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81) 10년 후에 만나자 ⑨
발행일1967-05-14 [제568호, 4면]
『내 아들, 제라르야 미안하다…』
『아빠 잘 했어!』
그들은 나와서 쌩뜨샤벨 철책을 끼고 지난 다음 검은 담을 끼고 꼭같은 발걸음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걸었다.
『아빠, 난 아빠가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
제라르가 벼란간 말했다.
『내일부터는 아빠가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게 된 그 아이들을 모두 생각하고 있지…』
『맞았어.』
『그런데 난 오늘 저녁 말이야. 아빠가 구해준 아이들을 모두 생각하고 있어…』
『구해 주었다!』
라미씨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웃으면서 말했다.
『구해주었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다. 제자르라, 10년 후에 만나자는 거지!…』
『10년 후에? 그렇지만 소년재판소 판사를 임명하는건 아빠일거 아냐?…내가 어릴 적에 군인이 되겠다고 하면 아빠는 늘 이렇게 대답했지. 「네가 참말 군인이 되고 싶으면 장교가 돼라. 언제나 목표를 높이 세워야 하는거다! 야심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고 의무로 그러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말했었지.』하고 라미씨는 중얼거렸다.
재판소의 정면과 대성당 정면은 불이 꺼져 있었다. 그러나 경시청과 시립병원에는 창문마다 불이 켜 있었다. 경시청 앞에는 남빛 트럭들이 머물러 있고, 시립병원 앞에는 앰불런스들이 머물러 있었다.
『저거 봐!』
라미씨는 생각했다.
『경찰은 밤을 새우고 법원은 잠을 잔다. 고통은 밤을 비추고 위로는 그 문을 닫았다. 이 얼마나 슬픈 세상인가!…』
그는 눈을 쳐들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조용한 가운데 검은 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작은 배 모양으로 된 달, 고집장이 달이 이 밤의 조수와 대결하고 있었다. 이따금 검은 파도가 달을 삼켰지마는 그것은 이내 가냘프고도 고집스럽게 다시 나나타곤 했다 - 마치 바로 희망의 상징인양.
「노뜨르담」 앞 광장에 모이지 않는 파종자가 뿌려 놓은 것 같던 한줌의 참새떼가 날아가 좀 떨어진 곳에 가 앉았다. 피조물 중의 가장 연약한 무리가 태평으로 탁 믿고 겨울을 지내는 셈이었다. 마치 강 건너편 언덕에 발걸음을 뚫는 불을 어떻게 마련해 놓은 부랑자들과 같이. 「희망」… 집 잃은 개로 하여금 며칠씩이고 뛰어다니게 만드는 「희망」! 버림을 받은 소년들을 행길로 내보내는 「희망」! 「희망」은 어린이들과 가난한 이들의 특권인가?
『자! 용기를 내자! 태양은 내일도 떠오를 것이다…』하고 라미씨는 생각했다.
『그렇지도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 다른데에서는 해가 뜨고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는 내가 맞이하는 내 밤 까닭으로 해서 어딘가 다른데에서는 어떤 사람이 덧문을 열고 떠오르는 햇볓에 눈을 감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것이 그 나라에 있어서 봄이 시작하는 날이고 자기 얼굴을 스치는 따스한 바람을 그렇게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기 때문에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이다… 바로 이 순간에 어쩌면 내가 겪는 나의 이 실망 까닭에 소년들을 구하고, 불의를 고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마련하라는 어떤 신비스러운 호소가 한 젊은이의 가슴을 조이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칠 수 없는 어떤 상처가, 어떤 소명이 바로 이 순간에 어쩌면…』
『아빠』하고 제라르가 갑자기 말했다.
『아빠 생각에는 이담에…』
그러나 그는 말을 잇지 않았다. 라미씨는 좀 더 기다리다가 아주 상냥하게 물었다.
『이 다음에?』
『아무것도 아니야.』
제라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러면 나의 사랑하는 소년들 안녕
1954년 1월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