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전진을 뜻하고 정지는 퇴보가 아니라 멸망이다. 생활한 교회는 항상 발견과 시대적응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함으로 인류구원의 대사업을 그 목적으로 한다. 어떤 團體에 있어서나 조직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고 조직은 언제나 방법이고 수단일 따름이다. 조직이 낡고 헐어서 못쓰게 되고 그것을 통해 목적에 달하지 못하게 될때는 개편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성청개편의 의의를 말하기 앞서 한가지 말해 둘것은 교회행정 체재는 특수한 것이어서 그 어떤 정치체제와도 비교할 것이 못된다. 독재 군주체재 민주체재 등 여러가지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체제를 말하는 것이지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같이 봉사와 사랑과 희생의 결합체는 아니다.
여기에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성청개편의 외적 조직에 대해서가 아니라 개편이 포함하는 내적의의에 대해서다.
백여년만에 열린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교회 근본정신을 재확인 하고 날로 변해가는 현대사회에 있어 「쇄신의 원칙」과 현대적응의 방향 및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특증이 있다 하겠다.
요한 23세가 시작하고 바오로 6세가 막을 닫은 이 공의회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양교황의 사상이 그대로 풍겨나옴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무계획하다하리만큼 개방적인 요한 23세의 성품은 많은 반대와 반항을 무릅쓰고 교회쇄신의 앞장을 선 것이다.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보수파인 성청모 외교관은 『만일 요한 23세께서 돌아가시지 않았든들 교회는 자기 위치를 벌써 잃어버렸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 외교관은 물론 교회 고위성직자이다.
위에 일화로도 알 수 있거니와 보수파에 속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의회 속개를 원하지 않고 또한 이 공의회가 마치 성스런 교회전통과 근본을 허물어뜨리는 것으로 잘못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중하나로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후루시쵸프의 사위를 교황청에서 요한 233세께서 알현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요한 23세의 폭넓고 왕자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어디까지나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세계 모든 인류를 자식과 같이 보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분의 진실하고 솔직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의회의 본뜻을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많은 성청직원들이 불원했던 공의회는 바오로 6세가 등극하자 첫마디에 『공의회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선언했고 다음 말이 「성청개편」의 불의의 선언이었다. 바오로 6세께서는 1963년 9월 23일 교황청 각 성성장들 및 직원들과의 알현석상에서 위와같은 뜻을 표명한 후 꾸준히 그 준비를 해오다가 교황헌장 「교황청에 관하여」가「전교회의 통치」라는 이름으로 1967년 8월 15일에 선포되었으며 1968년 1월 1일부터 발효한다고 했다. (후에 3월 1일로 연기) 금년들어 수삼의 교황청 고위책임자들의 갱질을 보았고 또한 이태리 중심의 인물들이 미국 유고스라비아 밸지움 독일 화란 등 많은 비 이태리인들로 대체되었다.
또한 그 연령으로보면 대체로 젊은 세대로 내려가고 있다.
이상이 대체로 성기구개편의 윤곽이다. 이제 우리는 그 개편의 뜻을 생각해보자. 왜 교회는 교황청의 기구를 개편했어야하며 그 직원들을 교체해야 하나. 개편후 또 그 직책의 책임자들이 거의 지금까지의 사상으로 보아서는 있을 수 없는 이방인들이라는 것을 볼때 개편의 의의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예를 들면 교회생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신앙·교리성성의 책임자가 예전에는 만족취급을 받던 스라브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볼때 확실히 그 무엇인가 개편의 핵심이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이다. 전임자인 옷따비아니 경은 이름난 보수파의 거두요, 후임자인 세퍼 경은 올해 62세로 진보적인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분이다. 이사실 하나로 봐서도 성청기구개편에 따르는 인사문제는 우리에게 구태의연한 정신에서 탈피를 시범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천년이라는 긴 역사를 뒤엎는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교회는 전통만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실천에 옮긴 것이라 보겠다. 10여년을 지니고 있던 번데기를 벗고 창공을 향해 나르는 매미는 정들었던 껍질을 벗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묵은 것을 벗고 새것을 취하는 것은 생명의 원리다. 생활한 교회는 그 생명의 원리대로 성장하는 것이다.
천주의 백성의 성장과 성숙과 활동이 기형적이어서는 안된다. 말이 뜻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며 구신세대의 사상적 마찰이 점차 심각해가고 있는 것을 알고 공의회 이후에 교구행정을 보다 성실히 할 것을 연구하는 우리로서는 매사에 있어 기형적인 것을 발견, 시정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번 성청개편의 종류를 본다면 그리스도교일치추진 사무국, 비그리스도관계 사무국, 무종교인관계 사무국, 평신자문제평의회, 사회정의 및 평화문제위원회, 교황청재무심의원, 행정소송국, 통계처 등 거의 전부가 현대교회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들이고 조금전만 보더라도 별뜻이 없었던 것들이다. 특히 행정소송국과 통계처 같은 기구는 교회생활을 과학적인 검토와 조사로서 영위해야겠다는결심이다. 인간생활이 덜 복잡했고 인권의 주장을 않했어도 됐던 옛날의 행정 방법으로는 도저히 복잡화된 현대생활을 지도해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기서 교황청은 자체에서부터 새로운 사상을 불러일으킴으로 전교회에 앞장을 섰다하겠다. 그리스도자신이 옛것을 폐지하려 온 것이 아니고 다만 새롭고 완전한 것으로 보충하려 오셨다.
우리는 그 사상을 본받고 앞장선 교황청을 따라 우리 자체내에서도 신진대사의 활동이 활발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신구는 협력함으로써 완전함을 기해야 할 것을 서로 다짐해야 할 것이다.
金榮煥(敎會法博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