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순교 1백주년 기념 당선작 「이름없는 꽃들」이 오는 10월 3일(587號)자로 끝을 맺게되고 10월 8일자(588號)부터는 朴景利 女史의 「눈먼 蟋蟀(귀뚜라미)」을 연재하게 되었읍니다. 「戰爭과 市場」 등의 作家 朴景利 女史의 文學的名聲은 새삼 여기서 소개할 필요 없이 현대 한국문단의 重鎭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한국에 本格的 가톨릭文學(特히 小說)이 全無하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같은 不毛의 敎回作檀에 入門以來 최초로 드는(敎會紙에) 朴 女史의 執筆입니다. 그러나 朴 女史는 평소 文學에 대한 너무도 진지한 자세와 「受洗日淺」을 理由로 완강히 거절했으나 가톨릭文學에 구애없이 순수한 인간 「良心과 사랑을 追求하는 文學的 探究」라는 조건으로 受諾해 주었음을 讀者와 함께 기뻐하며, 삽화엔 東洋畵家 琴동원 女史의 新聞小說揷畵로는 첫 試圖인 섬세 · 유려한 필치가 기대됩니다.
■ 作家의 말
오랫동안 망서리고 많이 생각한 끝에 펜을 들기로 결심했읍니다. 어디다 무슨 글을 쓰건 作家의 念慮와 저항의식은 다 마찬가지겠읍이다만 이번처럼 주저해본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캔터키」州의 「맘모스 케이브」 속에는 신비스런 「데드 씨」라는 湖水가 있다고 합니다. 그 湖水에는 눈먼 고기들이 살고 있으며 역시 눈멀고 날개 없는 蟋蟀(귀뚜라미)도 영원히 太陽을 볼 수 없는 그곳 암굴 속에 살고 있다 합니다.
날개 없고 눈이 먼 蟋蟀, 밤을 지켜보면서 두려움과 아픔없이 그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事實 그 徵物들의 悲慘함은 내 마음 탓이었는지도 모르겠읍니다.
그 徵物과 같이 마음이 눈이 멀고 마음의 날개를 잃은 두 廢人의 悲慘함도 내 눈 탓인지 모르겠읍니다.
如何튼 나는 그들에 대한 사랑과 作家的良心을 나란히 간직하며 病든 마음을 찾아서 떠나려고 하는데 旅程을 지금은 헤아릴 수가 없읍니다. 다만 되로운 作業이 되리라는 豫感과 함께 眞實에의 努力을 깊이 다짐할 뿐입니다.
■ 畵家의 말
朴景利씨의 차원 높은 小說 「눈먼 蟋蟀」의 삽화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무척 큰 희망을 줍니다. 같은 가톨릭 신자의 입장에서 또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作家와 畵家가 서로 호흡이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작정입니다.
作家가 생각하는 차원의 세계와 내가 생각하는 차원의 세계가 어쩌면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의 미흡한 畵筆이 作家의 참뜻을 존상시키지 않도록 애써보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