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10)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7-23 [제578호, 4면]
박노인=성모님께서 잘 보호해 주실 것이니 너무 염려 마오(이때 재운 재성 하인 등장하면서)
재성=이리 오너라.
박노인=거 누구요(할머니 아녜스 찔끔해서 부엌으로 나간다)
재운=할아버지 안녕하셨읍니까.
재성=할아버지 그간 안녕하셨읍니까?
박노인=난 또 누구라구 어서 들어오우(싸리문 안으로 들어서며)
재성=할아버지에게 지은 신세는 우리 가문 전부가 백골난만지사로 알고 있읍니다. 불행이도 재룡이가 밝은 세상을 못보고 갔으나 재운이가 이렇게 살아낫으니 할아버님께 지은 신세의 만분지 일이라도 갚을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되옵니다.
박노인=원 별말씀을
재성=과거일짜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직 몸도 완쾌하지 않으나 내일 제가 데리고 갈가 합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할아버님께 인사나 드리고 갈려고 왔읍니다.
박노인=아직 몸도 불편할 것인데 감내할만 할까?
재운=감사하온 말씀 이루 다 드릴 수 없고 할아버님의 망극하오신 은혜와 신세 백골난망이오며 그 지극하신 은혜에 만분지 일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 꼭 성공하여 돌아오렵니다.
박노인=은혜랄게야 무엇 있나.
재성=첫째는 생명을 건져주신 할아버님을 위하고 둘째는 억울하게 죽어간 제 형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꼭 장원급제 하여 돌아와야지요
재운=소생 신명을 다하여 꼭 성공하여 돌아와서 할아버님을 찾아 뵈옵겠읍니다.
박노인=그럼 부디 성공하여 돌아오게 그러나 대장부의 뜻을 저버려서는 못쓰느니 대장부라면 큰 뜻과 덕망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부모처자를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해야 하고 나라와 백성을 사랑해야 하는 것일세 그뿐인가 원수까지 사랑할 수 있는 아량과 덕망이 있는 대장부가 아니고서는 크게 성공할 수 없으며 이 나라와 백성을 구할 수가 없네. 참된 사랑만 있으면 이나라에 당쟁도 세도싸움도 없을 것이 아닌가. 참된 사랑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르고 그 희생에는 덕이 따르는 법일세. 아무쪼록 훌륭한 대장부가 되어 나라와 백성을 구해주기 바라네.
재운=할아버님의 높으신 뜻 굳이 명심하겠읍니다.
박노인=부디 성공하고 돌아오게
재운=비록 남녀가 유별하나 세상의 체면을 초월하여 저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소생도 모든 것을 초월하여 순수하고 순결한 마음으로 생명의 은인에게 인사나 하고 가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읍니까?
재성=사람 된 도리야 그러하지만 양반의 체면으로 그럴 수야 있나.
박노인=으음! 도령 참으로 사리가 밝아 우리 사회의 풍습이야 허락지 않지만 그렇게 순수한 마음의 소원이라면 관습을 초월해도 무방하지, 아가! 아가! 이리 나온
재성=할아버지 정말로 감사합니다. 사경에서 남녀의 구별을 할 수 없듯이 은인을 뵈옵는데 남녀를 구별할 수 있겠읍니까? 그럼 저는 먼저 실례하겠읍니다 (아녜스 나오며 재성 마당으로 나와 하인과 무엇인가 얘기한다.)
박노인=서로 인사를 하거라
재운=(정중하게 인사를 교환하고서) 무례하게 뵈와서 죄송합니다. 소생이 입은 은혜는 하늘이 무너저도 잊어 버리지 못하겠읍니다. 할아버님과 아가씨의 은혜로 소생이 다시 밝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으며 어두움 속에서 헤메든 소생이 그 높으신 뜻과 순결한 덕을 따라 날로 승화하고 있읍니다. 앞으로 죽는 날까지 아니 영원히 아가씨의 덕과 순결이 소생에겐 구원의 등불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아녜스=너무나 과분하오신 말씀입니다.
재운=할아버님과 아가씨를 다시 살아서 이렇게 뵈옵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앞으로 남은 여생을 할아버님과 아가씨의 그 드높은 덕을 본받아 오로지 정의와 나라 민족을 위해서 바칠 결심이오며 의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쳐 대장부다웁게 죽을 것을 맹서함으로써 소생이 입은 은혜의 만분지 일이라도 갚을가 하옵니다.
박노인=과연 훌륭한 뜻이로다. 그 마음 변치 말고 정의를 위해 살고 정의를 위해 죽을 수 있는 대장부가 되어주게
재운=감사합니다 꼭 명심하겠읍니다.
아녜스=그 높으신 뜻 듣자오니 무엇보다 기뿌옵니다. 도련님께서 의를 위해서 살고 죽을 뜻이라면 소녀의 모든 정성을 다하여 도련님의 성공을 빌겠읍니다. 부디 성공하고 돌아오옵소서.
재운=너무나 분에 넘치는 말씀입니다. 아직 미숙하여 철이 없고 아는 바 없으나 할아버님과 아가씨의 드높으신 덕과 뜻을 신명을 다 할 것을 천지신명께 명서하옵고 이만 실례하겠읍니다.
아녜스=부디 성공하여 돌아오옵소서. 헛된 세상의 권세와 부귀영화 탐내지 마옵소서. 세상의 권세와 부귀영화는 초로와 같이 빨리 지나가고 모두 헛된 것이 옵니다. 장원급제 못하시더라도 부디 실망 마옵소서. 무엇보다도 중한 것은 정의와 참된 사랑을 위해서 죽고 살 수 있는 대장부인 것입니다. 그것이 장원급제 하고 돌아오시는 것보다 더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오며 보람있는 삶으로서 길이 빛날 수 있는 일이옵니다.
재운=격려의 말씀 황공무지하올뿐입니다.
아녜스=우리 인생살이 하루 살이의 목숨이오나 거룩한 인간의 뜻과 정신은 영원이 살아서 빛나고 영웅다울 것이오니 부디 그 거룩하신 뜻에 변함이 없고 때묻지 말게 하옵소서.
재운=너무나 분에 넘치는 격려를 받자와 황공하올 따름입니다. 뼈가 가루가 되어 흣날리는 한이 있어도 그 거룩하신 뜻 잊지 않겠읍니다.
아녜스=소녀 이 세상에서 도련님을 다시 뵈옵지 못하더라도 부디 명심하와 성공하옵소서.
재운=인간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아오나 다시뵈옵게 될 것을 천지신명께 빌겠읍니다. 그리고 소생 성공하면 잊지않고 제일먼저 할아버님과 아가씨를 찾아뵈옵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