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0여년래 명동성당 구내에 자리잡고 있는 「샬뜨르」 성 바오로 보육원에 뜻하지 않게 귀한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지난 11일 오후2시 동 보육원 강당에는 때때옷으로 갈아입은 원아들과 50여명이 흑성동 주민대표들이 미리부터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체신부장관이 서울체신청장과 용산전화국장을 대동하고 방문, 곧이어 윤 주교님도 오셔서 강당에 마련된 좌석에 자리 잡았다.
이야기는 작년 여름철로 돌아간다.
작년 5월에 속초전화국장으로 부임한 주(朱宇陽)씨는 전화국 신설과 청사신축공사에서 오는 격무에 과로하여 7월 14일 사무실에서 졸도 순직하자 유가족은 미망인 황 마리아 여인과 어린 4남매뿐으로 고인은 보기드문 청렴한 공무원으로 집한칸도 남기지 않았다.
미망인 黃 여인은 얼마 안되는 가재를 팔아 장례를 지내고 그후 살곳을 찾아서 작년 겨울 어느 몹시도 춥던날 서울로 이주하여 흑석동 산마루 외딴 판자집에 삭월세를 들고 일자리를 찾아 헤매던 끝에 위암으로 자리에 눕게 됐다.
8·15때 함남(咸南)서 월남한 사고무친인 병상에 누운 黃 여인은 몸에 걸쳤던 옷가지 마저 팔아 어린 것들과 연명하며 교회에 입교할 준비를 하고 있다가 영세도 미쳐 못하고 3월 27일에 수을 거두니 두 어린이(4남매중 위로 蘭熙(15)양과 慶南(13)군은 훌적 집을 나가버렸었다)는 졸지에 천애의 고아가 되고 말았다.
黃 여인이 죽기 전 전교 때문에 이들을 자주 찾았던 윤 모니까 회장과 여러 주민들은 나라위해 순직했던 朱씨 유족의 이 딱한 사정을 체신부 장관에게 호소, 박 장관은 관하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사랑의 모금운동을 하는 한편 고아가 된 경순(7) 은숙(5) 두 자매는 이 보육원에 맡겨졌다.
이날 벽강원 체신부장관은 이번 모금운동에 앞장섰던 최병권 서울체신청장과 송해준 용산전화국장을 대동하고 경순 양과 은숙 양의 새 보금자리인 성 바오로 보육원을 방문 모든 원아들이 골고루 나눠갖게 학용품 의류 등을 선물하고 산골짜기 우편배달부들까지 가난한 호주머니를 턴 귀중한 모금중에서 우선 20만원을 전하여 모였던 모든 이가 다시 한번 두 우런이와 그들의 가장 가까운 벗들인 원아를 위해 축복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나온 윤 주교님도 어린 은숙 양의 손에 금일봉을 쥐어 주었고 흑석동민들은 장관 청장과 국장에게 감사를 표하여 감사장을 전달했다. (朴根永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