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같은 역사적인 사실을 통해서 현시점에서의 한국교회가 우리선조의 통속적인 풍속으로 지켜오던 상제법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태도와 이해와 정신자세를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한국민족의 황제에 대한 유래와 현재의 정신을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사를 논하자면 이조 5백년간 유생들이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인 예식인고로 중국고대의 문헌과 그 정신을 먼저 알아보아야할 것이다.
물론 삼국시대와 그 이전 고조선시대에도 자연에 제사지내는 등 인간을 초월한 힘을 빌어 보려는 정신은 동서를 가릴 것 없이 꼭 같은 태도라 하겠으나 그러나 선조에 대한 추도의 제례의식에 대한 문헌은 중국역사가 시작될 무렵의 황제(皇帝)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황제 헌원씨가(강생전 2486~2386년)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하여 황하와 양자강의 중간지역을 차지하여 의관과 역서와 관월을 두는 등 좋은 일을 많이하고 죽으니 그의 신하 좌철(左徹)이란 분이 죽은 황제를 존경하고 그 은혜를 두고 두고 잊지 않기 위해 그가 쓰던 의관과 그의 앉았던 자리와 지팡이를 거두어 사당에 모셔두고 다른 제후군신들과 함께 거기모여 제사지내더라(取衣冠几부而묘祀之一史記)한 말에서 사람이 사는 곳에 죽은 이를 기억하는 예가 따르는 것은 인간본심에서 울어나는 정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태고부터 인간의 본정에서 전해진 선조기념의 예는 공자성인도 그대로 이어받아 강조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사회제도의 철리(哲理)로 가르치게 되었다.
이게 바로 공자의 정치론인 덕으로써 가정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려야 바른 질서를 유지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치 북극성이 모든 별의 중심을 이루듯이 나라에는 임금님이, 가정에는 가장이 중심이되어 아름다운 효도의 예를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하느님께 순종하는 자되어 언제나 흥왕되이 살 수 있다(順天者存)는 이론을 부르짖었다. 여기서 『어버이 섬기기를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바뜰듯이 하라. 그러면 나라와 가정이 평화롭게 될 것이다』라는 정치 이론이 나오게 되었다.(事親也 如實天·事天·如事親一禮喪公開)(曾子曰 愼終追遠이면 民德이 歸厚矣리라-論語)
이는 바로 우리 교회의 열가지 계명 중에 제4계에 꼭 맞는 말씀이다.
부모께 효도함을 크게 명하시며 사랑의 계명을 유언으로 명하신(요한 13·14)
예수님의 뜻과 보이는 제부모 형제를 미워하면 저 천주를 사랑하노라 하면 그는 거짓을 말하는 자니라고 하신(요한 제-서 4·20) 말씀과 상통하는 하느님의 뜻에서 나온 말들이다.
제사는 인간이 선조께 받은 은공을 생각하며 갚고 사례하기 위한 것이라 했다.(所弘報本反始也一禮祭統)
이래서 인간은 부모 섬기는 것을 살아서만이 아니고 별세하신 후에도 잊지 않음으로써 살아계신 어른을 섬기게 하는 교훈을 주며 하느님께 제사는 천자가(天子=임금) 선조의 제사는 자손이 정성되이 바침으로써 나라의 태평성대와 가정의 평화가 자손만대에 이어지는 것으로 교육시켰다.
그래서 임금이나 선조나 어른들께 불효하고 거역하는 자는 하느님께 죄를 짓는 행위가 되어 망한다는 정신을 가르쳤다.
그래서 불효의 죄가 제일큰 죄라고 단정하게 되었으니 공자 말하기를 다섯가지 형벌에 속하는 죄가 삼천이로되 불효보다 더 큰 죄는 없느니라(子曰 五刑之屬이 三千이로되 而罪莫大於不孝이라 一老經)고 했다.
그뿐 아니라 효는 하늘이 만든 법이라고 가르쳤다.
즉 공자 말하기를 『효는 하느님이 만든 글이며 땅의 정의이며 백성의 행실이니 하늘과 땅의 경을 백성이 이에 본받나니 하늘의 밝음을 본받으며 땅의 정의로써 천하를 순히 하는지라 그러므로 그 가르침이 엄숙하지 않아도 이루며, 그 다스림이 엄하지 않아도 다스리느니라』
그래서 살아계신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별세하신 선조의 제사를 이어 받지 못함을 큰 죄악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는 크게 불효한 행동으로 단죄했다.
즉 『불효에는 세가지가 있으니 후손이 없는 것과 장가들지 않아서 자식이 없는 것과 선조의 제사를 끊는 것이니라』고 했다.
이말에 의하면 우리교회에서 독신제를 장려함은 천벌 받을 큰 죄악의 짓이나 공자성인의 원래의 뜻은 선조께 대한 효성을 강조하고 그 받드는 방법이 당시의 생각으로서는 제사를 지내는 길로만 알았기에 한말일 것이다.
공자가 오늘의 천주교회교리를 배우고 참된 선조에 대한 예인 위령미사나 위령기도의 예를 구경했었던들 독신자들을 선조제사라는 그 점에서 만은 단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제사에 대한 본래의 정신은 인간본능인 효도의 정신에서 생기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계속)
李鍾昌(경남 남해본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