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한(百年恨)의 주인공 민갑완(閔甲完 아가타 73세)씨가 8일 김알렉시오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김신부와 의남매를 맺었다.
이조(李朝) 마지막 영친왕(英親王)의 왕비로 간택되었다가 일제(日帝)의 탄압으로 오늘까지 칠순이 넘도록 정절(貞節)을 지켜 일제에 항거한 민규수(閔閨秀)가 이제는 신앙으로써 한 많은 일생의 終章에 보람을 느껴보려 한다.
민규수의 일생은 62년에 쓴 「백년한」이란 수기(일본으로만 만여권이팔린 「베스트셀라」)와 영화를 통하여 널리 소개된 바 있지만 지금은 부산시 동래장 전동 627의 1번지
한산한 주택가에서 3년전부터 발병한 후두암(喉頭癌)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민씨가 입교하게 된 것은 15년전 부산으로 이사온 이후 천주교회의 꾸준한 권면도 있었지만 아버지 민영돈(閔泳敦=동래부사와 駐英公使를 역임)씨와 어머니가 모두 대세를 받고 돌아가신 후 오직 한 많은 일생을 오남매의 정에 의지하여 살아오던 중 남동생 민베드로(閔千植·63세)씨가 갑자기 지난 5일 뇌익혈로 대세를 받고 세상을 떠나자 자신도 교회에 입교할 것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장례식에 참석차 모인 친지들이 축복하는 가운데 영세한 민씨는 『과거생활은 헛살았읍니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여생을 신앙으로 살아가겠읍니다』라고 하여 울음으로 가득찼던 온집안에 새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다고 했다.(동생의 죽음이 민규수에게는 너무도 충격이 컸으므로 혹시 전강에 이상이 생기지나 않았을까하여 온가족이 신경을 썼다고 함)
이날 민씨는 『신부도 독신이요 나도 독신이니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김신부와 의남매를 맺게된 동기를 말하기도 했다.
김신부도 『나의 온천본당 부임이래 첫 기쁨이며 신부생활을 통해 오늘처럼 보람을 느껴본 적은 _____ 영신지도자로서 동생으로서 서로 상부상조할 뜻을 다짐했다.
한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최주교도 어려운 살림에 보태쓰라고 쌀한가마를 전하고 축복해 주었다. 『세상에는 허다한 독신자가 있다. 불교에는 比丘·比丘尼가 있고 천주교회에는 신부·수녀가 있고 일반사회에는 명예를 위한 예술가·문학가·과학자·사회사업가·혹은 사랑을 위한 독신자 등 무수히 있다.
그러나 나만은 이 모든 범주 안에 들지 않는 기형적인 독신자다.
간택이라는 허울 좋은 「계약」으로 인하여 치르고 있는 空房생활 56년의 역사는 가시밭길 바로 그것이었다. 차라리 병신이었거나 천치 바보거나 아니면 사랑이나 믿음의 성스러운 힘이 나를 감싸준 독신생활이라면 좀더 보람있게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런 나도 살아왔거늘 요사이 젊은이들은 사소한 오해나 사랑의 불장난으로 살생을 밥먹듯하고 유행병처럼 스스로의 목숨을 저버리는가 하면 조그만한 고초를 못 참아 윤락의 구렁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철없는 꽃송이들이 있기에 참고로 나의 애절한 기록을 쓴다』(百年恨의 수기에서)
이젠 신앙으로서 전여성에게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울 성모병원서 가료중인 영친왕 이은씨는 수년전 일본서 석종관 신부에 의해 대세를 받았으며 그후 보례도 했다.
釜山서 朴相秀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