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話(야화) (16) <第二話(제2화)> 榮光(영광)의 敗北(패북) ②
발행일1968-06-16 [제623호, 4면]
처녀가 복도 끝에 있는 엘레베터 앞까지 갔을때 윤 사장은 비로소 자기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는 허둥지둥 처녀의 뒤를 따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그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엘레베터는 한대밖에 없었으므로 만일 처녀가 그것을 타고 내려 간다며는 윤 사장은 층계로 뛰어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윤 사장은 엘레베터와 경주를 할 육체적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달려가서 엘레베터를 함께 타야 한다. 그렇게라도 하려고 허둥지둥 윤 사장이 복도 끝으로 가는데 아마 엘레베터가 먼곳에 있는 모양으로 처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대로 층계를 걸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또드락또드락 처녀의 힐이 층계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윤 사장은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따라 내려갔다. 아래층까지 내려 갔을때 윤 사장은 그만 수위의 방해를 받고 말았다.
『아니 윤 사장님 어디가시 렵니까? 운전수가 잠시 자리를 떴는뎁쇼.』
『괜찮소. 차를 타지 않을 테니까 염려마시오.』
『아닙니다. 그러지 않아도 운전수가 잠시 부득이한 일로 자리를 뜨면서 혹시 사장님이 부르시면 연락을 해달라고 당부를 하든걸 입쇼. 금세 불러 올수 있으니 여기 앉으셔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장님.』
『글쎄 차를 탈만큼 먼데로 가는 것이 아니니까 염려 마시오.』
『예?』
수위가 어리둥절 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윤 사장은 빨리 빌딩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낭패이었다. 처녀는 이미 온데 간데 없었다.
『늦었구나!』
윤 사장은 실망하여 혀를 찼다. 허지만 그대로 단념할 수는 없었다. 윤 사장은 절박한 마음으로 우선 길 오른쪽으로 빨리 걸어갔다. 그러나 한참이나 걸어갔건만 처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길은 외갈래 이었다. 아무리 늦어도 처녀가 그 길로 갔다며는 발견하지 못 할리는 없었다.
『이 길로는 안간 모양이로 구먼. 그렇다면…』
윤 사장은 반대방향으로 다시 방향을 바꾸어 걸음을 재촉하였다. 빌딩 앞을 지나서도 한참이나 걸어갔을 때 윤 사장은 그만 절망에 빠져버리었다.
길은 여기 저기 골목이 많은데다가 얼마 안가서 로타리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힘없이 돌아서서 터벅터벅 빌딩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암담하였다. 넓은 서울에서 그 우연히 발견한 처녀를 언제 또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실로 막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기적이 일어났다. 빌딩옆 구석에 공중전화 박스가 있었다. 윤 사장이 빌딩 가까이 이르렀을때 그 공중전화 박스에서 한 처녀가 나왔다. 그가 바로 그 처녀인 것을 알자, 윤 사장은 또다시 심장이 강렬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되었다. 인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놓쳐서는 안된다.』
윤 사장은 굳게 다짐하고 처녀의 뒤를 다시 따르기 시작했다. 처녀는 잠시 망서리다가 오른쪽 길로 걸어갔다. 사람의 물결이 갑자기 밀려들어서 윤 사장은 잘못하면 처녀를 잃어버릴 지경이었다.
『사람도 참으로 많기도 하다.』
윤 사장은 서울의 터질듯이 많은 인구를 속으로 원망까지 하였다. 그러면서 조금 짧은 간격을 두고 끊임없이 처녀의 뒤를 따라 갔다. 처녀는 로타리에 이르렀다. 신호에 길이 막히었다. 윤 사장도 멈춰섰다. 푸른 등불이 켜졌다. 밀물처럼 사람의 물결이 밀려간다. 그 속에 끼어 윤 사장도 로타리를 건넜다.
처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이윽고 두번째 로타리에 부닥쳤다. 윤 사장은 피로하여 이마에 땀이 솟았다. 그러나 잠시도 멈춰 설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푸른 등불이 켜졌다. 인파에 밀려서 윤 사장이 로타리를 건느려는데 갑자기 처녀는 뒤로 돌아서서 날새게 뛰어서 왼편 저만큼 있는 좌석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좌석버스는 마악 떠나려는 참이었다. 처녀는 민첩하게 올라탔다.
『이거 큰일났군!』
윤 사장은 중얼거리면서 자기도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버스는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톱, 스톱!』
윤 사장은 소리치며 닥아갔다.
『위험합니다. 조심하세요.』
차장의 주의를 들으며 윤 사장은 아슬아슬하게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차안을 둘러보니 처녀는 새침한 모습으로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후유……』
윤 사장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손수건을 끄내어 이마와 목의 땀을 씻었다. 심장이 터질듯이 숨이 찼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차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다행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아는 사람이 있어서 자기의 행동을 비웃는다고 해도 어쩔 수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윤 사장의 행동은 피할 수없는 일이었다.
버스는 몸을 흔들며 달려갔다. 번화가를 지나는 동안이 상당히 오래 걸리었다. 신호에 걸리고 정류장에서 지체를 하고 하여 참으로 느리게 가는 답답한 속도이었다. 버스는 도심지대를 벗어나서 시외로 접어들었다. 처녀는 그대로 앉아있었다.
『되었다. 아마 자기 집으로 가는 모양이다.』
윤 사장은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었다. 버스가 시외마을 어구에서 멈춰섰을 때 처녀가 내렸다. 윤 사장도 내렸다. 처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을 골목으로 들어섰다.
시외라고 해도 역시 행인이 적지 않았다. 윤 사장은 이번에는 오히려 그것을 다행히 생각하며 처녀의 뒤를 따라갔다. 처녀는 골목을 왼편으로 구부러져 갔다. 거기는 인적이 드물었다. 윤 사장도 허둥지둥 골목을 구부러지는데 거기 뜻밖에도 처녀가 당돌하게 우뚝 버티어 서 있었다.
『대체 누구시기에 남의 뒤를 그렇게 추군추군하게 따라오는 거죠?』
처녀는 눈을 힐끔 뜨고 날카롭게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