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2)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5-28 [제570호, 4면]
인표=저 조카놈은 덩치가 큰데
재성=저깐놈 쯤은 일당백은 문제 없어요
이때 수동 수연 갑석이 등장한다
재성=에헴!(헛기침을 하며 노려본다. 수연이 흘깃 돌아다 보고 그냥 지나치려 한다) 헤헴! 투엣! 재수없군.
수연=(가다말고 도아서선) 여보! 양반이 지나가는데 그게 무슨 버릇이요
수동=아니 당신네들 시비를 거는거요
재성=아니 시비는 누가 시비냐 너희들만 양반인줄 아냐
수연=재수가 없어? 이놈 양반이 지나는데 재수가 없다니
재성=(얼어서며) 야! 이놈! 누구보고 이놈이라 하느냐. 네가 진짜 양반을 몰라 보는구나.
수동=점잖지 못하게 이 무슨 짓이요?
재성=점잖지 못해? 너희들 워작 점잖으니까 우리 당숙 장바닥에서 몰매를 주었구나
수연=아니 정말 시비로구나 이놈!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네놈도 안동김씨의 맛을 좀 봐야 알겠느냐?(팔을 걷어 붙이며 다가선다)
재성=이놈! 덤으로 우리 이씨의 맛도 좀 보아라 이 늑대같은 놈들아
수연=무엇이! 늑대같은 놈이라 이 고이헌놈 엣기!(재성의 따귀를 갈긴다)
재성=이놈! 사람을 친다. 정말로 해 볼테냐?
수연=그래 이놈! 어찌할테냐 이놈(다시 재성의 따귀를 친다)
재성=옛기! 이 불쌍한 놈 같으니라구(주먹으로 수연이를 한대 친다 수연이가 보기좋게 나가떨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며)
수연=이놈들이 다 덤벼라(다시 재성에게 덤벼든다 그러나 다시 재성의 주먹에 나동굴아진다)
재성=이놈들 우리 종산에 불을 지르고 비석을 분지르고 사람까지 구치고서 또 누구를 잡아 먹으려 드느냐. 이놈들아! 이 늑대 김가놈들아!
수동=늑대김가! 너희들이 불지르는 것을 보았느냐?(수연이 다시 일어나며)
수연=이놈들아 너희놈들이 우리 방죽을 터놓았지?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느냐(수동이와 합세하여 재성에게 덤볐으나 둘다 보기 좋게 나가 동구라진다. 다시 일어나 수연이는 앞에서 수동이는 뒤에서 재성에게 덤비나 다시 나가 떨어진다)
수동=이 고이한놈 봐라
수연=이놈 사람을 구친다 이놈
재성=천하에 벼락을 맞을 놈들아 이씨의 맛이 어떠냐
수동=갑석아 너는 무엇을 하느냐? 이놈 이가놈들 다 덤벼라(갑석이까지 합세하여 대어든다. 갑석이가 재성이의 다리를 잡아 끄는 바람에 재성이가 넘어지고 몇대 얻어 맞았으나 재룡이와 인표가 뜯어 말린다)
인표=이놈들 보자 보자 하니 하는 짓들이 백정놈만도 못하구나
재룡=이놈들 하는짓이 노략질 하는 강도와 늑대를 닮았구나 고이헌이려구.
재성=(다시 일어나서) 이놈들 다 덤벼라(갑석이를 발로 걷어차니 나가 떨어지고 수동이와 수연이를 다시 주먹으로 동댕이 친다)
갑석=아이고 허리야 이놈들 두고 보자 오늘 당한 수모를 꼭 되돌려 줄 날이 있을 것이다.
재성=무엇이 어째 이놈!(다시 싸운다)
갑석=도련님 이거 안되겠읍니다. 우리에겐 늑대 이빨같은 권세가 있지만 저놈들에겐 황소같은 뿔이 있으니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읍니다.
수동=안된다. 이놈들 모가지를 비틀어 놓고야 말테다다시 붙어 싸운다)
박노인=(허겁지겁 등장하며) 아니 이 사람들아 자네들은 구경만 하고 싸움은 안말리나.
인표=그냥 두어 보세요. 누가 죽고 사나 결판을 내야 하겠읍니다.
박노인=옛기! 이 사람들이게 무슨 짓들인가(떼어말린다) 이거 놓게
재성=할아버지 말리지 마십시요. 이 늑대같은 놈들이 세도의 이빨로 우리 이씨를 잡아 먹으려고 하니 이놈들 그냥 두어요
수연=영감 이거 놓아요. 이놈들이 천주학으로 망하니까 그탓을 우리에게 덮어씌우고 우리 방죽을 터놓고 농사를 못짓게 하니 이놈들을 그대로 두어요?
박노인=상스럽게 이게 무슨 짓들인가 이거 놓게(이때 수동이 괭이를 들고 재성이를 치려 하는 것을 재룡이 이를 막는다)
재룡=고이한놈 봤나
수동=너희 이가놈들 어디 두고보자
인표=너좀이 이놈! 어른들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쌍놈 같으니라구.
박노인=글쎄 그만들 두고 가게
수연=아이구 허리야 너희놈들 며칠이나 행세하나 두고보자 수동아 가자.
재성=이놈들 어른의 종아리 맛을 보았으니 앞으로는 조심하렸다. (이때 재운이 책을 들고 등장하면서)
재운=이게 무슨 일들입니까? 너 수동이 아니냐
수동=수동이면 어쩔테냐? 이놈 네놈이 마음놓고 공부 얼마나 하나 두고보자(수연 수동 하인 퇴장)
재성=이 고이한 놈들 뼉따구 추리기 전에 썩 물러가거라.
박노인=그만들 두게 싸움이란 암만 해도 이되는 것은 없으니
인표=아! 그놈들이 득세 합네씨고 우리에게 행패르 ㄹ부리고 못살게 굴으니 그냥 둘 수가 있어야지요.
박노인=그래도 참아야 하네. 백인당중 유태화라 하지 않나. 앞길들이 천리 만리 같은 젊은이들이 집안 싸움만 하고 있대서야 대장부로서 남부끄럽지 않나
재성=말씀을 듣고 보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재룡-지당하온 말씀입니다.
박노인=조정은 당파싸움과 세도 싸움으로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만을 일삼고 있고 백성은 도탄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이 험악한 판국에 그래도 이 나라를 도탄에서 건져줄 사람은 정의와 우국지념에 불타는 젊은이들의 정기에 있질 않나.
인표=과연 옳은 말씀입니다
박노인=대장부라면 대의를 위하여 싸울일이지 집안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면 나라꼴이 어찌되겠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