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11)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8-06 [제579호, 4면]
아녜스=소녀 언제나 한번은 도련님 뵈올 것을 기다렸아옵니다(목걸이를 풀어 재운에게 주며 노련님 소녀 정성으로 이것을 드리오니 부디 몸에 지니고 죽는날까지 떠나지 말게 하옵소서. 생명이 위급할 때가 오거든 그때 이 주머니를 열어 보세요 그러면 그 안에 도련님께서 꼭 하셔야 할 일들이 모두 적혀있읍니다.
재운=(받아 품에 지니며) 감사하옵니다 꼭 명심하겠읍니다. 할아버님 그럼 이만 물러가겠읍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아가씨 감사합니다.
아녜스=성공하고 돌아 오세요
(서로 인사하고 헤어지며 암전)
FO
FI
때 전면으로부터 삼일 후 밤
곳 전면과 같은 박노인의 집
방에는 등불 밖노인 할머니 아녜스 문수
문수=그 이튿날 하마터면 신부님의 신변이 위태로울뻔 하였읍니다. 신부님을 뫼시고 제천으로 가던길에 포졸을 만났지 뭡니까. 그래서 꾀를 내어 길 옆에 있는 어느 산소 앞에 엎드려 상복을 입었겠다 아이고 아이고 하며 서럽게 한바탕 울어넘겼더니 이놈들이 그냥 지자치더군요.
할머니=모두 주 성모님의 도우심일세
박노인=만주에 와 계신 신부님을 하루속히 모셔와야 하겠는데.
문수=정세가 좀 안정되면 우선 만주에 와 계신 분류켙 신부님을 모셔와야 하고 그 다음엔 지금 북경에 와 계신 모방 신부님을 모셔와야 하겠읍니다만 종덤 기회를 봐야하겠읍니다.
박노인=오래지 않아 마까오에 간 학생들이 신부가 되어 올 날도 머지않았네. 하루 속히 우리 조선인 신부님이 들어와야 전교에 안전할거야.
아녜스=시국이 이렇게 어지러운데 신부님들께서 오셔도 큰 걱정이옵니다.
박노인=무엇보다도 시국이 안정되고 신교 자유이 시대가 와야할 것인데 지금으로선 어찌 할 바가 없구나.
할머니=밤도 깊었으니 오늘은 이만 기도나 드리고 귀세요
박노인=그럽시다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 후 불을 끈다. 이때 밖에는 갑석이 하인 ABC 등장하며 정자나무 아래 엎드려 있다.)
하인A=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없네 새악씨가 나 잡아 가시오 하고 나올리는 없으니 말이야
하인B=이러나 저러나 오늘 날만 밝으면 우리들의 다리가 성해날리 없네
하인C=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팔자이니 속히 시작이나 하세
하인A=이 징그러운 종놈의 신세 이러나 저러나 면할 길이 없으니 차라리 죽어버리기라도 했으면 좋겠네
하인B=누가 아니래 천주학쟁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우리까지 못살게 군담
하인C=잡아 오라는 새악씨는 어떻구 참아 꽃 같은 새악씨를 어떻게 잡아가지
갑석=여보게들 날이 밝기 전에 시작하세. 새악씨가 불쌍하긴 하지만 우리들 목숨과는 바꿀 수 없으니 하는 수 있나
하인 A=자! 그럼 시작하세
하인B=자네부터 시작하게
하인C=자네가 먼저 들어가게
갑석=자네들 이럴 때가 아니야 자! 시작하세
(모두 일어나 수건으로 복면을 하고 담을 뛰어 넘는다)
갑석=주인장 계십니까? 주인장 계시요
박노인=(방문을 열고) 거 이 밤에 누구시요
갑석=아랫 마을 이 참봉 댁에서 왔읍니다. 긴히 전할 말씀이 있어서요
박노인=(밖으로 나오며) 무슨 말씀이요. (이때 하인들이 대들어 박노인을 결박지으며 일부는 방으로 들어간다) 강도다! 강도요1(문수 방망이를 들고 뛰어 나와 하인들을 마구 난타한다) 이 놈드아!
하인A=아이구 아야(쓰러진다)
하인B=아이구 어머니! 아이구!
하인C=이놈이 누구냐 이놈! 아얏! (방에서 할머니 아녜스 비명)
할머니=사람 살려요!
아녜스=강도요! 강도! 사람 살려요!
(하인 A·B·C와 문수 격투 갑석은 아방에서 아녜스를 끌고 나온다)
하인A=아이고아야 이놈 봐라.
하인B=내팔! 아이고 내 팔이 없어졌어
아녜스=사람살려요 강도요!
갑석=이 놈들 무얼하느냐? 새악씨 여기있다 여기 있어 이놈들
(문수 재빨리 갑석을 방망이로 마구 난타한다)
갑석=아이고 이게 누구야 아이고 아얏
하인A=용돌아 나는 눈이 빠졌어 내 눈좀 찾아 줘(허둥댄다)
하인B=(도망가면서) 아이고 도깨비다 갑석아 빨리 도망가자
하인C=(쓰러졌다가 일어나 기어서 도망가면서) 얘들아 내 팔 좀 찾아 가지고 함께 가자! 용돌아 내 팔 좀 찾아줘! 아이고 도깨비!
갑석=아이고 아야 이놈이 누구얏! 뭣이! 도깨지라고! 아이고 사람살려요 (실컷 매를 맞다 도망친다 하인들 모두 퇴장)
문수=(문밖에까지 하인들을 쫓고와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녜스야!
할머니=여기있네 아기도 여기 있고
아녜스=오빠! 할아버님!
문수=(박노인의 결박을 풀으며) 할아버님 어디 다치신 데나 없으세요?
박노인=나는 괜찮네마는 자네들은 다치지나 않았나
할머니=영감님 어디 다치지 않았어요
아녜스=할아버님 소녀는 안전하옵니다
문수=불행중 다행입니다
할머니=어서들 들어가세요
박노인=무사한 것만도 다행일세 주 성모님이 도우심이니 감사 기도나 드리세
문수=(모두 방으로 들어가며) 할아버지 아무래도 수상하옵니다. 강도 짓 같지는 않고 대체 누구의 소행인지 모르겠읍니다
박노인=짐작이 가네만 하는 수 있나(모두 방에 들어가 문을 닫으며 막-)
■ 제4막 1장
때 - 전막으로부터 수일후
곳 - 김진사 댁의 사랑채
무대 - 우측에 사랑채가 있고 좌측으로 퇴마루와 넓은 뜰이 있으며 개와 담으로 둘러 있고 좌측 담에 대문이 있다. 막이 열리면 「수동」 「수연」 「쇠돌」이는 방에서 놀음을 하고 갑석이는 마루에서 글을 읽고 있다.
수동=(투전 몫을 잡고서) 갑석아 글만 읽을 게 아니라 누가 오나 잘 살펴라 아버지에게 들키면 경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