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다음 글은 3월 11일 서울의 대한공론사서 개최된 외국인 웅변대회서 2등을 차지한 서 신부의 우리 말과 풍습, 사고방식을 철저히 배워 복음선교를 하려는 웅변원고 전문이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우리와 우리나라를 어떻게 봤는지를 아는데 크게 참고될 것 같다.
제가 한국에 와서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깊게 느꼈던 것은 한국사람들의 다정한 인간관계였읍니다. 가끔 다방이나 식당에서 친구끼리 서로 차값이나 식사값을 내기 위해서 거의 다투다시피 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서로 만날 때나 헤어질 때도 오랫동안 손을 붙들고 이야기를 하면서 떨어지기를 매우 싫어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읍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사귀었으면 저렇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나도 언제쯤 저렇게 친한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 하고 부러운 마음이 일어났읍니다 그런데 저의 소망은 참 쉽게 이루어졌읍니다. 제가 한 한국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그 분은 차비 식사값 커피값 등을 내것까지 지불해 주는 친절을 베풀었읍니다.
그때마다 저는 마음이 거북해서 사양을 하고 내가 먼저 내려고 경쟁을 해 보았지만 한국돈의 셈이 서투른 나는 패배의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읍니다. 정말 한국에서는 친구들끼리 서로 친하게 지낼 뿐만 아니라 서로 도와주는 풍습이 어느나라보다도 더 강합니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기쁨 일을 당했을 때 여러 친구들이 모여서 서로 도와주교 위로하는 모습을 여러번 볼 수가 있었읍니다. 좋은 친구만 잇으면 웬만큼 어려운 일이라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친한사람이라고 해서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고 사회적 정의를 깨뜨릴 정도로 친구만 도와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끼리 서로 도와줄 수 있을 만큼 도와줌으로써 친한 마음과 사랑을 주곱다는다는 것은 확실히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저 서구식 사회나 차거운 물질주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이며 인간관계를 원만하고 부드럽게 해주는 거름이라고 저는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처럼 사회를 부드럽게 하고 생활을 정답게 해주는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은 간단한 인사말이나 일상 대화에서도 잘 나타나 있읍니다. 『어디 갔다 오십니까?』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요즈음 얼굴이 참 좋지 않으시군요 어디 아프십니까?』 또는 『연세가 얼마나 되십니까?』 이러한 말들을 처음 들었을 때 서양 사회에서 자라온 우리는 이상한 느낌을 가졌읍니다. 왜 저분이 나에 대해서 그처럼 관심이 많고 간섭하는 말을 하는가 하고 오해를 하는 수도 있었읍니다. 사실 서양에서는 그러한 말들은 매우 가까운 가족사이에서나 가끔 들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보통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서로 염려하는 말, 관심과 사랑을 표시하는 대화를 일상 인사말로 주고 받는 것을 볼 때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서로 다정하고, 가까운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읍니다 이와같은 말들은 결코 호기심을 만족시키려는 대화가 아니고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관심 친절을 표시하는 한국의 전통적 미풍이라는 것을 저는 알게되었읍니다.
한국은 단일 민족이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가족제도가 발달된 농업사회였읍니다. 그러한 사회적 환경에서는 모든 사람은 다 한 핏줄기요 친척이며 한 가족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다정하고 가족적인 인사말과 대화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근대화를 하려면 이런 가족주의적 옛날 전통을 다 버려랴 한다고 말하는데 이야말로 위험스럽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물론 너무 형식적이고 이롭지 못한 풍습같은 것을 바꾸도록 해야 하겠지만 이와같이 인간미가 넘쳐 흐르고 인정의 꽃을 피우게 하는 전통은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서구의 이른바 문명 선진국가들은 보십시요. 그들은 근대화된 과학, 기계문명을 자랑하고는 잇지만 그들의 인간관계는 말할 수 없이 차겁습니다. 마치 기계와 기계가 서로 부딪치는 것과 같이 냉정하며 모든 것이 다 기계적이고 사무적이어서 인간미와 인정을 찾기가 매우 힘듭니다. 저는 한국의 인정이 넘치는 사회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바로 느낄 수가 있읍니다. 지금 우리 한국은 근대화 작업이 눈부시게 진행중에 있읍니다. 저 들려온느 건설의 망치소리 하늘높이 솟아 오르는 건물들, 해외로 뻗어가는 한국 젊은이의 행렬! 오래동안 왜적의 쓰라린 압박밑에서 신음하던 한국이 그 위대한 인내심과 정신을 가지고 무럭 무럭 자라고 있음을 볼 때 이당에 여러분과 함께 살고자 온 한 사람으로서 정말 기쁘지 않을 수가 없가 없읍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는 저 서구사회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걸어서는 안됩니다. 현대문명이 아무리 화려하고 편리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과 우리의 인간을 바꿀 수는 없읍니다. 이때야 말로 우리한국의 인간 사랑의 전통을 과거 어느때 보다도 더 빛내고 살려야 할 때입니다. 이와같은 인간 사랑의 전통을 바탕으로 해서 우리 한국이 현대 과학문명 사회를 건설한다면 어떤 대통령이 부르짖은 『지상의 위대한 사회』는 저 미국이나 소련이 아니고 바로 우리 한국이라는 것을 믿고 나아갑시다.
서 신부(골롬바노회원 연세대 재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