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藝時評(문예시평)] 폭넓은 스케일「디테일」엔 平易(평역)
볼륨있는 廣場(광장)의「목소리」…金義貞(금의정) 作(작)
苦惱(고뇌)하는 魂(혼), 宗敎的(종교적) 秘境(비경)엔 못미쳐
지난해에 제2회 月灘文學賞이 여류작가 金義貞씨의 新作長篇 「목소리」에 주어졌다. 일찌기 「京鄕新聞」에 장편소설 「人間에의 길」이 당선됨으로써 文壇에 데뷰한 이 작가는 그뒤 「외로운 生存」을 출간하고 이번에 다시 「목소리」를 「펜·클럽」 基金에 의해 출간했다.
요즈음 많은 여류작가가 신문 연재 등을 통해 비교적 대중 취향의 多作을 보이는데 비해 金義貞씨는 과작으로 독자적 작품세계에 정진하는 편이다.
그의 데뷰作 「人間에 길」이 그랬듯이 이번의 「목소리」도 가톨릭적 소재가 인간의 고뇌를 담아 엮어진 소설이다. 『태양에도 黒點이 있듯이 인간의 마음속에도 밝음보다는 어둠이 스칠 때가 더 많지는 않을까? 태양이 그 많은 열기를 뿜어내며 타오르는 것이 그 가슴에 품고 있는 흑점을 불살라버리기 위해서라면, 성녀와 성인들도 밝음보다는 그 어두운 마음을 불살라버리기 위하여 修道하고 祈求하는 동안 자기들의 神앞으로 가까와졌던 것이 아닐까….
인간에게 빛과 열을 주기 위하여 太陽을 창조하신 神이여! 태양은 우리머리 위에 있건만 우리 인간의 靈魂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춥고 어둡기만 합니까? 어두움이여! 그 어두움 속에서나 들려오는 목소리여!』 이것은 작가가 「목소리」의 序에 붙인 글중의 일부다.
목소리의 주인공 수임은 8·15광복 직후의 혼돈기로부터 6·25전란을 거치는 수난의 계절에 처하여 수난의 참혹한 면면을 이狀況의 구석구석에서 照明해내고 있다.
약혼자 김지우 소위와의 애정에 마저 이사회의 암울이 던지는 그림자를 입어 전란 중 수난의 극한에서 수녀가 되는 수임의 길은 곧 조국과 神에의 순교를 뜻하는 것이었다.
「테마」의 진전 속에는 일찌기 大院君의 천주교 박해 때부터 이 땅에 들어와 일생을 이땅 형제들의 구령사업에 바치다가 전란을 맞이해서는 피난조차 거부하고 마침내 순교자로서의 생애를 마치는 오귀시땡 신부가 등장한다. 이 오귀스탱 신부의 입을 빌어 작가는 한국 근대사의 흐름까지를 밝히려 했다.
바로 수녀 허원식날을 당해 6·25를 맞았던 경미가 가족과 함께 자취를 감췄던 소행에서 오는 씻을 수 없는 회오, 또 많은 이 땅의 형제와 성직자도 전란의 위협에 약하여 영혼의 싸움에 不實을 범했던 회오들을 이 소설의 結尾로 몰고가 改悟케한 작가정신의 의도야말로 가슴의 黒點을 불태우는 인간들의 상이다.
작가 金義貞씨의 예술적 안목이 잡은 이 폭넓은 스케일은 자연 「디테일」의 密度를 위한 기교면에서는 평이를 가져왔다. 또 작품을 통하여 드러난 고뇌하는 혼의 立地가 하늘의 秘境에는 오르지 못하고 地上의 골목에 머문 그 차원의 문제를 미흡해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온통 지각있는 意識의 체계도 없이 말초적인 감각의 사업을 密室의 음탕한 공기속으로 무작정 몰아넣기가 일쑤인 오늘 이 땅의 개탄 할 일부 作風에 비추어 <목소리>는 성실한 廣場의 소리다.
이 작가의 이와같은 창작적 볼륨이 앞으로 더욱 밀도짙은 인식의 具象을 통해 우리 앞에 영혼의 糧食으로 풍만히 놓여 지기를 빈다.
具仲書(文學評論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