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꽃들 (18)
丙寅殉敎紀念(병인순교기념) 10萬圓(만원) 戱曲當選作(희곡당선작)
발행일1967-09-24 [제586호, 4면]
포졸B=(놀라며) 아니 이 자식 인사도 없이 아주 가버리지 않았어.
아녜스-(쓰러져 매에 못이겨 딩군다) 예수 마리아! 으음! 할머님 할아버님! 소-소-소녀! 머-먼저가요(사지를 쭉 핀다)
갑석=도련님 아가씨도 이젠 가나 봐요.
할머니=(박노인과 함께 기어서 아녜스에게 오며) 아가 아가야!
박노인=불쌍한 우리 아가야! (울며) 부디 잘 가거라! 아가!
하인A=(아녜스를 들여다 보고) 아직 숨은 붙어있어요 쯧쯧쯧 몹쓸것!
수연=수동이 안되겠네 이래도 안되니 어떻게 하나 세상에 지독한 것들
수동=그만 쳐라 가만이 있자 최후 수단이 하나 있다. 여봐라 이년의 옷을 벗겨라. 네 요년 양인의 거처와 이가놈의 집에 천주학꾼을 대지 않으면 대중 앞에서 네 처녀의 몸을 더럽혀 줄테다 요년! 네 몸을 더럽히고 죽기 싫거던 어서 대거라.
박노인=이 이 천하에 무도한 놈아!
할머니=강도 놈들아!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아가! 어서 가기나 하거라. 성모님! 우리 얘기를 도와주소서.
수동=빨리 벗기지 못할까?
아녜스=예수 마리아 날 구해주세요 오! 성모 마리아 죄인을 구해주세요.
박노인=이 이 놈들아! 우리 아기 몸에 손을 대는 놈은 벼락을 맞고 천벌을 받을라 이 놈들!
수동=빨리 벗기지 못할가(포졸들 넋을 잃고 서있고 하인들 서로 망서리며 손을 못대고 있다.)
갑석=도련님! 벌써 다 죽어가는 것을 손대서 뭘합니까?
아녜스=예수 마리아 으음!
수동=이 놈들 하라는 대로 못할까
박노인=아가 어서 숨을 거두거라
할머니=욕 보기 전에 어서 가거라
갑석=(하인들과 벌벌 떨면서 옷깃에 달린 백합꽃을 빼어들고) 도련님 이 꽃 좀 보셔요 이 고운 꽃에 피가 묻었읍니다.
수동=아니 이 놈아@ 너도 미쳤느냐 못생긴 것들! 이리 비켜(대들면서) 노인장 아직 기회가 남았으니 어서 욕 보기 전에 말 하시오
박노인=예수 마리아! 이 놈! 천벌을 받을라 두고 봐라 하늘도 무심치는 않을 것이다. 이 놈.
수동=별 수 없군(아녜스의 옷 고름을 풀으며) 이년! 이래도 못대겠느냐?
아녜스=(힘없이) 예수 마리아! 성모님!
수동=그럼 어디 욕 좀 보아라.
할머니=이 놈! 천벌을 받을라. 이 놈(이때 요란한 천둥 소리와 함께)
소리=(밖에서) 암행어사 출도 하신다.
수동=무엇이 암행어사 출도라고 (수동 수연 포졸들 모두 기겁하여 우측으로 몰려들자 포교 A·B 칼을 빼어들고 등장하며)
포교A=이 놈들! 꼼짝 말아라.
포교B=이 놈들! 게 섰거라. (다시 쫓기어 좌측 대문쪽으로 가려 하자 재운 재성 하인 등장하며)
재성=이 놈들! 꼼짝 말거라. 암행어사 출도시다. 이 놈들!(모두들 갈바 없이 우왕좌왕한다.)
재운=(칼을 빼어들고) 이 놈들! 꼼짝 말거라. 이 천하에 무도한놈 같으니.
포교A=(포졸들에게) 네놈들 무엇이냐
포졸들(벌벌 떨며 땅에 꿇어) 죽을 때가 되어 잘못하였으니 죽여주옵소서(하인들 모두 부복한다)
재운=수동이 놈 게 섰거라 모두 네 놈으ㅟ 짓이로구나(수동이 다급하여 방으로 뛰어든다. 재운이 그를 쫓아 들아가자 수동이 다시 뛰어 나오는 것을)
포교A=사또! 소인이 치겠으니 칼을 거두옵소서 이 놈! 게 섰거라 이 놈(칼로 수동을 도륙한다)
수동=으-으 으악!(칼을 맞고 쓰러진다)
재성=(수연이를 쫓으며) 이 놈! 네 놈도 한패렸다. 이 놈 게 섰거라!(수연 우왕좌왕 하다 좌측으로 피하는 것을 포교B가 칼로 치면서)
포교B=이 놈 이 이 놈!
수연=(칼을 맞고 쓰러지며) 아아! 으악(한칼에 나가 동구라진다)
재운=(칼을 던지며) 마침내 어두운 원수들은 사라졌고나. 아 할아버지! 이게 웬 일이오니까?(쓰러진 박노인을 일으켜 앉히며) 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재운이가 성공하여 돌아왔어요.
박노인=사또! 반갑소 왔어야 할 자리에 잘 왔오 사또 아니였다면 우리 애기 욕보일 뻔 하였오.
재성=(아녜스와 할머니의 결박을 풀으며) 할머니 정신 차리세요
재운=(할머니에게 가서) 할머니 이젠 안심 하셔요 재운이가 돌아왔어요
할머니=으음 고맙소 우리 아기를 부! 부! 부탁 하! 하오! (숨을 거둔다)
재운=(울면서) 할머니! 할머니!
박노인=(할머니에게 기어가서 울며) 여보! 여보! 부디 잘 가오
재운=(울며 아녜스를 일으켜 앉히며) 아가씨! 아가씨! 내가 돌아왔오 재운이가 아가씨 말대로 성공하여 돌아왔오
아녜스=기뻐요! 도련님!
재운=아가씨 정신 차려요
아녜스=도련님 기뻐요. 죽을 자리에서 나를 구해주셨어요. 도련님!
재운=아가씨 원수는 이미 사라졌어요. 정신을 차려요 아가씨.
아녜스=도련님 저는 이제 살 수 없어요. 부디 행복해 주세요.
재운=아가씨, 어인 말이요 내가 아가씨 말대로 성공하여 돌아왔는데
박노인=아가! 정신차려라.
아녜스=할머니! 할아버지! 소-소녀도 함께 가요 예-예수 마리아! 도련님 소-소녀도 처-천주교 시-신자요.
재운=아가씨 정신 차려요!
아녜스=스테판 스테판씨 기뻐요. 그-그럼 천당에서 다시…(숨을 거둔다)
재운=(대성통곡하며) 아가씨! 아가씨! 어찌하여 나를 버리고 가십니까? 아가씨! 너무 무정하오 아가씨
박노인=(아녜스를 붙들고) 아가야!
재성=(눈물을 닦으며) 사또님! 진정하시오 아가씨의 순결한 사랑은 영원히 빛나고 백합화 피는 하늘과 땅에서는 영원히 꽃피어 향기로울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