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14)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8-27 [제582호, 4면]
박노인=말씀을 듣고 보니 교우임에 틀림없는듯 하오만 나도 신부님의 거처는 모르고 있오
쇠돌=찬미 예수 마리아!(반가운 듯이) 오랜만에 교우를 만나 뵈오니 반갑움기 한이 없읍니다.
박노인=찬미 예수 마리아! 나도 기쁘기 한이 없오 더구나 전죄를 뉘웃치고 회개하겠다 하시니 참으로 경하할 일이요 천주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쇠돌=부끄러움기 한이 없는 몸입니다.
박노인=천주님께서도 울안에 있는 아흔 아홉마리 양보다도 잃어버린 한마리 양을 찾는 기쁨이 더 크다 하였오.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오
쇠돌=브끄러울 뿐입니다.
박노인=부디 진정으로 개심하고 회개하여 다시는 천주님의 마음을 상해드리는 일이 없도록 명심하오
쇠돌=어찌 다시 감히 지존하신 주님을 배반하겠읍니까 하루! 바삐 신부님을 찾아뵈옵고 성사를 받아 성총지위를 회복해야 하겠읍니다.
박노인=한 일주일 있으면 신부님에게서 인편으로 연락이 올겁니다. 그때 함께 가서 뵈옵도록 하시지요
쇠돌=젊은 몸이오니 제가 찾아 뵈옵겠읍니다 .사방에서 교우들이 체포되었다는 소문이 나도는데 아마 군란이 또 닥쳐올듯 합니다. 하루바삐 고해성사를 받고 이번에는 용감히 치명해야 하겠읍니다
박노인=장한 뜻 반갑소 공주 산골에 사랑골이라는 점 마음이 있오 거기 찾아가서 유 회장을 찾아내 이야기를 하면 신부님 거처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쇠돌=회장님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 그럼 이 길로 떠나가 찾아비옵고 돌아오는 길에 또 찾아 비옵겠읍니다.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박노인=(쫓아 나오며) 여보시오 그렇게 서둘지 말고 좀 쉬어 가시오.
쇠돌=나오시지 마십시요 그럼 또 찾아비옵겟읍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퇴장)
박노인=(함께 퇴장하며) 여보시오 좀 더 쉬여서 가시오 (박노인 퇴장하며 암전)
때 그 다음날
곳 박노인의 집
막이 밝아 오면 아녜스 백합꽃을 서너송이 손에 들고 등장하며.
아녜스=어쩌면 이렇게 도 고울거? (냄새를 맡으며) 나도 꽃과 같이 아름다움고 향기롭게 피어서 영원히 더럽여지지지 안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꽃과같이 순결하고 아름답게 살 수만 있다면 성모님 어떠한 고난이라도 달게 참아 받겠나이다. 오! 성모님! 소녀의 가슴에 영원히 시들지 않고 향기로운 순결과 정결을 주옵소서.
할머니=(부엌에서 나오며) 아가! 참! 꽃도 곱기도 하구나 꽃중에 제일 좋은 꽃은 가시나무에 피는 꽃이라는데 이꽃도 곱구나
아녜스=소녀는 장미보다 백함이 더 좋은 것 같은데요 더 향기 짙고 순결해서 좋아요
할머니-가시나무에 피는 백합은 더욱 곱다더라
아녜스=어마나 할머님 가시나무에 피는 백함도 있어요?
할머니=있고 말고 우리 어려서 신부님께서 이런 노래를 가끔 불러주셨단다. 들어 봐라(하늘을 우러러 손을 합창하고서) 나는 들에 핀 백합이로다. 나는 골짜기에 핀 백합이로다. 여인 중에 내 가장 사람하는 꽃은 마치 가시나무 중에 피는 백합같으라. 옛날 살로몬 왕이 부른 노래라고 그러더구나
아녜스=소녀도 뱃합꽃이 제일 좋아요 더구나 가시나무에 피는 백함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소녀도 천주님과 성모님 외에는 아무도 꺾지 못하게 마음에 가시를 달고 이 백합처럼 되였다가 순결하게 죽어가겠어요.
할머니=피흘려 치명하면 피 묻은 백합이 되겠구나
아녜스=할머님 흰꽃에 피가 묻으면 더욱 곱지 않겠어요(한송이는 머리에 한송이는 옷깃에 꽂고 한송이는 할머니에 주면서) 우리 이렇게 꽃을 안고 천당에 가면 좋겠어요
할머니=우리 천당에 갈 적에 꽃이나 한아름씩 꺾어가지고 가자구나
박노인-(허겁지겁 등장하며) 여보 어서 피하시오 포졸들이 몰려 오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하오
할머니=지금 도망을 가면 어디로 가겠어요
박노인=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오 어서 애기를 데리고 피하시요 어서
아녜스=붓잡혀 죽으면 다 함께 붓잡혀 죽지 저희들만 살아서 무엇 하겠어요. 소녀도 이미 각오가 다 되었으니 염려 마셔요. 소녀 혹시 혼자 사라남는대도 오히려 욕된 삶이 될 것이오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함께 죽어 영광을 지니고 주님 대전에 나가겠아옵니다.
할머니=설마하니 우리를 잡으러야 오겠읍니까
박노인=밤새 꿈자리가 사나왔고 세상일 알 수 었으니 어서 피하시오.
(이때 수동 수연 갑석 포졸 A 하인 A · B 몰려들어오며)
수동=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박노인=거 누구요(할머니 아녜스는 기겁하여 부엌으로 들어간다)
포졸A=들어가 모두 포박하거라
하인 A · B=네이(달려들어 박노인을 결박한다)
박노인=으음 모두 네놈의 수작이였구나. 하늘도 무심치 안할 것이다. 이놈!
수동=영감님도 망녕이 드셨군. 새악씨는 어딜 갔오
박노인=이 천하에 고이한 놈들!
포졸A=여봐라 안에 들어가서 모두 끌어내 결박하거라
하인 A · B=네이
할머니=(부엌 문을 열고 아녜스는 머리와 가슴에 꽃을 꽃은 채로 나오며) 자 여기 있으니 죄가 있거든 묶어라(하인들 달려들어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