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계의 무수한 사물들에서 회복시키는 지혜와 사랑을 하느님이 나타내시는 좋은 계절이 다가왔다. 요즘 우리 어머니들에게는 이 산공과를 펴놓은 천연계의 책으로 다함없는 교훈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해설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연두빛 시윽러운 계절 속에 어린이들이 시비로운 꿈처럼 깃들이는 것은 얼마나 당연하고 기쁜 일인가. 어린이 날이 오면 각 본당마다 첫영성체로 바쁘다. 우리 주부들은 생활에 시달려 살다가도 이날만큼은 제법 『나는 나의 자녀들이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의 뜻에 따라 살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도록 가르치려고 힘썼읍니다.』하며 하느님 앞에 손에 손을 잡고 가는 특권을 가진 것만 같다.
일찌기 사람들에게 지워진 일 가운데 청소년들과 유년들을 합당하게 훈련시키고 교육하는 일보다 더 큰 수고와 기술이 요구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이 어릴 때, 둘러싼 환경과 교훈이 주는 강력한 감화는 평생을 통한 지침이 되는 것을 위는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정서교육과 가정교육이 부족한 우리나라 교육실정에 교회 내의 아동지도나 첫영성체는 더함없는 어머니들의 기쁨과 위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기대가 크기에, 첫영성체 때에 참뜻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가지는 한 어머니로서 기탄없이 말하고자 한다.
어린이들에게 맞지않는 하얀 드레스나 흰치마 저고리에 꽃관을 씌운 모양은 결혼식에 들어가는 신부의 축소판도 아닌 마친 어린아이에게 짙은 화장을 시켜놓은 것 같은 어색함과 아쉬움을 느낀다. 그리고 첫영성체의 본뜻에 도취되어야 할 경건한 마음이 겉치장으로 치중될까 저어하는 나의 마음은 지나친 생각일가? 물론 그것은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의 정결함을 느끼게 하며 정돈의 미를 생각한 것이리라.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일생을 통해서 가장 기쁜 날이라면 어린이 위주로 제가 좋아하는 색과 모양을 택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만일 예수님의 최초의 인간교사인 성모 마리아께서 지금 이 어머니들 속에 계시다면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
그렇지 않아도 매일같이 큰놈도 작은놈도 돈 돈 하는데 교회에서 마저 하루밖에 필요없는 흰옷을……
불경제도 불경제려니와 뒤에 있는 어머니들의 수고가 오죽하겠읍니까? 그중에는 옷 때문에 첫영성체를 포기하는 아이가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라고 말씀하실 것을 나는 가상해본다. 옷치장 외에도 다과회 비용 미사예물 선생님ㄷ ㅡㄹ의 사례금 사진대 등 필요한 돈도 적지 않게 든다.
물론 일생에 한번 이라고들 하지만 여러아이가 다 아무런 지장이 없다해도 그중 한 아이라도 희생과 동심에 멍이 든다면 그 전체적인 영성체는 불행한 영성체라 아니할 수 없다. 불경제스런 흰옷을 안입히더라도 가진 옷 중에서 제일 좋은 옷을 입게 하고 기쁨을 상징시키는 의봉이나 꽃 한송이로 기분을 살려주어 외적으로도 살리고 뜻도 살리고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첫영성체가 되기 바라며 현실을 직시하여 고유의 미는 살리고 노폐된 것은 버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위에 말한 것은 어디까지나 내 조그마한 느낌이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으며 복장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옷차림에 주의를 한다는 것은 멋을 낸다는 것이 아니라 품위를 갖춘다는 말이며 우리들의 고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때와 장소를 가려 분위기를 조화시켜야 할 것이다. 작업복은 아무리 험하게 기름칠이 묻고 더러워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동복으로서의 품위가 잇으며 우리가 결혼식에 참석할 때에 화려한 옷을 택하고 장례식때엔 검은 옷이나 어두운 색을 택하는 것도 기쁨과 슬픔의 체온을 같이 느끼기 위해서이다.
특히 교회는 성체를 모신 곳에다 또 여러사람이 모인 곳이므로 깨끗하고 정성스레 손질한 옷은 물론 이러니와 청초하고 단정한 옷으로 엄숙한 분위기를 조화시킬 수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앞으로 여름철이 다가오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땀냄새를 풍기기 쉬우며 앞가슴이나 뒷등이 너무 많이 파져 보기에도 민망한 옷은 각자가 주의해야 될 줄로 안다.
내가 잘 아는 어떤 부인은 새옷을 지으면 반드시 교회에 먼저 입고 간다. 또 그 집 아이들도 새옷을 지어주면 으례 교회에서부터 입기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나는 이 조그만 일이나마 한가지를 엿보고 그 가정에 열가지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김 안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