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16)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9-10 [제584호, 4면]
박노인=여보게 젊은이 무고한 생명을 팔아 세상 영화 다 누려도 잠깐 뿐이고 양심의 가책에 눌려 여생이 불행할 것이니 늦기 전에 회심하게. 너구나 한분밖에 없는 우리 신부님만은 넘기지 말아 주게. 부디 아이고!
포졸A=지독한 것들 더 세게 쳐라!
아녜스=성교회는 하늘과 같이 자비가 넓으오니 부디 늦기전에 회심하옵소서. 우리도 당신의 회개를 주님께 빌겠읍니다.
수동=이래선 안되겟다. 쇠돌이 자넨 어서 가서 양인을 체포해오게.
포졸B=어서 갑시다.
포졸C=그럼 우리는 이길로 가서 양인을 체포하여 오겠으니 여기 일이나 잘 처리하시오(쇠돌이의 등을 밀면서) 어서 갑시다.
포졸B=(쇠돌의 등을 밀고 나가면서) 그럼 수고들 하시오(쇠돌 포졸들 퇴장)
포졸A=그럼 부탁하네.
박노인=아가! 부디 굳세여라(울면서) 천당문이 가차왔다.
아녜스=(맞으며) 할아버님 염려 마옵소서
할머니=(울면서) 아이고 불쌍한 것 같으니 아가 정신 차려라 에미 애비도 없이 불쌍하게 키운 것을 아이고 으음! 네 부모 생각을 해서라도 굳세게 참아라 으음!
아녜스=할머님 염려 마셔요 아이구!
수동=그래도 못 대겠느냐?
갑석=도련님 이것 안되겠읍니다.
포졸A=(갑석이의 방망이를 빼서 들고) 이리 내라 내 매를 맞아야 불지 안되겠다. (마구 때린다)
박노인 할머니=(매에 못이겨 둥굴면서) 아이구 으음 이놈들 어서 죽여라
수동=(하인의 방망이를 뺏어 들고 아녜스를 때리며) 요년 네년이 재운이 놈을 사랑하고 있지 바른대로 대!
아녜스=(매에 쓰러져 둥글며) 으음 아이구 예수 마리아 으응!
박노인=(울면서) 아가 우리 아가! 이 개만도 못한 놈들아
할머니=(울면서) 아가! 아가! 부디 굳세거라 불쌍한 우리 아가
수동=여봐라
하인들=네이
수동=이래선 안되겠다. 이것들을 모두 끌고가자. 주리를 틀고 곤장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지 안되겠읍니다.
포졸A=끌고 갑시다.
하인들=(박노인 할머니 아녜스 차례로 일으켜 세우고) 자! 삽시다.
갑석=자! 가자(모두 신음 소리를 내며 발을 절면서 퇴장하며 암전)
(때) 같은날
(곳) 박노인의 집
무대가 밝아오면 재운 큰 갓을 쓰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재성이 칼을 차고 하인과 등장.
재운=할아버지와 아가씨도 우리집안 못지 않게 기뻐하실 겁니다.
재성=아가씨가 제일 기뻐하시겠군 아가씨를 그렇게 사모하셨으니 이 계제에 아주 청혼을 하시면 참아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요 천상연분이지 뭡니까?
하인=천하에 일색이요 현명하기 혜성 같고 순결하기 백옥 같은 아가씨와 덕망이 높으신 사또님의 사랑이니 이 어찌 연분이 아니겠읍니까?
재운=그 아가씨의 지혜나 덕에 비하면 나같은 것은 하늘과 땅 사이지요. 장원급제 한 것도 모두 할아버지와 아가씨의 격려와 교훈의 힘으로 된 것이오.
재성=사또 아가씨나 나오거든 손목을 꼭 붙잡고 청혼을 하시구려. 응낙할 때까지 손목을 놓지 말고 말이요.
재운=그래서야 예의가 벗어나 쓰겠오. 자! 어서 찾아 뵈옵고 돌아갑시다.
하인=아무도 없는 모양입니다.
재성=(울 안으로 다가서며) 이리 오러나
하인=(울안을 기웃거리며) 사또님! 이상합니다.
재성=이리오너라! 아무도 없느냐?
재운=(안으로 들어서며)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가씨! 아가씨!
재성=무슨 일이 일어났나 봅니다.
하인(뜰을 가리키며) 여기를 보옵소서 피가 낭자하였나이다.
재운=무엇이! 피라고! 피가 낭자하다니 웬일이냐?(흥분하여) 할아버지! 아가씨!(방과 부엌을 들여다 보며) 할아머지! 아가씨!
재성=필시 무슨 일이 났오. 김가놈들이 짓에 틀림이 없을게요.
항인=수동이놈이 어사출도 하실줄을 벌써 알았나 봅니다.
재운=(울면서) 아! 하늘도 무심하지 천지신명께 그렇게도 굳이 맹세를 하였는데! 아! 아가씨! 이게 어인 일이오니까?
재성=사또! 아직 피가 채 마르지도 않았오이다.
재운=아가씨!(뜰에 주저앉아 울면서) 성공하여 돌아오라더니 어데갔오. 재운이가 성공하여 이렇게 돌아왔오.
하인-(울면서) 빨리 이 원수를 갚으셔요.
재운=(벌떡 일어나) 천지신명이여! 입을 열어 말하여 주오. 이 어찌 된 일이온지! 순결하게 끓는 피가 타서 재가 되는 순간까지 정의를 위해 생명을 바치겟다던 나의 맹서여! 아가씨.
재성=(눈물을 닦으며) 사또 진정하오.
재운=아! 나의 듯에 그대의 정성을 바치겠다던 그대의 맹서여! 그대의 거룩한 사랑이여!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비린내 나는 피로서 나를 맞이한단 말이냐 아! 무정하고나 무자비한 운명의 작난이여! 아가씨! 어찌해 대답이 없오 아가씨! 재운이가 성공하여 돌아왔오(주저 앉아 운다)
재성=사또! 벌써 일은 끝났오이다. 그 어여뿐 꽃송이가 무자비한 악마의 발 아래 무참히 짓밟히여 여기 피 흐르고 있오. 이 순결한 사랑의 피가 아직도 살아서 구원을 부르짖고 있오. 피가 피를 부르니 정의의 칼을 뽑아들고 늦기 전에 어서 갑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