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조국) 언제나 나의 祖國(조국) - 南美行(남미행) 가톨릭移民國(이민국) 航海記(항해기) (20)
異國(이국) 별빛아래 맞는 성탄
“집 팔고 땅 팔아 他鄕(타향)서 사탕먹게 됐오”
발행일1967-04-02 [제562호, 4면]
【12월 24일 金】 「화이트 크리스마스」란 말이 너무 안됐는지 날씨는 갑자기 가을일기로 변했다. 아침에 일어난 주부들은 곧 깊숙이 넣었던 「쉐타」와 긴 바지로 아이들을 바꿔입혔다. 간밤에 담요 하나로는 춥더라고 하며 싸두었던 「카시미롱」 이불을 다시 꺼냈다. 「마이크」에선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기 시작했다. 「홀」마다 「크리스마스 츄리」를 세우고 색색의 테이프를 얻어온 아이들은 저마다 침소를 장식했다. 아빠담배는 전부 수난기를 만나 은종이를 도난당한다. 상자곽에는 「크레파스」로 MERRY CHRISTMAS 라고 써서 침소 앞에 문패처럼 붙인다. 은방울 학 별 꽃 실실이 궤어 천정에 늘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즐겁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조르는 아이도 없고 모두 집안 장식에만 여념이 없다. 오전 11시경 「에리자벹」港에 도착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조그만 나무동산을 넘어 마을로 갔다.
서울처럼 붐비고 들떠있는 크리스마스도 없나 보다. 그저 조용한데 특히 O·K 백화점 안에만 손님이 좀 많다 분이다. 아이들을 위해 초코렛을 사는 사람 보고 한 분이 우스개로 『여보 집 팔고 땅 판 돈으로 사탕 사먹게 됐오 나처럼 파리채 같은 걸 사시오』하여 모두들 웃었다.
그들 서양인은 부지런히 장보아 집으로 가선 조용하고 안락한 가정의 「이브」를 맞이하나 보다. 저녁 후 차갑게 빛나는 별빛 아래 주님 성탄을 생각해 보며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감회가 새롭다. 성스럽고 거룩한 밤, 11시에서 12시반까지 단장님 지도로 미사를 보았다.
【12월 25일 土】 「메리 크리스마스」 선실은 방안이 복도마다 오색 테이프로 장식되어 꽃 굴 속에 들어가는 것 같다. 펙 분의 부드러운 음석이 감미롭게 번져 나간다.
아이들은 저마다 배에서 내준 장난감을 가지고 웃고 떠들며 몰려다닌다. 흔들개 도깨비 말 자동차 등과 그롭프스… 이만한 것이라도 배에서 내준 성의가 고맙다. 저녁에는 통닭구이가 나누어졌다. 탕수육과 도미구이 오랫만에 요리를 먹은 셈이다. 엇저녁 부터 칠면조를 기대했더니만 훌륭한 성찬이 오늘에야 이루어진 것이다. 밤에 있는 「티 타임」에도 과자 두어개씩이 아니라 오늘은 건포도를 넣어서 제대로 구어낸 「케잌」이 한조각씩 나누어졌다. 그래도 무언가 좀 모자라는 듯한 기분이다. 실컷 먹고 실컷 취해서 마음대로 떠드는 소란한 크리스마스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까. 아닌게 아니라 서양배라 굉장할 파티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문득 부끄러움이 일었다. 노력없이 대가를 바라는 마음 주는 것 없이 받는 것을 따지는 거덜난 마음 이제는 그만 그건 구질한 근성(根性)에서 탈피할 시기가 되었지 않을까? 항구에서 마다 친절한 외국인의 안내와 대접을 받은 예가 구구하다. 심지어 이 배의 종업원식당 뽀이까지 어린이에게 과자 하나라도 집어준다. 같은 배의 2등실 손님에게서도 이것저것 선물을 받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