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12)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8-13 [제580호, 4면]
갑석=알았읍니다 맹자왈 공자왈 시고로 군자는 천지현황 하고 일월영책이니라! 우주홍황 하고 진수열장 이라! …… 운운
쇠돌=오늘은 왜 이렇게 끗발이 아니 나올까! 이상한 일인데.
수동=어제 잃은 밑천을 다 찾아야지
수연=쇠돌이 자네 어제는 그렇게 잘 나오더니 오늘은 웬 일인가
수동=(투전 몫을 나누어 주며) 자! 돈을 치러요
수연=자! 난 여기로 단양 갔네
쇠돌=나는 여기로 단양 갔읍니다.
수연=(투전장을 한장 뽑으며) 쇠돌이 어제 자네의 솜씨만 믿고 돈을 대주었더니, 내돈 보따리마저 달랑거리니 큰 일 일세, (제어 보고서) 자! 다음으로 가게,
쇠돌=거 참 이상하다(한장 빼어 제어보면서) 한장 더 주시요
갑석=(엉터리 글을 읽는다) 공자왈 천지지간 만물 지중에 사람인이 최귀하니라, 시고로 맹자왈 부자 유친하고 군신이…운운.
수동=(투전 몫을 제어 보며) 자! 펴 봅시다 일 팔 감오요
수연=나는 장팔인데 이번엔 내가 꼭 먹을 줄 알았더니, 또 틀렸군.
쇠돌=망할 놈이 것 겨우 여섯 끗이야
수동=(다시 패 몫을 쥐고 떼어 놓고서) 자! 어디로 갔오? 이번엔 한 열양씩 대시요
수연=마음대로 하게나 이번엔 이리로 갔네 자 열양
쇠돌=나는 여기로 갓읍니다.
수동=얼마 갔어 노름의 탓자가 왜 이리 떨어 어제는 내 돈 칠십양 따갔겠다.
쇠돌=오늘은 그 돈 칠십양 하고 김 주사의 돈 백양에서 이제 스무양 밖에 남지 않했는뎁쇼 예라 나도 열양이요
수동=자 그럼 갑니다
수연=(제어 보고서) 됐어 알로 가
쇠돌=(심각하게 제어 보고서) 빌어 먹을 한 장 더 주시오.
수동=(힘껏 제어 보고서) 자! 보나 마나 또 갑오지 뭐 자넨 뭐야?
쇠돌=거 참 이상하다 겨우 삼새이니
수연=함께 가세 나도 감오야
갑석=모두 다 헛된 꾸이로다 시고로 주몽왕이 가로되 천지 지간에 군신이 유의하고 부자유친 하자 하니라(가끔 양쪽을 휘 둘러 보면서) 시고로 무왕이 가로왈 인생이 학업에 불공하고 주색잡기에 빠지면 패가 망신한다 하니라
수동=이놈아! 글을 읽는거냐? 뭐냐 글도 아니고 시조도 아니고 그게 무엇이냐?
갑석=도련님 글이고 뭐고 누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어서 치우서요.
수동=(돈과 투전 몫을 방석 밑에 넣고 명심보감을 읽기 시작한다. 쇠돌이 수연이도 책을 뒤적거린다) 성리서에 운하되 견인지선이어든 이심기기지선하고 견인지악이어든 이심기지악이니라 여차라야 방시유익이니라 경행록에 운하되 대장부 당용인이언정 무위인소용이니라.
김진사=(우측에서 등장하여 방을 들여다 보며) 수동아 너 무슨 글을 읽고 있느냐? 에잇! 못생긴 것 여기껏 명심보감을 읽고 있어.
수동-논어 맹자까지 다 읽었읍니다. 이것은 다시 복슴하느라고 읽어 보는 것 뿐입니다.
김진사=녀석아 남들은 과거를 보러 보누 서울로 갔는데 너는 어찌하려고 공부도 아니 하고 놀기만 하느냐!
수동=이번엔 자신이 없어요 그러나 다음번엔 장원급제 문제없어요. 걱정마시고 들어가세요.
김진사=자식 하나 둔게 남처럼 똑똑하지를 못하니 큰 일이야(안으로 퇴장)
수연=하마터면 큰 일 날뻔 했네 빨리 해치우세.
수동=(투전못을 다시 끄내어치면서 갑석아! 선생님에게 오늘 나 몸이 아파서 공부하러 못간다고 일러라
갑석=예! 알았읍니다(대문으로 퇴장)
수연=이번엔 내가 패를 잡지 이리 주게(패몫을 잡고 투전장을 떼어놓고) 자! 돈을 치러요
수동=자! 나는 이것으로 열양 갔네 쇠돌이 자네도 열양 다 가게
쇠돌=예라 못살면 얼마나 못살것이냐 이쪽으로 열양 다 갔오.
수연=자! 그럼 떼네, 쇠돌이 정신 차리게 이번에 밑천이 드러나면 마지막이야 이번에도 실패하면 내 돈 백양은 어떻게 갚을 것인가?
쇠돌=나으리 정말 이상합니다. 어데가서 노름을 해봐도 이렇게 잃으보기는 처음인데요
수동=아무래도 이번엔 시원치 않은데(제어 보고서) 에라 한장 더 빼자(어제 저녁에 돼지 꿈을 꾸었는데 (다시 제어보고 그러면 그러지 알로!
쇠돌=(힘껏 제어보고서) 한장 더 주시오(다시 보고서) 오늘은 아무래도 재수가 없구나
수연=(한장 빼고서 몫을 쇠돌에게 넘기고 제어본다) 자! 펴봐요 나느 ㄴ장팔이요
수동=한끗 차이로 이번엔 졌오
수연=자넨 몇끗이야 왜 말이 없나.
쇠돌=틀렸읍니다. 나으리 한 오십양만 더 빌려 주십시오. 꼭 따서 갚아드리겠읍니다.
수연=(화를 버럭 내며) 아니 이 놈! 뻔뻔도 스럽지 여편네 농속까지 팔아서 쥐까 또 꿔 달라고 나는 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인 줄 아느냐. 이제는 더 안속는다. 돈을 따면 개평으로 50양을 준다고 괴였지 이젠 개평도 싫고 따는 것도 싫으니 어서 본전이나 내 놔라 네 좀 때문에 나도 시혼닷양이나 잃었어. 어서 본전이나 내 놓아라 어서.
쇠돌=(난처해져서) 도련님 많이 따셨으니 한 오십양만 빌려 주슈.
수동=머슴 사는 놈에게 돈 꿔어 주었다가 언제 받을려고 돈을 꾸어 주어. 미친년에게 밥 주고 욕먹는 격이 되라고. 그건 안되.
수연=머슴 놈에게 속은 것만도 분하다. 어서 돈을 내놔 이놈! 못 내놓겠니 왜 말을 못하느냐. 정말 돈을 내지 않으면 네 놈이 목아지를 옭아서 주리를 틀어 죽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