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보고 싶은 사람 放送(방송) 對談(대담)] 운형궁 옛날의 그 모습
옛 박해의 伏魔殿(복마전)에 敎會(교회)건물 들어서
高宗(고종)은 閔(민) 主敎(주교)께「아버진 노망들어 그런 짓 했다」고
대원군 자손 이제는 거의 領先(영선) 入敎(입교)
■ 對談…오기선 신부, 이서구씨
이=천주교를 박해한 대원군의 부인 부대부인께서 천주교를 믿었다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오=네, 사실이었습니다. 사랑방에서는 천주교를 박해하는 칙서를 만들고 천주학쟁이는 모조리 죽이라고 호령 호령했고 안방에서는 몰래 천주를 믿은 셈입니다. 명동성당을 축성한 민(후에 대주교로 됨) 주교님 1896년 10월 11일 11시 30분쯤 고종황제 유모 이누시아 집에 몰래 숨어들어가 대원군의 아내 부대부인에게 마리아라는 본명으로 영세를 주고 교리를 설명하고는 견진까지 주었으며 이듬해 9월 5일 밤11시반 다시 궁에 숨어들어가 첫고해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성체를 영해 주었읍니다. 그리고 민주교님은 1898년 봄에 교회 사무연락아 빠리에 가계셨는데 그동안 1898년 1월 8일 대원군 부인 민마리아가 죽고 그후 두달안에 대원군도 79세로 죽었읍니다. 이 소식을 빠리에서 들은 민 주교님은 이들을 위해 미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이=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그렇게 잔학하게 천주교를 박해하던 대원군의자 자손들이 모두 천주교 신자가 됐을뿐 아니라 대원군이 살던 곳에 모두 천주교의 건물이 들어서 있잖습니까. 의친왕도 대세받고 죽었지요. 영친왕도 동경에서 신병이 위중할때 영세했는데 그후 회춘이 되어 견진까지 받고 한국에 와서는 박찬주 여사를 입교시키지 않았습니까? 또 대원군의 증손되는 이우(李愚)도 「히로시마」에서 대세받고 죽었지요, 그의 아들도 입교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미국에서 어느날 성당에 가는 도중에 차사고로 죽었습니다. 그리고 또 신자들을 때려죽이던 대원군의 처소 운현궁 바로 그 안에 지금 가톨릭구제회가 있고 미국주교님(안 주교)이 계시는가 하면, 서교동(자하 문밖) 대원군 별장이 있던 곳에 지금 골롬바노희가 운영하는 자선병원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걸 모두 생각해 보면 정말 가톨릭은 깊이가 있고 또 돌고 도는 세월 속에서 가톨릭의 진리(교리)가 여력히 살아 증인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부님은 대원군과 인척 관계되는 분을 직접 만나신 일이 있습니까?
오=저는 직접 만난일이 없습니다만 민 주교님이 대원군의 아들 고종황제를 만나 보시고 저에게 이야기 하신일이 있습니다. 민 주교님이 고종황제 보고 『당신 선친께서 우리 신자들을 마구 학살했는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고 물으니 고종황제는 껄껄 웃으면서 『우리 아버님이 말하자면 약간 노망이 드셔서 그런 일을 저질렀나 봅니다』고 대답 하더래요. 그때 명성왕후가 옆방에서 몰래 이 이야기를 듣고 「킥킥」하며, 웃음을 참느라고 애쓰더라나요. 그 소리에 민 주교님은 대단히 감개무량 했다고 말씀 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