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77) 10년 후에 만나자 ⑤
발행일1967-04-16 [제564호, 4면]
『이거 보게 백둥이 자네도 분명 들었겠지만 시간은 돈일쎄, 그런데 자네는 바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바쁘단 말이야. 백프랑짜리 한장을 거기 라이타 밑에 내놓게 그렇게 하면 자네가 5분간 말할 권리를 얻게 되네… 물론 이것은 식모들이 낼만한 요금은 아니지 그렇지만 5분이면 벌써 긴 시간이란 말이야!』
마르쎌의 흰속눈섭이 날개처럼 급히 움직였다. 그는 입을 벌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돈을 꺼내 라이타 밑에 놓았다. 베마르는 손목시계의 시간을 들여다 보았다.
『켰네, 말해보게!』
마르쎌은 바갓새 모양으로 헐렁한 팔을 서투르게 휘저으며 시선을 한군데 고정시키지 못하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떼르느레」에서 벌써 내놓았던 논거를 쓰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그러면 어떤 논거를 내놓는단 말인가? 1월서부터 하도 많은 사람의 등을 쳐먹었으니… 이번에는 그 어머니의 무덤 이야기가 나왔다, 묘지를 빌린 것이 만기가 되었고, 그래서 자연… 베마르는 침중하게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정확한 질문을 하니 젊은이는 다른 거짓말을 또 시작하게 되곤 했다. 이제는 집안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고 있는 중이었다. 그 술주정뱅이 아드리앵 아저씨 하며… 무위도식 하는 사촌 에띠엔 하며…
『안됐네만』
하고 베마르가 벼란간 파이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네가 이야기를 시작한지가 5분이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를 설득시키지 못했네. 해볼라면 한몫 더 내놓게 百프랑일세…』
『안녕히 계세요, 대장님!』
하고 백둥이는 별로 원망하는 빛 없이 말하며, 아직도 메타가 돌아가고 있기라도 한것처럼 급히 물러났다.
『잘 가게, 이 사람아!』
베마르는 뒤로 벌렁 몸을 젖치고 웃으면서 「이빨」에게 지폐를 내밀었다.
『이 百프랑은 「떼르느레」의 기금에 기부합니다. 그녀석이 거기서 돈을 뜯어간 것이 한두번이 아닐 겁니다!』
『그럼 우리 메를르랭 말인데요』
「이빨」이 물었다.
『그애를 어떻게 받아들일 작정입니까?』
『다른 애들이나 마찬가지지오. 즉 그애 이야기만 빼놓고 다른 이야기는 무엇이든지 해주는 것이지오. 그러면 그애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애는 무슨 검사를 받을줄로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에 대한 대답을 미리부터 알고 있읍니다. 정신병의사와 부인가정방문원과 판사는 그대를, 족보를 죽 궤고있는 유식한 아이로 만들었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런것은 상관도 안합니다. 내게 관심이 있는 것은 다만 한가지 그애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허지만 그애가 계획이 없다면은?』
『계획은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당치 않은 계획이지요. 한 열두어군데 돌아다니면서 일해보면 열 여덟살 된 소년은 한 12년… 쯤 되는 사회 경험을 얻게 되는거지오! 그렇지만 내가 그에게 네 계획은 틀려먹었다. 이렇게 말하면 내 말을 믿지 않는단 말입니다. 그 나이 또래의 패짝들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면 꽤 좋은 편이고, 그애 자신이 직접 계획을실현시키려고 해보다가 그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것은 아주 승리를 거둔 것이지오….』
『그렇다 치고, 그럼 실제적으로는…?』
『바로 오늘 오후, 이곳 패작들이 그애의 생활방도를 그애와 함께 의논할 겁니다. 오늘 저녁으로 그애는 잘제를 마련해야 될거고 - 왜냐하면 실제생활에 있어서는… 그애를 톱니바퀴에 끼워놓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그리고 사회가 좀 더 잘되고, 일에 탄로(坦路)가 열려 있다면 그애는 끝까지 끌려나갈 겁니다. 그러면 구제되는 거지오! 그러나 소년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장래에 대한 희망입니다…』
『나는 메를르랭의 장래 희망을 압니다. 선원이 되고 싶어 하지오』
『못될 것도 없지 않아요?』
『신체조건이 거기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애에게 골백번 그말을 했읍니다!』
『그 노릇을 하려고 해본 패짝들이 그애에게 그것을 설득시켜 보겠지오. 그애들 말을 믿지 않으면 그애를 마르쎄이유로 보냅니다. 우리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보름 후에는 돌아올겁니다…』
『거기서 「그럭저럭」 지낸다면 또 모르지오!』
『모험을 하는 거지오 나는 그편이 났읍니다. 그리구…(전화벨이 울렸다) 용서하십시오! 여보세요! 아, 쟈그, 자넨가? - 리모쥬에 있는 패짝이지오』하고 「이빨」에게 속삭였다.
『그래서?…그럴줄 알았었지!…그애는기대가 너무 어긋나지 않았나?…그럼 나한테 돌려보내게! 자네가 직접 차표를 사주고 차에 태워주게… 고맙네! 신센 갚지! 자, 잘 있게!(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이빨」쪽으로 돌아앉았다.) 기공으로 태어났는데 농사군이 되고 싶어하던 소년이지오. 이제 그애는 깨달았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