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6)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6-25 [제574호, 4면]
박노인=아아 물!(아녜스 물을 먹인다) 몹쓸것들! 이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꼴을 만들었노(눈물 지운다)
재운=(조용한 말로) 할아버진 누구세요? 저 아가씬 무슨 보살님이세요 아! 보살님! 지상보살님! 벌써 저승에 왔으니 어떻거나 영감님 지상보살님! 어머님이나 한번 보고 가게 해주세요
아녜스=(울면서) 여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여기는 저승이 아니라 높은 미고개예요 정신좀 차리세요
재운=(울면서) 관세음보살! 기어이 죽었구나 어머니도 못보고 죽다니 할아버지 우리 어머니 한번만 보게 해주세요
박노인=여게 도령 정신 차리게 나야 나 모르나 요전에 한번 만났지?
재운=어머니 나 서울 갔다 올적에 장원급제 해가지고 꽃가마 타고 올게요.
박노인=이거 죽기전에 가족에게 연락을 해야 하겠는데 어떻게 할가.
아녜스=이제 동이 트기 시작했으니 다녀오세요.
재운=선생님 그럼 다녀 오겠읍니다. 얘들아 장원급제 해가지고 오거든 풍장치고 마중나와야 한다.
박노인=아기 혼자 두고 갈 수도 없고 이거 큰일이로구나.
아녜스=할아버지 염려 마세요. 천주님께서 함께 계시고 호수천신이 보호해 주실 것이니 조금도 염려 마셔요.
박노인=그럼 내 마녀올 동안 상처에 약이나 발라주고 간호나 잘 하거라(일어나서 벽장에서 옷을 끄내어 송장을 덮어주고 자기도 의관을 차린다)
재운=할아버지 나도 가요 저기(큰소리로) 강도요! 저 강도들! 형! 빨리 도망가요 형!
박노인=아가 이 도령이 도적에게 놀랜 모양이다. 그 궤속에 청심환 있지 그것을 물에 타서 먹여라(아녜스 약을 꺼내 먹인다)
재운=아… 보살님 천사님
아녜스=소녀는 사람이여요 정신 차려요
재운=아가씨 나를 살려 주세요
박노인=오냐 걱정마라 살려주고 말고 아가 내 곧 다녀 올 것이니 간호나 잘 하거라 응(박노인 아녜스 함께 밖으로 나온다)
박노인=이젠 날도 다 밝았다
아녜스=그럼 잘 다녀 오세요
박노인=오냐!(퇴장하면서 막!)
■ 제2막 제2장
곳 제 일막과 같은 장소
막이 열리면 수동 수연 갑석이 정자 나무 아래 앉아 있다.
수연=그놈이 죽지 않고 살아 났으니 일이 재미없게 되었는걸.
수동=까진놈 살아 났어도 겁낼 것 없어요 우리 김씨의 세도세상인데 무얼 걱정이유.
갑석=한재고개 강도들의 짓인줄 알겠지. 설마 우리가 한 소행인줄이야 짐작도 못할걸요.
수연=죽어야 할 놈은 아니 죽고 그 형놈이 죽었으니 아무래도 일이 잘못되었어.
수동=이 자식들이 너무 급해, 맞아서 죽지도 않은 것을 낭떠러지에 굴려 놓았으니 살아날 수 밖에. 생사를 확인하고 오랬드니, 이것들이 그냥 오고 말았지 뭐유.
수연=그러나 저러나 이제 일은 다 글렀고 게다가 종놈이 뺑소니를 쳤다니 우리인줄 짐작 할지도 모르네.
갑석=그런 염려는 없아옵니다. 모두 복면을 하였는데 알 수가 있을라구요. 그보다는 박노인 댁에서 간호만 해주지 안했드라도 틀림없이 죽었을 것을 밤새 약을 먹이고 발라주고 치료를 해주었다니 그 영감과 이씨네와 무슨 관계라도 있는지 모르겠읍니다.
수연=더구나 그 새악씨가 남의 총각의 병간호까지 해주었다니 필경 무슨 곡절이 있는지도 모르지.
수동=아니 그 새악씨가 정말로 그 자식 병간호를 했단 말이요?
수연=앗따! 이 사람 소식 불통이군 그 새악씨 혼자서 밤새워 병 간호 하고 영감은 그 밤에 재룡이내 가서 소식을 전하여 주었다네.
수동=뜬 소문이겠지 아무리 상년이기로 서니 그래 남의 처녀가 남의집 총각을 병간호 하다니 말이 흉측하오.
수연=그러니까 보통 일이 아니라는게지. 게다가 그 박영감도 행세께나 하든 양반이니 어쩌니 하는 것들이 말일세.
수동=그놈의 자식 다시 살아나서 그 집 근처에 얼씬 거리기만 해봐라 당장에 없애 버릴테다.
수연=앗따! 이 사람 자네 그 새악씨와 무슨 관계라도 있는게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