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13)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8-20 [제581호, 4면]
쇠돌=나으리 조금만 참아 주슈. 이 삼일내로 갚아 드리겠읍니다.
수연=무엇이 이 삼일내로 갚아준다고. 소용없다. 당장 갚지 않으면 네놈을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다.
쇠돌=죽을 죄를 지었으니 한번만 봐주슈 어떻게 해서든지…
수연=쇠돌의 멱살을 잡으며) 이 놈 봐라 뱃짱이로구나 없으니 못주겠단 말이지 이놈! 정말 못주겠느냐?
쇠돌=당장 없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수연=이놈! 무엇이라고(쇠돌의 따귀를 치며, 발길로 마구 차면서) 네 놈이 양반의 돈을 백양이나 먹고서 성해 날 줄 알았더냐 이놈!
수동=(싸움을 말리면서) 형님!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갚아줄 것이니 제발 떠들지는 마십시요.
쇠돌=(너무 기뻐서) 도련님 감사합니다. 도련님의 신세 망극하옵니다.
수연=그럼 빨리 내 돈을 돌려주게
수동=주면 되지 않아요 원 형님두 여게 쇠돌이 언제까지 갚을 것인가 증서나 하나 써주게 돈은 여기 있네. (엽전 뭉치를 내준다)
수연=(돈뭉치를 받아가지고) 꼭 백양이군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네 미친 개에게 물릴뻔 했다. 에이 오늘은 재수가 똥수로구나 그럼 난 가네.
쇠돌=(붓을 들고 차용증을 써서 수동에게 주면서) 도련님 감사합니다. 열흘 이내로 꼭 갚아 드리겠읍니다.
수동=(증서를 보면서) 머슴치고는 글 솜씨가 제법인데 그 전에 천주학을 했다더니 무식쟁이는 아니군.
쇠돌=무엇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읍니다.
수동=자네 좋은 수가 있네 자네 힘으로는 이 큰 돈을 갚을 재주는 없을게고 하니 내 심부름 하나 하게 그 일만 잘 하면 빚을 모두 탕감해 줌세.
쇠돌=(좋아서) 무슨 일입니까?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던지 다 하겠읍니다.
수동=어려운 일도 아냐 자네 전에 천주학을 했다지.
쇠돌=옛날에 멋 모르고 조금 했엇지요.
수동=그럼 잘 됐네(쇠돌이의 귓속에다 대고 무엇이라 한참 소근거린다.) 뭐 그렇게 힘드는 일도 아냐.
쇠돌=그런것 쯤은 문제 없읍니다. 실수없이 알아다 드리겠으빈다.
수동=자! 여기 한오십양 있네 아쉬울테니 우선 갔다쓰게 일만 성공하면 한 오십양 더 줌세
쇠돌=도련님 너무 황송합니다. 그럼 곧 다녀오겠읍니다. (돈을 집어 넣고서 퇴장하는 데 하인 A· B ·C 등장한다)
수동=그럼 잘 다녀 오시오 너희들 간 일은 어찌 되였느냐? 벙어리가 되었느냐 왜 말을 못하느냐?
하인A=옛날에 이판서님과 그 가족들을 천주학을 했으나 모두 죽고 현재 재운이의 가까운 집안에 천주학군이 하나도 없다 하옵니다.
수동=내가 그 증거를 잡으면 네놈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있는 것을 알고서 알아오라는데 그것도 못해 이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아
하인B=소인네이 힘으로는 알 도리가 없아옵니다.
수동=천하에 못 생긴 것들! 노인과 여자밖에 없는 집에 가서 매나 싫건 얻어맞고 오고 그래도 네놈들이 사람이냐?
하인C=정말로 그집엔 도깨비가 있읍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맞을리가 있읍니까?
수동=이놈들! 나를 희롱하려 하느냐. 내일까지 하루만 더 기회를 준다 만약 내일까지 새악씨를 끌어오던지 정보를 알아오던지 둘 중에 한가지도 못할 경우엔 네놈들의 목아지가 없을 줄 알거라 알았느냐?
하인ABC=네이 알았읍니다.
수동=알았으면 썩 꺼져! 빌어먹을 놈들(하인들 퇴장하며)
■ 제四막 제2장
전막으로부터 이틀 후 박노인 집. 막이 오르면 쇠돌이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등장한다.
쇠돌=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박노인=(방에서 나오며) 거 누구시오
쇠돌=주인장 계십니까?
박노인=이 사람이 주인이요 무슨 일로 오셨읍니까?
쇠돌이=홍주에 사는 윤봉춘이 올시다. 긴히 뵈옵고 여쭐 말씀이 있어 찾아왔읍니다.
박노인=모슨 말씀이신지 들어오시요(둘이 마루에 걸터 앉으며) 나는 박춘화라고 하오
쇠돌이=성함 익히 들었읍니다. 실은 이렇게 찾아 온 것은 다름 아니오라(주위를 휘 둘러 보고서) 회장님 죄송합니다 저! 실은 천주교 신자입니다. 정해년에 형님과 함께 체포되어 해미 감영에서 형님만 치명하시고 죄인 마음이 약하야 매에 못이겨 배교하고 나왔읍니다.
박노인=쉬! 그런 말씀 함부로 하지마시오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요
쇠돌이=이제는 죽을 각오를 하였으니 겁날 것 없읍니다. 실은 부끄러운 말씀이오나 그동안 냉담 생활을 하고 있으나 양심의 가책에 견딜 수가 없고 형님께서 구중하시던 생각이 나면 부끄러워 견질 수가 없어 이제 마음을 고쳐먹고 회개하려 합니다 .
박노인=그런 사정을 어찌 내게 와서 하시는지요
쇠돌=회장님 모르는 사람이라고 너무 염여마십이요. 실은 그래서 사방 돌아 다니면서 신부님을 찾아뵈옵고 고해성사나 받고서 다시 박해가 오면 전죄를 뉘우치고 위주치명하려고 결심을 하였읍니다. 그래서 사방 수소문 하여 보았으나 앞길이 없어 걱정하던중 공주 어느 산골에서 하루를 묵게되어 주인과 밤새 얘기 하다보니 마침 그 분이 교우이드군요. 그래서 저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회장님댁을 가리켜주며 찾아가서 상의하라 하시기에 이렇게 찾아왔읍니다
박노인=누가 그런 소리를 합디까?
쇠돌=속명은 잘 모르오나 김 바오로라고 하더군요. 저의 본명은 스데왕입니다. 물론 찾서른 행인의 말이니 의심나실지 모르오나 어지러운 세상을 살면 얼마나 더 살겠읍니까?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니 죽기전에 죄를 뉘우치고 고해성사나 받고 있다가 군난이 오면 천주님을 위해서 죽을가 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