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15)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9-03 [제583호, 4면]
박노인=네 놈들이 그래도 양반인 줄 알았더니 이럴 수가 있느냐! 이놈들!
수연=영감님이 천주학쟁이 임에는 틀림이없으렸다
박노인=너희 김가 놈들이 이렇게 비리를 행할 줄 몰랏다. 너희 말대로 우리 모두 천주교 신지이니 잡아다 법대로 시행하거라.
수동=영감! 영감과 저희와는 아무런 원한도 없오 영감님이 천주학을 한대도 아무 상관 없오 다만 한가지 이씨네 문중에 있는 천주학군 한 사람만 알려주시면 모두 무사하게 하여 드리겠읍니다.
박노인=다 듣기 싫다. 다만 죽기가 소원이니 어서 법대로 시행이나 하거라.
포졸 A=영감 도령님의 말씀이 사실입니다. 그러지 마시고 이씨네 서학꾼 하나만 알려주십시요.
수연=그것만 알려주시면 맹서코 영감님음 무사하게 하여드리겠읍니다.
박노인=고이한 놈들 백번 죽어도 우리 천주교 신자는 그런 비리는 행할 수가 없다. 네 놈들이 그래도 양반인 줄 알았더니 천하에 불쌍놈들 같으니 이렇게 비리를 행한단 말이냐
포졸A=정말 못 대겠오?
박노인=못 대는 게 아니라 이씨네에는 천주하군이 하나도 없는 줄 아오.
수동=안되겟군 매 맛을 봐야지.
할머니=그래 어서 때리고 죽여라 이제 보니 네놈이 바로 우리 애기 희롱하던 쌍놈이로구나 천하에 못된 놈.
수동=죽기가 소원이면 죽여 주지 그리고 저 새악씨와 재운이란 놈과 정혼을 하였다지. 그러니까 재운이란 놈도 천주학군임엔 틀림이 없으렸다.
아녜스=그런일 없오. 대장부가 어찌 이런 비겁한 일을 한단 말이요.
수동=앙큼한 것 같으니. 죽을려면 마음이 변한다더니 천주학쟁이도 거짓말을 하는구나. 이년 어디 맛좀 봐라.
아녜스=양반의 자식이 배운 게 그것 밖에 없오? 어서 고을로 넘겨주오.
포졸A=이대로는 아니되겠오.
수동=이것들이 매맛을 봐야 정신이 들 모양이니 입을 열때까지 치시요.
포졸=여봐라 …입을 열때까지 마구 쳐라
하인A·B=네이(대어들어 방망이로 사정없이 때린다)
박노인=아이구, 예수 마리아, 아이구 이놈들 어서 죽여라.
아녜스=아앗 예수 마리아, 예수 마리아
수동=갑석아 너는 저 할멈을 쳐라
갑석=네이(역시 방망이를 배들고 할머니를 사정없이 때린다)
할머니=아이고 예수 마리아 아이고
수연=영감님 욕을 보지 마시고 어서 이실곧이로 대시요
수동=곤장을 치고 주리를 틀기전에 어서 바른대로 대라 재운이 놈이 천주학군이라는 것만 대면 하늘에 맹서코 너희 가족은 모두 무사할 것이다.
박노인=아이고 예수 마리아
할머니=예수 마리아 아가 부디 굳세여라. 고통은 잠깐이니라 예수 마리아.
하인B=이 놈들 어서 대지 못할가?
아녜스=더 이상 살기도 원치 않으니 어서 죽이시요. 당신 같이 더러운 놈하고는 더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소.
수동=무엇이! 이 앙큼 맞은년 부를때까지 더 힘껏 치거라
하인A=어서 대지 못할가(계속 때린다)
포졸A=독사보다도 더 지독하구나(갑석 하인A·B 계속 때리고 박노인 할머니 아녜스는 고통을 참으며 비명과 신음 소리를 지른다. 이때 포졸 B·C와 쇠돌이 등장하면서)
포졸B=이씨네 집들을 아무리 수색하도 증거품이 나오질 않습니다
포졸C=괜히 헛물만 켰수다.
포졸A=이 놈들만 잡으면 무슨 구단이 나겠지.
박노인=(쇠돌이를 보고) 아! 모두 네놈의 짓에 틀림없구나 이놈! 하늘도 무심치는 않을 것이다. 삼십은 전에 예수님을 팔아 먹은 유다스 같은 놈아! 아이구! 예수 마리아 네 이놈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고 생각하여라. 우리는 죽는 것이 원통하지도 않고 세상에서 죽어 영원히 살아 빛날 것이로다만 너는 잠시 비리를 세상의 영화를 누리다 영원히 절치통곡 할 것을 생각하여 이제라도 늦지않으니 자모이신 성교회의 품으로 돌아오너라 아이구, 예수 마리아!
포졸B=이놈의 영감이 무슨 염불이야 어서 천주학쟁이나 대여!(포졸들이 합세하여 때리기 시작한다)
할머니=이놈들! 관가에 가서 법대로 시행할 일이지 이런 무도한 법이 어디 있느냐 아이고 예수 마리아!
포졸C=할멈 잔소리 말고 천주학군이나 어서 대시요
아녜스=여보세요 젊은 양반 사나이 대장부로 태어나서 어찌 그런 비리를 행하십니까?
하인A=(아녜스를 때리며) 이년 닥쳐.
아녜스=아이구 예수 마리아! 여보세요 연약한 아녀자에게도 생명으로도 바꿀 수 없는 지조와 절개를 지녔거든 하물며 대장부로서 어찌 양심을 팔아 세속의 영화를 산단 말입니까?
할머니=(매릴 맞으며) 아이구 예수 마리아! 여보시요 젊은 양반 아이구.
수동=주동아리들을 닥치지 못할가!
할머니=어찌 피와 눈물을 가진 사람으로써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으 제발 우리 신부님만은 악마들의 손에 넘기지 말아 주시요.
포졸 B·C=(때리며) 입을 닥치지 못해.
하인들=아이고 이젠 내 팔이 아파서 못 때리겠다.
갑석-요것들 지독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