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현대) 精神(정신) 衛生(위생) ①] 病利(병리)
「無意識(무의식)은 日常行動(일상행동)을 支配(지배)
=시집살이 고되던 며느리 시어머니 生辰(생진)에 반드시 腹痛(복통)=
「노이로틱」한 사람, 「告解省察(고해성찰)」에 神經症的(신경증적) 憂慮(우려)
『세계의 病은 하나, 하나 개인의 性格의 病이다』란 말이 있다. 現代人은 물질문명이 가져다준 안락과 획일적이며 기계적인 사회질서 속에서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지리멸렬과 내적 위기를 의식치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역설적인 현대 상황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하면 보다 건전한 정신을 보유할 수 있을까? 앞으로 수회에 걸쳐 이에 대한 정신의학자의 분석 검토 의견을 듣기로 한다. 【편집자 註】
어느 어린애가 넘어졌다. 손바닥과 무릎이 아파서 울어댄다. 귀여운 아들이 아파하는 것을 보고선 견디지 못하는 어머니가 금방 뛰어가서 어린애를 일으켜주고 손과 무릎을 어루만져주면서 달랜다. 달래도 듣지 않고 울기만 해대니 이번엔 사탕까지 주어가며 달래서 겨우 울음을 그치게 한다.
이웃 사람은 그것을 보고 즉시 평해서 말하길 『어머니가 저러니까 어린애가 조금만 아파도 울어대지』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그 말을 듣기 싫어한다. 어린애는 더구나 『내가 사탕때문에 엄마한테 어리광으로 운거지』하는 자각이 있을 이가 없다. 그래서 어린애는 그 다음에 넘어질 때마다 우는 버릇이 더 커지고 커지고해서 나중에는 다시 수습할 수 없는 정도까지 이르고 만다.
어느집 며누리가 시집살이 삼년에 시어머니 훈련을 단단히 받다가 남편이 겨우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되자 살림을 다시 이제는 제법 부부간의 재미를 본다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그렇게 생활하여 오던 중 어느덧 시어머니 생신이 내일로 다가왔다. 어젯 저녁만 해도 남편과 이런저런 의논을 해서 오늘은 여러가지 선물을 마련하여 가지고 내일의 시어머니 생신을 위하여 일도 해드릴 겸 시댁엘 가야만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늘 새벽에쯤 그 며누리는 별안간 속아리가 난다고 펄펄뛰며 아프다고 야단을 쳤다. 남편은 쩔쩔매며 간호하느라고 하루종일 직장에도 못 나갔다. 시어머니 생신이 지나간 이튿날에야 며누리의 병 소동은 겨우 진정되었다. 이것은 작년 이맘때도 일어났던 것인데 하필이면 꼭 시어머니 생신 전 날이면 이런 법석이 생기는 것을 보고 남편의 누이동생이 오빠를 꼬집어서 『해마다 어머니 생신때면 차라리 일하러 올 생각도 말고 어디로 여행이나 떠나보내시지』하고 헐뜯어 말한다. 오빠는 그 말이 반갑지 못하다. 부인에겐 그런 말을 하더라는 것을 한마디도 정면으론 전해보지 못하고 누이동생이 미웁게 놀더라는 얘기만 하고 만다.
이와같이 아파하는 사람에겐 의식되지 못하나 옆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눈에 보이는 어떤 원인이 배경에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될때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무의식』이 증명된다. 무의식은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사람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본다.
어떤 병고가 기질적 고장에 의한 것이 아니고 일관성으로 지나가는 기능적인 것일때 이것을 「노이로제」라고 하는데 대개 그 배경에는「질병이득」이라는 무의식이 잠재하고 있음을 본다.
질병이 이유가되어 뜻하지 않은 이득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이득은 우연한 결과인양 보일때도 있지만 사실은 질병의 원인이요 동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이로제」는 꾀병은 아니다. 의식적 고의적으로 병을 가장한 것과는 전연 다르다. 정말 자기를 모르는 가운데 발병되어 병증이 득이라는 무의식적 잠재 동기(대개 이기적이고 본능적이며 幼兒적인 것임)를 만족해보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넘어지면 혼자서 어날줄을 모르고 울어대는 어린애가 어머니에게 사탕을 요구하기 위하여 운다고는 절대 자각하지 못한다.
시어머니 생신 바로 전날이면 해마다 속아리를 앓는 며누리가 미운 시어머니를 위해 일해주기 싫여서 그랬다고는 의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시어머니나 남편앞에선 가장 효부인 것처럼 자처하며 아양도 떨 수 있는 정도로 변명하고 행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면서도 행동하는 본인에겐 의식되지 못하는 무의식이란 그 내용이 병증이 득이라는 것 뿐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그 개인의 생활역사와 현재 환경(특히 대인관계)에서 겪은 여러가지 체험에 따라 복잡하게 구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무의식의 내용이 결국 무엇이냐? 그것을 어떻게 발견하여 처리하느냐? 하는 것 등등이 요는 정신분석의 글자가 된다. 그리하여 정신분석은 사람의 행동을 치료하고 지도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가톨릭신앙생활로 인격의 도야를 완성하는데는 흔히 의식하는 생활면에서의 성활동이 출발점이되고 바탕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심리의 심층(深層)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의 분석을 통한 성찰까지는 퍽 거리가 멀기 때문에 특히 「노이로틱」한 사람-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경향이 농후한 사람들에겐 가톨릭적 인격도야가 퍽 힘들뿐만 아니라 때로는 잘못하다가 해(害)마저 끼치게 될 수도 있다. 혼이 이런 사람들때문에 「종교는 환상이요 신경증이다.」라는 푸로이드식의 돼먹지 않은 혹평까지도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兪碩鎭(瑠博·베드로 精神醫院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