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17)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9-17 [제585호, 4면]
하인=사또님 어서 가서 원수놈의 목을 베어 아가씨의 원한을 푸서야지요.
재운=(짓밟이고 피묻은 꽃송이를 주어 가슴에 안고) 아가씨! 재운이가 성공하여 이렇게 돌아왔오. 아가씨! 어델가고 말이 없소.
재성=(칼을 빼어들며) 어서 갑시다.
재운=형님 이것 보셔요. 이 백합꽃에 아직 아가씨의 피가 살아있어요(벌떡 일어서서 재성의 칼을 빼앗아 들고) 형님 칼을 날 주오. 정의의 칼을 뽑을때가 왔오(칼을 하늘높이 들어올리며) 천지신명이여 우리 가문의 원수를 갚고 억울한 피를 흘린 할아버지와 천사님의 원수를 갚을 것을 밝으신 하늘에 맹서하나이다. 우주성신이여! 이 무고한 피가 흘러 부르짖는 원한을 굽어보사 나에게 힘을 주소서. 자! 형님 갑시다.
재성=늦기 전에 어서갑시다.
재운=가자! 정의의 싸움터로. (모두 퇴장하며 막)
▽ 제5막
때 전막과 같은 날
곳 김진사잭의 사랑채
막이 열리면 툇마루에 수동 수연 앉아 있고 뜰에는 박노인 할머니 아녜스, 결박되어 앉아있으며 포졸A 하인들 방망이와 곤장을 가지고 서있다.
수동=그래도 불지 못하겠느냐?
수연=재운이와 정혼을 하였다니 재운이 놈도 천주학군이렸다.
박노인=으음 아이구, 이놈들 몇번 말을 해야 아느냐 이씨네에는 성교군이 하나도 없다.
포졸A=(박노인을 때리며) 어서 바른대로 대지 못할까?
박노인=저 밝은 하늘에 물어 보아라.
수동=곤장 맛을 더 보아야 하겠군.
박노인=다만 죽기가 소원이니 어서 법대로 시행하거라.
수연=지독한 것 같으니
박노인=이 놈들 엄연히 국법이 있는데 세도만 믿고 사형을 가하다니 언제고 그 벌을 받을 날이 올게다. 이놈들.
포졸A=그런 염불은 천당에 가서나 하오.
갑석=아무래도 불지를 않으니 덕산 고을로 넘겨서 처리 하시지요.
수동=이 놈아 너는 남의 속도 모르느냐, 재운이란 놈이 급제하는 날엔 네 놈은 성해 날 줄 아느냐(이때 포졸 B · C 쇠돌이를 결박 지어 끌고 들어온다.)
수연=(놀라 일어나며) 아니 어찌된 일이오
포졸A=이게 웬일인가
포졸B=이 자식이 미쳤어 내둥 가다말고 울고 불고 개지랄이지 뭐오.
쇠돌=죽을 때가 되었으니 어서 죽여나 주오. 회장님 만번 죽어도 사죄할 길이 없읍니다.
포졸C=이 자식아 닥쳐!
쇠돌=망극하온 은혜를 저버리고 천주님을 배반 하였으니 회장님이 죄인 어떻게 해야합니다. 회장님!(운다)
포졸A=이놈 닥치지 못해.
박노인=젊은이 잘 돌아왔네
포졸B=이 자식이 곤장맛을 보면 정신이 들거야(발길로 마구 차며) 이 놈아 앉아!
박노인=주은을 잊지말고 부디 굳세게 싸워주게 하늘에서도 자네의 회개를 기뻐하실 것이며 우리도 다 함께 경하하네.
수동=이대로 두었다가는 큰일 나겠다(하인의 방망이를 빼서 들고) 이 놈 은혜를 저 바려도 분수가 있지 네놈이 성해 날 줄 아느냐!(쇠돌을 때리며) 이놈 내 손에 죽어 봐라.
쇠돌=아이구 아이구 아얏!
포졸A=요 것들이 쏙싹이 질을 해서 이 자식이 돌았어 몽땅 곤장 맛을 봐야지 안되겠다 여봐라! 이 놈 곤장 오십대를 쳐라!
포졸B · C=네이
하인A · B=네이(대들어 마구 때린다)
쇠돌=아이구 아얏 아이구 이놈들! 어서 죽여라 죽여!
수동=이놈 어서 양인의 거처를 대라
쇠돌=네놈에게 속아 무고한 사람을 잡아준 것 만도 원통하다. 이 벼락을 맞을 놈아! 이놈! 어서 죽여라!
수동=무엇이 이놈! 이젠 못할 소리가 없구나 이 놈!(때린다)
아녜스=여보세요 마음을 굳세게 먹으세요. 당신의 회개를 위하여 기구하고 있어요. 부디 용감하셔요.
쇠돌=아이구 으음! 아가씨(울면서) 이 놈 천벌을 받아 지당할 몸이오나 천주님께 기구해 주시요.
수연=요것들이 닥치지 못할까?
쇠돌=할머니 천하에 어리석고 미련한 이놈을 용서해 주세요 할머니…
할머니=염려 마오 벌써 다 용서하였오 마음 굳세게 지녀 영광스러운 치명의 화관을 함께 받읍시다.
쇠돌=감사합니다. 할머니 아이구 으윽…
포졸A=이 년놈들아! 닥쳐 오것들의 주둥아리 때문에 이놈이 미치고 환장을 했어. 양놈도 못잡고.
수동=여봐라! 이것들을 입을 열때까지 치거라
하인들=네이~(곤장으로 박노인 아녜스 할머니를 때린다)
수동=이 놈들 그래도 못 대겠느냐?
포졸 B · C=(쇠돌이를 때리며) 이 놈 그래도 불지 못하겠느냐?
쇠돌=(매를 맞으며 둥군다) 아이구! 예수 마리아!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아이구! 성모님! 서-서-성 성모님!(헉헉거리다 쓰러져 뻗는다) (박노인 할머니 아녜스 매 맞으며 신음소리)
포졸C=(들여다보며) 여게 그만 때리게 아니 이 자식이 뻗었나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