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나는 새들과 들짐승들도 어미가 둥우리를 틀고 고생하여 먹이를 찾아다가 새끼를 먹이고도 생색을 안하는데 하물며 천주의 보호자인 어머니가 자녀 교육하는 일에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좀 쑥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딸의 입학소감을 쓰라고 하니 한두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마음 내키는 대로 적어보겠다.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돌았다고 하여 그리 대단한일은 아닌데 우리네 생활에는 연말연시가 연중 제일 어수선하다.
더구나 각 상급학교 입학시험이 이때에 끼여 있기에 더욱 바쁘다. 이때가 되면 적령기에 있는 학생들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도 긴장과 불안의 도가니속에 휘말린다. 어느때부터인지 입학시험제도를 만들때에는 평화와 기쁨의 싹이였었으련만 지금에 와서는 그제도가 입시지옥으로 바뀌게 되었나 보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탓해 무엇하랴!
특히 일년동안 건강관리에 세심한 주의와 지나친 긴장과 정신의 해이도 까지 보살피며 만일에 철수했을 경우 다시 용기를 내어 일어날 수 있는 아량까지도 지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위 일류교병이란 사회적 폐습이 우리 안방에까지 밀려왔나보다 이렇게 고통과 사랑으로 뒤범벅이 되어 씨름을 하다 입학의 소식을 들었을때 기쁘다기 보다 한가닥 싱거움마저 들었다.
지금까지 어린애로만 여겨온 철부지가 지식을 탐구하고 교양은 연마하는 완전한 숙녀로서의 대우를 받는 대학을 가게되니 놀라웁고도 한편 대견스럽다.
앞으로 훌륭한 스승들의 지도와 선한 벗들의 사귀임을 통해서 아무쪼록 무딘 인격이 닦고 닦여 다이어먼드와 같이 빛나 지와 덕으로 균형이 잡혀져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여 겸허하고도 참멋을 아는 인격에서 풍기는 훈훈한 기운으로 가정에서나 이웃에서나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며 혼탁한 사회의 청량제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이것도 내가 못한 원을 자녀에게 풀어주자는 어리석은 나의 고백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부모를 위한 자녀이여서도 안될 것이며 자녀를 부모에게 두들겨 맞추는 어리석은 어머니가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가정은 자녀들의 품성이 형성되는 양성학교임을 알고 마치 애기 배꼽에 태줄이 달린것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태줄이 항상 연결되어 있다면 큰 실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하며, 하느님께서 우리자녀들을 통해서 하시고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어버이의 책임을 다 할때에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당신 책임을 다하실 것을 나는 확신한다.
김문자(가톨릭여성단체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