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작 「눈먼 실솔」이 17회로서 11일자에 끝나고 다음 연재소설 李선구 作 「夜話」가 오는 18일자號부터 李億榮 畵伯 삽화로 시작됩니다. 우리는 흔히 작가의 신앙과 創作을 별개의 것으로 다루는 것을 볼 수 있읍니다.
사실 가톨릭 신앙을 가진 작가가 반드시 가톨릭작가라야 된다는 법은 없다할지라도 그러나 아직도 우리 교회내에 本格的인 가톨릭文學이 거의 없고 따라서 人間本質로서의 종교적 차원을 그린 종교문학의 不在는 아무래도 신앙을 가진 作家로서의 탐구적 자세나 그 內觀的 깊이가 미흡하다 않을지 의문입니다. 作家 이선구씨는 교회入門이래 작가로서의 名聲에 유념하기보다 끝내 교회안에서 진지하고도 양심적인 작가적 자세를 견지해 오던 터에 이번 본지의 연재소설을 청탁받고 오랫만의 집필을 신중히 수락하게 되었읍니다. 이에 독자들의 성원에 기대하며 그동안 「눈먼 실솔」 집필에 노고해주신 작가 박여사와 삽화를 맡으셨던 琴여사께 깊이 감사합니다.
■ 作家의 말
내가 감히 聖敎會에 발을 들여 놓은 지도 돌이켜보면 어느덧 十五星상이다. 어리석은 마음이별로 행한 일이나 크게 깨달은 바는 없지마는 인상과 느낌은 적지 않다.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한 옛날 시골길을 거닌 일이 생각난다.
늦가을의 山村이었다. 지붕마다 다홍고추가 널리고 울타리 뒤에선 감나무에는 영시가 매어달려 있었다. 어느집 마당에서 타작이 한창이었고 어느집 모퉁이에는 아이들 한때가 모여서 떠들석하게 재깔거리며 놀고 있었다.
그러한 때 추녀 끝에 「담배」라는 붉고 흰 철간판이 매어달린 곳은 주막집인 것이 예사이었다. 그리하여 지금도 「담배」 철간판을 보면 그때의 인상이 사납게 되살아 오른다. 대단치 않은 風景이지마는 이 인상은 나의 靈魂에 깊이 새겨져서 나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이와 똑같이 나는 15년 동안 信仰生活에 얻은 인상과 느낌이 적지 않다. 이제 그것을 色彩로삼아 여기에 「夜話」라는 題目으로 크고 작은 한 무데기 그림을 그려보려고 한다. 언제나 內的表現은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그것을 그려보고 싶은 욕망은 누를 길이 없다. 아마도 이이야기의 꽃다발은 생각의 절반도 표현이 不可能하겠지마는 그렇다라도 미루어 생각하시고 끝까지 보아주시기를 敢히 讀者諸位께비는 바이다.
■ 畵家의 말
이선구 선생과는 오랜 친교를 맺어온 사이지만 연재소설의 삽화를 맡게된 것은 꽤 오래된 것 같다. 본래 차분한 분이지만, 가톨릭에 입교하신 후 더욱 그렇게 되신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상당히 오래 사색에 골몰하시다가 이번에 「가톨릭시보」에 처음으로 종교적인 작품을 발표하신다면서 삽화를 부탁하셨다. 나도 가톨릭과는 그림으로 오래 접촉해 왔기 때문에 서먹서먹하지는 않지만 신문연재라니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이 선생님의 뜻을 충분히 살리도록 최선을 다해볼 작정이다.
가톨릭時報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