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현대) 精神(정신) 衛生(위생) ⑤] 分裂(분열)
空想(공상)에 빠져 分裂症(분렬증) 도발 우려
심한간섭 억압으로 內向性(내향성) 形成(형성)하면
現代(현대) 特徵(특징)=孤獨(고독) 內向(내향) 斷切(단절) 幻想(환상) 방황
K양은 모 일류여고의 3학년 학생이었다. 원래 공부도 잘하고 얌전하여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다 제 실력으로 입학했을뿐 아니라 처음에는 학교에 다니는데도 부모에게 아무런 걱정하나 끼치지 않는 모범생이었다. 그러던 아이가 중학교 졸업반이 될 무렵부터 통말이 적으면서 방안에 혼자 앉아 공부만하는데 그러나 어쩐 일인지 성적은 점차 떨어져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적은 좀 떨어졌어도 워낙 공부를 잘하던 아이라 그런데로 고교 입시에는 무난히 입학되었다. 그러나 고교에 입학되었는데도 기쁨을 가족들과 같이 나누는 모습이 별로 없고 여전히 말이 적으며 시험때가 아닌데도 좀 나와 놀기라도 하였으면 하는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언제나 학교에 갔다오면 꼭 제방으로 들어가 앉아 나오지 않고 있기를 좋아했다. 참 이상도 하게 성격이 차겁다고 할까 어딘지 걱정스러웠으나 부모들은 그래도 고등학교 여학생이 너무나 다니고 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하는 것보다는 얌전히 집에 있는 것이 얼마나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며 참기도 하였다.
이런 것은 성격의 대향화(內向化)라고 하여 정신위생적으로 볼때는 퍽 좋지 못한 경향이다. 대개 사춘기 이후에 발병이 잘되는 정신분열증은 이런 성격의 확대판처럼 해석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학생이 얌전하기만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런 성격은 타고 나는데도 달렸겠지만 부모들의 교육훈련에 퍽 좌우된다.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쓸데없이 억압하는 것이 대개의 경우 나쁘다. 좀더 자유스럽고(방임하라는 뜻이 아님) 창조적인 면으로 성격을 이끌면 내향적인 성격은 형성되지 않는다.
성격이 내향화하면 공상(空想)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외부현실에 대한 접촉능력이 줄고 대인관계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고독과 독거(獨居)를 즐기며 인생의 장래문제와 욕망의 갈등을 모두다 공상으로 해결하려 든다. 가령 영어를 못하는 학생이 어떻게든지 꾸준한 노력으로 실력을 만회할 생각을 못하고 『그까진 영어야 미국의 아저씨한테 가면 한달이면 될 걸』하고 공상하며 아버지한테 말해서 빨리 미국에 있는 아저씨 밑에 가서 공부해 볼 것을 생각한다. 이에 대해 아버지는 『네까진 영어실력으로 미국을 어떻게 가느냐』고 현실적 비판을 내린다. 그러면 학생은 다시 퇴행(退行)하여 다른 꿈을 즐긴다. 공상과 꿈으로 이 세상에서 안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K양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을 보면 참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와 싸운담에 오는 어머니의 신경질적인 화풀이엔 극단의 혐오를 느꼈다. 어떻게 하면 빨리 커져서 미국에라도 가서 이런 가정환경을 벗어나 볼까하는 공상을 갖기 시작했다. 자기를 영어를 잘하는 가장 멋진 여성으로 추켜올려 부모의 간섭없이 조용히 그리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앞날의 공상으로 몰아넣기를 좋아했다. 불행하거나 불안한 부모들은 간섭을 더하게 마련이다.
K양이 공상으로 날을 보내는 동안 성적이 떨어져 가니까 부모들은 성급한 간섭을 계속했다. K양은 더욱 반발하면서 정서의 갈등을 모두 공상으로 해결 지웠다.
자기의 어머니를 진짜 어머니가 아닌 것으로 공상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자기 주위의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변하면서 모든 행동은 제멋대로」 이루어졌다. 가진 비행(非行)이 계속되는 가운데 교사나 부모나 친척들은 모두 다 『그렇게 얌전하던 아이가 이럴 수가 있겠느냐』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되었다.
공상이 지나쳐서 백주몽(白晝夢)으로 되면 사고(思考)는 일정한 목표를 상실하고 정신은 중심을 잃게 되는 것으로 이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고가 목표를 상실하면 정서나 의지면의 인격도 중심을 잃는다. 어머니가 돌아갔다는 얘기를 듣고도 먼산만 쳐다보며 웃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된 상태를 정신분열증이라고 한다. 분열된 상태에선 양극(兩極) 감정이 언제나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가장 의지하고 싶은 부모에게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자기부모가 부모이면서도 부모가 아닐 수도 있게 된다. 신(神)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동시에 죽었다고도 생각한다. 모든 것이 마음대로 생각된 모순도 마음대로 합리화시키게 된다. 그러길레 신(神)은 죽었다고 하는 말은 정신이 분열된 현대에 사는 사람들의 꿈속의 잠고대라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공상의 세계로 사람을 이끌기 쉬운 성격의 내향화는 분열증으로 발전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너무 얌전하기만한 것이 좋은 것이 못된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억압은 자유롭고 독창적인 개성을 발전시키는데 해롭기만 하다. 현대의 기계적 물질적 문명속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도취와 오만에 빠져 참된 자유와 독창적인 생활을 진취적으로 건설해나가지 못함으로 공상적이며 분열적이다. 고독하고 내향적이며 서로간의 흐뭇한 대화가 없으며 절대적이고도 높은 가치(價値))에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방향을 잃은 환상속에서 헤메고 있다. 그래서 맹목적으로 줄달음치는 근대화되는 사회환경은 모든 것이 위험하고 해롭기만 하다.
兪碩鎭(醫博·베드로 神經精神科院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