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두번에 걸쳐 브라질 이민의 실정을 이야기하였으므로, 그들이 어떻게 떠나고 어떻게 정착하고 있는지 대개는 짐작이 갈 것으로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숫자상으로 66세대가 「산따 마리아」농장에 정착하기 위해서 떠났지만, 내가 떠나올 때까지 그곳에서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은 28세대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5분의3이 본대의 목적에서 이탈해 나간 셈이다.
이런 현실을 앞에 두고 볼 때, 우리는 정부의 이민정책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계획적인 것이었나를 실감하게 된다.
당초에 브라질 정부에서 요청한 한국이민은,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농민출신자를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민으로 간 사람을 볼 때 농사를 지어 토대를 잡아보겠다고 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아서 과히 그릇된 관찰은 아니다.
그들이 목적한 것은, 「이민」이라는 편리한 「루트」를 통해서 국외로 빠져나가는데 있는 것이지, 『외국에 가서 농사라도 짓고 자리를 잡아보겠다』는 진정한 뜻의 이민을 한 사람은 없엇다는 것이 이번 체험으로 얻어진 결론이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던 사람이 웬만한 결심을 가지고 그 「정치병」을 고칠 수 없듯이 이민을 가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좀체로 거기에 대한 미련을 씻을 수는 없다. 두 고질병은 주머니가 말라버려야만 고쳐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천신만고 해서 이민을 가놓고 보니, 모든 현실이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라 절망 속에서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고 빈 주머니를 움켜잡고 돌아온 사람들도 있다.
다소 기술이 있거나 장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도회지로 빠져나가고, 그래도 좀 근기 있는 사람들이 남아서 『이왕 적지않은 돈을 쓰고 왔으니 참고 견디어 보자』면서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남아있는 28세대가 모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장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있을 때만 해도 그들중 몇몇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도 있었으니, 지금쯤은 더 줄어들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저녁때만 되면 멀리 보이는 이민촌의 등불이 하나 하나 줄어드는 것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비애를 느끼며 고국으로 돌아오는 기회가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 계속 -
張大翼(이민단 수행 지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