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현대) 精神(정신) 衛生(위생) ③] 退行(퇴행)
어릴때 체험 成年期(성년기)를 지배
어머니의 가슴·視線(시선)·사랑전체가 營養(영양)
母乳(모유) 안먹고 자란 軍人(군인), 戰場(전장)서 위병 앓아
幼兒期(유아기) 體驗(체험) 復活(부활)
세계 제2차대전때 미군부대에는 위장질환자가 속출했었다. 전쟁이 오래 끌어 모든 것이 심각한 사정에 빠질무렵 총탄에 맞아서 쓸어지는 외상환자가 많았다면 몰라도 그것이 아닌 냇과적 질환때문에 병력의 손실이 나날이 증가하여간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여러가지로 치료와 예방의 대책이 강구되었다. 그러나 일조일석에 좋은 도리가 나올 수는 없었다. 위장병에 걸린 군인들은 아무런 치료에도 효과가 없어 그대로 제대시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악화만 되어갔으며 별안간 예방이란 대책을 세울 수도 없었다. 2차대전때가 1차대전때에 비해서 위생관리나 영양보급 등이 훨씬 좋았고 우월했건만 병자는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미군은 할 수없이 위장 「센타」를 설치하고 모든 위장환자를 집결시켜 연구하였는데 「X레이」니 위액검사니 할 수 있는 검사를 다해보아도 결국 기질적장해의 증거는 잡지 못했다. 그리하여 한걸음 더 나아가 연구한 결과 그것은 다름아닌 심인성(心因性) 위장질환의 만연이었음을 알았다.
1차대전에 출전한 군인들은 자라날때에 어머니의 젖을 실컷 잘 먹고 컸으며 2차대전때의 군인들은 그와 반대로 어머니의 젖대신 우유등 인공영양으로 자라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로 발견되었다. 즉 현대의 어머니들은 흔히 우유 등 인공영양으로 어린애를 기르는 경향이 많은데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공영양법은 어머니의 젖이 정히 모자랄 때나 쓸것이지 어머니가 일보러 나가는데 또는 놀러나가는데 등등 바쁘다고 하여 쓸것은 못된다.
더구나 어머니의 피로를 막는다든가 육체의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우유가 젖에 대용된다면 그 이상 더 나쁜 것이 없는 것으로 본다. 어린애는 배만 채워주고 일정한 칼로리만 맞추어 주면 무난히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젖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가슴에 안기는 것 어머니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 등등 어머니의 사랑전체가 진정한 영양이 되는 것이다. 1차대전때의 미군들은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으나 2차대전때의 군인들은 어딘가 사랑의 갈증-굶주림-배곺음을 경험하고 자라났던 것 같다. 그랬었기 때문에 커진 다음 전쟁터에서 고생을 겪게 되고 어머니가 그립게 되는 환경에 부딪치자 어렸을때 어머니가 그리워도 우유로 밖에 만족치 못했던 배아픔의 경험이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2차대전때 위장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을 정신위생에서는 바로 이렇게 보았다.
세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말과 같이 어렸을때의 심각한 체험은 성장한 후 환경의 어떤 요인이 비슷한 점만 있으면 재등장(유아기 체험의 부활)하는 수가 많다. 대포소리에 놀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문닫는 소리만 들어도 금방 놀랠 수 있는 것과 매한가지다. 그런 현상은 개한테 고기를 줄때마다 종을 치면서 주어버릇하면 나중엔 고기는 없이 종만쳐도 개가 타액이나 위액의 분비량이 많은 것을 본다는 「파브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으로도 증명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유아기 경험의 부활은 사람이 살아가다가 어떤 난관에 부딪쳐 좌절되거나 할때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 분석학적으로 퇴행(退行)이라고도 설명된다. 이것은 전술한 병리(病利) 또는 반복(反復) 등 역시 「노이로제」 또는 정신병의 중요한 발생기전의 하나가 된다.
물론 본인에겐 유아기 경험이 이미 억압된지 오래서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의 위장병증상 같은 것이 무엇에 기인되는 것인지 알도리가 없다. 한국전쟁 때에도 많은 군인들이 허릿병으로 제대되었는데 그네들은 의사한테 호소하길 어렸을때 감나무에 감따먹으러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허리를 다쳤었는데 그것이 재발된 것 같다고 하는 예가 많았다. 허리를 다쳤던 그 외상자체가 재발된 것이 아니라 허리를 다쳤을때 받았던 어머니의 간호 등 뜻하지 않았던 「병증이득」의 맛을본 유아기 경험이 잠재동기로서 다시 들먹어린 까닭이었다고 해석되었다.
막연한 불안, 어쩐지 죽을 것만 같은 불안을 호소하는 불안신경증의 교과서적인 전형적인 예에서도 흔히 같은 발생기전을 볼 수 있다.
가령 어떤 은행가는 자기가 일생원해왔던 은행장이 되자마자 그와 같은 막연한 불안 때문에 고민했는데 분석결과 그것은 어렸을때 지나치게 엄격했던 아버지를 어려워하고 미워하는 중에 느꼈던 불안의 체험이 다시 재현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즉 오늘날 자기의 윗자리(아버지자리)인 은행장의 자리를 가로채고 앉게 되었다는 환경요소의 상징적인 일치가 그런 불안경험의 재현을 일으킨 계기가 되었다고 본 것이다.
유아기체험이란 이렇듯이 성인(成人) 정신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정신분석이나 정신위생에서뿐 아니라 생리학이나 심리학 등의 모든 학설이 거의 일치하게 주장하는 의견이다.
욕구불만 안전위협 좌절감 등의 경험은 될 수 있는데로 자라나는 어린이에겐 피해져야 된다. 구김살 없이 깨끗하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착한 어린이, 사랑을 흠뻑 받고 사랑 속에서 자라나 사랑만을 아는 순수한 어린이는 성장하여 제아무리 험악하고 벅찬 현실세계에 부딪치더라도 결코 퇴행(退行)됨이 없이 그것을 정말 사랑으로 밀어나가는 인생의 힘찬 극복자가 될 수 있다. 『아해와 같이 되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하신 성경의 말씀도 이런 면에서 다시한번 풀이해 보아야할 금언이라고 생각된다.
兪碩鎭(醫博·베드로 神經精神科院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