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①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5-21 [제569호, 4면]
<나오는 사람들>
박노인(숨어사는) 교우(朴春化)
할머니(박노인의 처)
아녜스(치명자 이성삼의 딸-처녀)
문수(치명자 이성지의 아들)
재운(공조판서 이가환의 후손 - 총각)
재룡(재운의 친형)
재성(재운의 일가 - 퇴역 군인)
인표(재운의 일가 형)
김진사(안동 김씨)
수동(김진사의 아들 - 총각)
수연(수동의 일가 형)
쇠돌(머슴 사는 배교자)
갑석(수동의 몸종)
포졸 A · B · C
포교 A · B
하인 A · B · C 수동의 하인
하인(재운의 하인)
■ 제1막
때 1835년경 봄
곳 충청도 덕산현 어느산골
무대 내포땅의 명상인 가야산이 평풍처럼 둘러있는 산골 정자나무 아래 「인표」와 「재룡」이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고 막이 열리며 재성이 괭이를 메고 등장한다.
재성=여개들 이렇게 억울해서야 어디 살 수 있고 있도. 지난 장에는 그놈들에게 우리 당숙이 까닭없이 몰매를 맏고 오셨다니 그래 우리 문 중에는 사람이 없오?
재룡=그 김가놈의 세도 바람에 나라까지 망해가고 있으니 그놈들을 그냥 둘 수야 있냐 제깐놈들이 세도를 부리면 며칠이나 갈라구(팔을 걷어 부치며) 권부십년이라니 이놈들 내 주먹에 가루가 될 날이 오고야 말게다.
재성=그놈이 김가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 치가 떨려!
재룡=그놈들이 우리 종산에 비석을 분지르고 불을 놓고도 시원치 않아서 사람까지 잡아 먹으려 드니 그놈들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그놈들 등살에 마음놓고 살 수가 없을테니 무슨 구단을 내야겠오.
재성=천하에 벼락을 맞아 디어질 놈들 같으니라구 놈들을 그대로 둘 수야 있나?
재룡=이놈의 세상 어디 살아먹겠오 나라에는 안동김씨 일파가 세도를 잡고 나라일을 어지럽히며 백성들을 도탄에 몰아넣고 지방의 김가놈들은 그 세도를 믿고 노략질이나 일삼으며 백성들을 못살게 굴으니 말이요.
인표=말하면 무엇하나 김가놈이 세상인데 글께나 알고 나라일을 걱정하는 양반은 말꼬리를 잡아서 잡아먹고 돈냥께나 있는 사람은 트집을 잡아 긁어먹고 서학꾼이라고 잡아 죽이고 굶어서 담파는 놈 잡아 죽이고 이놈의 세상 살 놈이 어디있나.
재성=당파 싸움에 나라가 어지러웁고 세도 바람에 백성의 원성이 높아가며 무죄한 서학꾼의 피가 팔도강산을 몰들였으니 가마귀떼가 몰려와서 김가놈이 죽음을 곡할 날도 멀지 않았네.
인표=하늘도 무심할리 없지.
재성=그놈의 세도도 며칠 못가서 무슨 구단이 날걸세. 그때에는 이놈들 한놈도 남기지 않고 내손으로 박살을 내줄테다.
재룡=공조판서 이가환 대부께서 서학꾼으로 몰려 돌아가시지만 안했더래도 저놈들이 우리를 이렇게 깔보지는 못할 것인데 그러구 보면 천주학도 우리에겐 원수야.
인표=그러기에 말이지. 이 판서님이 천주학을 했기 때문에 서인으로 몰아 오다가 또 남인으로 몰아 못살게 굴더니 이젠 사파로 몰아서 잡아 먹으려든단 말야.
재룡=시골에서 땅이나 파는 놈들이 서인이건 남인이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모두 제놈들이 우리르 ㄹ잡아먹으려고 갖다붙여놓은 이읆이지.
재성=그러나 저러나 니번에 재운이란 놈이 장원급제하여 어사출도나 해야 이놈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단 말야
재룡=글방 선생님도 재운이만은 장원급제 자신한다고 장담하시니까 두고 봐야지요.
인표=김사놈이 애들까지도 재운이는 장원급제 문제없다고 떠들어 대고 있으니 우리의 원수를 갚아줄 사람은 그애밖엔 없네.
재룡=저도 밤을 낮삼아 열심히 공부하고 어머님께서도 매일 정성을 드리시고 문중이 모두 성원하여 주시니 잘되겠지요.
재성=쉬! 여보게들 저기 김가놈들이 이리로 오고있네. 가만있자 김진사의 아들놈과 조카놈 그리고 종놈일세. 저 김진사의 조카놈이 바로 우리 당숙에게 행패를 부린 놈일세.
인표=여게들 저놈들을 그냥 두겠나?
재성=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그대로 보내서는 안되네 당숙의 앙가푸리라도 해주어야지.
재룡=그렇다고 무조건 때릴 수야 없지.
재성=저놈들은 조건이 잇어서 당숙을 때린줄 아냐.
재룡=그래도 그렇지 않네. 저놈들은 지금 권세를 잡고 있는 놈들일쎄.
재성=떨긴 왜 이렇게 떨어 염려말게. 내가 해치울테니(팔을 걷어 부친다) 가만있자 좋은 수가 있네. 저놈들이 지나갈적에 내가 노려보지. 그래도 대꾸없이 지나가거던 다음에는 가래침을 밭음세. 그래 놓으면 제놈들도 그냥 지나가지는 못할 것일세. 시비를 걸기만 하면 관군에서 써먹던 솜씨를 보기 좋게 써보일터이니 자네는 구경이나 하고 있다가 저것들이 디어질 것 같거던 말리는 시늉이나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