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조국) 언제나 나의 祖國(조국) - 南美行(남미행) 가톨릭移民國(이민국) 航海記(항해기) (19)
法律(법률)조차 다른 黑白人(흑백인) 差別(차별)
김 · 고추장 · 마늘 증 반드시 가져올 것
大海(대해)의 낙시질로 긴 旅程(여정) 무료 씻고
발행일1967-03-19 [제560호, 4면]
【12월 22일 水】 어제밤의 환락이나 화려함이나 풍복함이 오직 백인의 것만임을 알고는 놀랐다. 그 으리으리하던 불야성이 검둥이에게는 조금도 허용되어 있지 않은 무서운 사회가 바로 이곳 「터반」이다. 부두 앞 대합실용 굉장한 건물부터가 「NON-WHITE」의 딱지가 붙은 검둥이 구역이었다. 길가 공원에 오물이 흘러내린듯한 너저분한 변소를 보고 한국과 같구나 했더니 NON EUROPEAN의 표지가 있다.
버스처럼 생긴 전차에도 검은 얼굴은 위층에서만 보인다. 자가용을 모는 흑인은 한명도 볼 수 없다. 기술적으로 가릴데만 가린 수영복의 여자들이 미끈한 다리를 내놓고 해변을 활보하는데 커다란 소뿔모자를 쓰고 얼룩덜룩 모피를 느려 이상한 짐승모양의 검둥이는 인력거 손님을 모시려고 굽실거리며 희죽댄다.
시청 앞에서 『일본인이냐?』고 묻는 한 흑인을 만났다. 알고보니 일본을 왕래하는 선원이다. 여기서는 네 계급으로 가려서 첫째가 백인 둘째는 혼혈아 셋째 인도인 넷째가 흑인이라 한다. 이 벤취에도 앉으면 안되고 잔디에 앉아야 하며 말도 걸면 안된다. 따라서 법률도 흑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따로 있을만큼 여러가지로 제한을 받는다. 거기서 뛰쳐나올까봐 교육도 소학교정도에서 끝맺는다. 검은색으로 태어난 것이 무슨 그리 천형의 저주받을 죄인이었던고 불쌍하고 딱한 마음 그지없다.
우리의 조상이 우리를 다만 황인종으로 낳아주신 것만으로도 심히 복받은 유산이 아닌가 싶어진다. 그러나 흑인과 백인과의 조화는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불쌍한 흑인을 죽을때까지 돌봐준 알버트 슈바이처가 새삼 우러러진다.
【12월 23일 木】 오전9시 「이스터론돈」 도착. 「터반」에 비하여 조그만 소도시라 하겠다.
배의 음식에 차츰 싫증을 느끼게 되었다. 매운 찌게 빨갛게 잘익은 깍두기, 기름이 잘잘도는 쌀밥생각이 간절하다. 냄새나는 대만쌀, 일본산의 조그만 사과를 살 것이 아니라 쌀이나 사과, 배만은 한국이민을위해 한국서 사왔으면 싶다. 고추장 볶은 것이 퍽 요긴한 반찬이 된다. 장조림 같은 것은 필요없고 약간의 된장, 고추장, 김, 며루치, 마늘을 준비해오셨으면 한다.
멸치는 날것도 좋지만 된장 지질대 좋고 김은 항구에 도착했을때 이곳에서 도시락을 싸주지 않고 외부에선 요리값이 비싸니 그냥 「다꽝」을 넣고 둥글 둥글 기다랗게 말아 가면 아주 훌륭한 식사가 될 수 있다.
낚시질한 고기도 지져먹을 수 있게 큰 냄비도 하나 필요하다. 남자어르신네는 마늘을 가져오시면 퍽 입맛을 돋구실 수 있으리라.
오늘 낚시엔 상어 새끼가 잡혀 어떻게 요동을 치던지 한 사람 낚시엔 갈매기가 걸려 줄을 끊어 달려보냈는데 살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