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매스·콤」의 시대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문·잡지·방송 등 현대적 「매스·메디아」는 그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인간사회 속에 발휘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누구도, 어느 사회도 이것으로부터의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없고, 사회와 국가의 발전도 이것의 선용 여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회의 생명은 물론 신적(神的)인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으로써 이룩된 사회집단인 만큼 교회 역시 이런 현대적 추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때문에 지난 공의회에서는 「매스·콤」의 문제를 중요시하여 이에 관한 율령을 반포하였고, 또한 해마다 이 주일을 「홍보의 날」로 정하여 그 육성을 강조함도 이런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보다 더 깊이는 교회의 본질과 그 사명이 이를 용청하고 있다.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對話)의 육화(肉化=INCARNATION)라고 말할 수 있는 신인(神人) 그리스도의 역사 속에서의 연장(延長)이다. 그 때문에 교회는 본질적으로 대화적이다. 사회 안에서 사회적 교류(社會的 交流=SOCIAL COMMUNICATION)를 바탕으로 하여 사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에 있어서는 이사회교류의 지배적인 수단인 「매스·메디아」를 통하지 않고서는 교회 역시 그 구실을 다 할 수 없다.
오랜 그리스도교적 전통에 살아온 서구사회(西歐社會)에서 오늘날 다시 무신론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고 심지어는 「神은 죽었다」의 신학이라는 역사적인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웬일인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회와 현대사회간의 대화의 두절(?)이 그 중요원인이 아닌가 생각하며 또 이 원인으로는 「매스·메디아」 선용에 있어 교회가 너무나 뒤져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의 첫째 사명은 물론 복음전파이다. 생명의 신앙고백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표현과 현대적인 「메디아」(수단)를 통하지 않는 복음파는 오늘의 인간에게 「어필」될 수 없다.
『평범하고 고루한 백번의 설교보다도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한편의 드라마 방송이 더 효과적이다.』라고 누구인가가 말한 것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할때 「매스·메디아」의 선용은 하나의 효율적인 전교의 방법만은 아니다. 그곳의 이용여하는 교회의 본질 사명인 복음선포 및 신앙생활화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그런 우리나라 교회의 「매스·콤」의 실정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말해서 공백상태이다. 대대적으로는 교회의 정기간행물이 빈사(빈死) 지경에 이르러있고 대외적으로는 무(無)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역부족(力不足)이 큰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인식부족 비협조가 중요원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안위하고 있다. 소수의 관계자들 및 관심있는 이들을 제하면 사목자들 사이에서도 여기 대한 문제의식조차 찾아보기 힘든다. 「경향잡지」나 「가톨릭청년」지가 쓰러져 간다해도 그만이고 「가톨릭시보」가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 해도 조금도 마음괴롭게 생각지 않는다. KBS를 비롯하여 여러 민영방송국에서 가톨릭 「프로」를 요청해 와도 이에 충분히 응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한심한 사정이다. 한마디로 오늘의 한국교회는 「매스·콤」 문제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인식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날로 변모되고 발전해가는 이 나라 사회와의 대화 두절, 유리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아니 그 현상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 날로 더욱 커가고 있다. 이는 교회의 정기간행물의 매마름만이 아니고 교회 자체의 고사(枯死)를 초래하는 것이다.
「홍보의 날」의 의미는 물론 교회의 정기간행물의 구독자 증가 운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교회로 하여금 참으로 오늘의 사회와 대화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매스·콤」 문제에 각성하는 데 있다. 나아가 홍보수단의 선용이 교회자체의 사명 수행과 얼마나 직결되어 있는지 깊이 인식하고, 모두가 힘을 합하여, 교회내의 것은 육성하고 사회 속의 것은 성화시켜가는 데 오늘 행사의 깊은 뜻이 있다.
「교회헌장」은 교회를 인류사회의 구원을 위한 「일치의 성사」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그같은 「일치의 성사」가 되기 위해서는 명실공히 「현대세계속의 교회」(FCCLESIA IN MUNDO HUJUS TEMPORIS)가 돼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거듭 강조하거니와 현대의 대화수단 사회교류의 중요한 도구인 「매스‧메디아」의 선용이 불가결의 것이다.
내일의 한국교회의 발전은 우리가 오늘 이 싯점에 있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히 의식하고, 얼마 나 강력히 이 문제 타개에 임하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매스·메디아」를 지배하는 자가 그 사회를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金壽煥 大主敎(主敎會議 「매스·콤」 委員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