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사목위원회에서는 작년 11월 28일에 견진성사 연령을 만 14-15세 경으로 정한 일이 있었다. 즉 오늘까지의 교회 풍속에도 이보다 더 어릴때 일찍 견진성사를 받도록 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것을 더 늦추어서 아동기 아닌 소년기에 주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기를 희망하면서 그 이유를 몇가지 말해보겠다.
첫째 심리학적으로 고찰해 보건데 아동기는 아직 모든 면에서 너무 어려 견진성사의 적령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견진선사의 요청은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고 투사가 됨에 있다.
이러한 요청은 그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력과 의식을 전재로 하는데 아동기에서는 이것을 바랄 수 없는 것이다. 노년기의 특성은 소극적면으로 보면 권위에 대한 반항 과거의 가정적 사회적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경향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이것을 적극적 면으로 본다면 이해력이 발달하고 감수성도 예민해지며 개성이 발달하고 영웅심이 높아져 용감하여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아동기에서는 어린이가 아직 현재에 살고 순간에 산다. 그러기에 금방 장난을 하고 놀다가 다음 순간에는 그와 아무런 관계없는 다른 장난을 하면서 놀게되고 한 노리개를 가지고 놀다가 금방 다른 노리개로 옮겨져 간다. 동무는 가리지 않고 아무하고나 잘 노는 것도 아동기의 특성의 하나이다.
그러나 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개성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자기 취미, 개성에 맞는 동무를 선택하기 시작하고 앞뒤의 연관을 지우기 시자가며 현재의 생활에서 미래를 꿈구고 이상에 불타고 포부에 살게된다. 소년 소녀들의 「스카우트」 운동은 이러한 소년기의 심리적 특징을 잘 포착한 것이라고 하겠으며 중공의 홍위대 운동도 역시 소년기의 정열과 영웅심리를 잘 이용한 것이라고 하겠다. 듣건데 동부독일에서도 일정한 교육을 마친 다음 평생 공산당에 충성하기를 맹세하는 선서식을 이 소년기에 시킨다고 한다. 이상 열거한 바는 교회 밖에서 하는 예증들이나 교회 안에서도 몇가지 예를 들 수 있다.
작년 9월 5일 이태리 성직자 사목주간대회가 「로마」에서 있었다. 이 대회의 회장이었던 「베니스」의 대주교 울바니 추기경께서 견진성사 연령을 만14세로 할 것을 제안하고 대회는 이것을 가결하였다고 한다. 14세라고 못박은데는 이태리의 특수성이 하나 있어서 그 나라에서는 국민의무교육이 만14세까지라는 점이다. 물론 이 교육기간공안 종교교육도 의무적이다. 그래서 이 국민의무교육기간의 마지막에 가서 견진성사를 주도록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태리에서도 과거에는 아동기에 주는 견진성사를 소년기로 늦추었다는 점에서는 우리의 고찰과 다를 바 없다. 몇주일전인 2월 26일부 「가톨릭시보」는 오지리 교회에서도 견진연령을 만14세로 미루어 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것 역시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 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개정된 현행소재(小齋) 연령을 전세계적으로 만14세로 늦추었다는 사실이 이 연령을 교황청에서도 심리학적으로 보아 연기한 것으로 보는 까닭이라고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의식을 갖고 견진성사를 받도록 하자는 우리의 주장은 사목신학상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란치스 W. 뉴멘 이후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한번 태어난 사람과 두번 태어난 사람으로 대별하고 있다. 한번 태어난 사람이란 육체적으로 이 세상에 나서 어떤 확고한 주관의식 없이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나가는 사람을 말하고 두번 태어난 사람이라 함은 그와는 달리 어떤 계시나 영감을 받았거나 또는 어떤 결정적 체험에 의해서 확고한 자기주관을 세우고 생활을 의식하면서 해나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인들이 이 「두번 태어난 사람」에 들어가 있다고 하겠다. 과연 성세성사가 다시 태어나게 하는 성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소위 태중교우에 있어 그가 갓 낳아서 받은 성세성사가 신학적으로 보아 그들 그리스도 안에 다시나게 하였지마는 어릴때 아무런 의식없이 받은 성사이기 때문에 그의 주관적 의식에 있어서는 다시 태어난 사람이 못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겐 견진성사만이 그를 재생케 할 수 있는 즉 주관적 의식 아래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것이며 따라서 견진성사는 의식을 할 수 있는 소년기 즉 만14-15세 경에 주도록 함은 사목상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자기가 다시 태어났다는 의식도 없는 신자에게 그리스도의 군인이 되고 교회의 사도 및 투사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바램이 아니겠는가?
셋째 결론적으로 견진성사는 아동기에 주지말고 소년기에, 더 정확히 말해서 만14-15세 때에 주도록 하자는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이것을 우리나라의 현행 교육제도에 맞추어서 말한다면 중학교 1학년 중 아니면 2학년 일학기 중에 주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쳤을 때도 고등학교 일학년 일학기 중에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좌우간 특별한 예외를 제하고서는 국민학교 시절에는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李哲熙 神父(부산교구 상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