 제시하여 공개사과를 요구한데 대해서 회사측은 이를 거부하는 태도로 나오고 있으니 양측 타협은 다 깨어진 셈이다.
교회측에서는 모든 수단을 다해서 타협하려했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소속 의원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김종필 당의장에게 진정서를 내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고 보니 이제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 『헌법에 보장된 종교자유 침해사건을 선처해 주시오』하고 움직일 기세다.
홧김에 그랬건 실수로 그랬건 천주교 신부를 근거없이 「용공분자」로 몰아붙이는 국회의원이나 경찰서장이 우리나라에 건재하고 있다는 것은 나라의 수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상대방이 미국인인데다가 외국원조를 끌어들여 북한이 뚜렷이 보이는 해안에 발전기를 설치하여 이쪽형편을 과시해주고 있는 은인에게 말이다.
기업주는 현명하다. 따라서 이번일이 이정도의 선에서 매듭지어지리라고 믿고 싶다. (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