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사고로 13년간 전신불구의 몸으로 구걸행각을 하면서 오직 신앙만이 유일한 생의 보람으로 알고 살아오던 어느 가련한 환자에 감화되어 자기도 영세를 하고 9년간을 남몰래 그를 돌봐준 숨은 선행자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 문현동 부산약국 김젬마(30세)씨가 박효근(띠모떼오=34세)씨를 알게된 것은 1960년 가을 동래 「국립재활원」을 방문했을 때다.
타고난 천성이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일인지라 지금까지 수많은 불구자는 보아왔지만 항상 그들은 실망과 자멸감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박씨만은 달랐다. 전신불구의 몸이면서도 그의 얼굴엔 조용한 평화가 깃들어 있었고 기뻐보였다. 이상하게 느낀 김여인은 그에게 다가서면서 물었다. 『당신은 고통스럽지도 않습니까』 『나에게는 신앙이 있읍니다. 주안에 항상 즐거워하라!(필립보서 4장) 했듯이 나의 마음은 평화롭습니다』
김여인에게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후 박씨의 설명으로 신앙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껴 자기도 마침내 영세한 후 천주께 감사하는 뜻으로 그를 돌보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약과 식량도 사주고 기도도 했다. 그후 가정을 갖게 되자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푼푼이 절약하여 도왔다.
그러나 김여인의 혼자 힘으로 그를 감당하기는 너무도 부족했다.
박씨는 계속 청학동 천성불구원 다의포 불량아 수용소·시립행여환자수용소로 전전하면서 버림받은 생활을 계속했다.
하루는 하도 딱해서 『박씨도 생의 보람을 느낍니까?』하고 물어보았더니 박씨는 하나도 실망하는 눈치없이 말했다. 『나는 비록 불구의 몸이지만 천주께서 주신 이 생명을 스스로 버릴 수는 없으며 기구로써나마 천주님의 사업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의 보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여인은 질문한 것을 후회하면서 이것이 살아있는 신앙이라고 느꼈다.
범일동 김베라 수녀가 이 사실을 중앙 「빈첸시오회」에 알려 지난 13일 오전 9시 조아우구스띠노 신부 인솔로 「빈첸시오회」 회장 김연희씨의 전회원이 영선동4가 120번지 6통 2반 박씨의 움막집을 찾아갔다. 차마 눈뜨고 못 볼 생활상 이었다.
지금까지 누구하나 돌보지 않던 이웃들도 다 나왔다. 「빈첸시오」 회원들의 희생적인 활동이 메마른 이웃들에게 교회의 사랑을 다시 인식시킨 것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저 병신이 어찌사나 했더니 교회가 살렸구나』하고. 『천주께 감사합니다. 나와 같은 불쌍한 형제들을 돌봐주기 바랍니다』 박씨는 기쁨에 차 있었다. 박씨는 이제 「빈첸시오」회 도움으로 적기 동항성당 환자의 집에 옮겨지고 죽을때까지 생활비를 잊어버리게 되었다. 이외도 우리주변에는 불쌍한 천주의 백성이 수 없이 있다. 그들은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김젬마씨의 집에서는 『주여 「띠모떼오」를 위하여 빌으소서』라고 온가족이 합장한다.
釜山·朴相秀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