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현대) 精神(정신) 衛生(위생) ⑦] 妄想(망상)
疑妻症(의처증) 웃어넘길 수없는 固疾(고질)
自己(자기) 弱点(약점)·罪惡(죄악) 은폐하면 精神(정신)위생에 나빠
「세상 다 그런데….」라는 式(식), 自己(자기) 合理化(합리화)에 불과
나의 약점이나 결점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의식하는 것은 누구나 다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 것은 흔히 은폐하여 의식하지 않으려고 든다. 죄악을 범했을 때도 그렇게 되기가 쉽다. 그렇게 은폐된 죄악이나 결점은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은 여러가지로 정신건강에 폐단이 됨은 물론이다.
그때그때의 문제점을 올바르게 의식하고 현실적으로 타당하게 시정하며 해결해 나간다면 무엇보다도 정신건강엔 제일 좋은 결과가 오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용이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긴 안목으로 나중일까지 생각해서 행동할 여유가 없을때 사람들은 때에 따라 어떤 얕은 수를 써서 임시적으로나마 자기의 약점이나 죄악같은 데서오는 의식하기 싫은 어떤 감정을 흐려버리게 만드는 수가 많다. 가령 예를 들어 어떤 이는 핑퐁을 하다가 실력이 부족하여 지게 되니까 라케트가 나빠서 그런 것처럼 그것을 팽개치면서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을 투영(投影)의 정신기제라고 하는 메타인 또는 타물에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자기의 결점 같은 것을 은폐하려는데 이용되는 수법인 것이다.
이런 것은 복잡 다양한 인생 생활에서 가끔 어느 정도 유용하게도 이용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것이 엉뚱한데 이용되든가 도수가 지나치든가 하면 결국은 망상(妄想)이라는 것으로 발전하게 되는 첩경이 될 때가 있다.
어떤 남자는 직장생활 때문에 하는 수없이 늘 사교장에 얼려나가 춤을 추게 되었는데 많은 여성들이 부정한 짓을 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하는 가운데 자기의 마음조차 가끔 흔들릴 때가 있었다. 매일같이 술에 취해 집에 늦게 돌아와서는 자기 부인에게 무슨 중요한 얘기거리나 되는 듯이 사회여성들이 이렇다는 둥 저렇다는 둥 쓸데없는 말을 가끔 늘어놓더니 나중에 가서는 엉뚱하게 『당신은 어떠냐?』고 묻기까지에 이르렀다.
자기는 정직한 죄없는 남자이지만 하도 세상에 부정이 많으니깐 자기부인도 어떨지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자기의 마음속에 싹튼 부정스런 마음을 부인에게 투영하는 기제때문에 생기는 망상인 것이다. 망상이란 전연 근거없는 사실을 그릇 판단하여 제삼자가 시정할래야 할 수없는 정도의 환상으로 발전하게 된 광적(狂的) 증상이다. 어떤 남자가 이와 같이 아주 정숙한 부인을 자기의 부정한 말씨를 옮겨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고 판단하여 의심을 계속할 때 사람들은 이것을 의처증(疑妻症)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소 불미스러운 것이긴 하나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하여 일반적으로 가볍게 웃음거리정도로 넘겨버리는 수가 많지만 그럴 수없는 큰 병(病)인 것이다. 이런 마음의 고통을 가지고 허덕이는 남자들은 『너희 중에 죄없는 자 먼저 저 여인을 돌로 치라』(요왕복음 八장 七절)하고 아르켜 주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본받아 먼저 자기 마음속의 잠재된 죄의식을 찾아내어 치료를 철저히 받지 않으면 안되는 큰 병자들로서 간단히 웃어넘길 대상이 못된다.
요즈음 우리는 흔히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도둑놈으로 알고 대하라』는 등등의 말을 많이 들으며 산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느냐는 저항의식을 누구나 느껴보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최근 우리사회 환경의 주변을 더러 살펴보면 정말 끔찍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또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가령 귀엽고 죄없는 어린애를 기르는데 쓰여질 우유를 우유 아닌 다른 가루로 섞어서 팔아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당장 생명이 위급할 정도로 중독한 환자가 있을때 긴급히 써야 될 어떤 종류의 약을 전연가람품으로 속여서 팔아먹는 짜사들도 있다. 하다못해 음식점에 가서도 간장이나 고추가루 하나도 마음놓고 써보지 못하는 것이 요새 세태가 되고 말았다. 혹시 어디다 무슨 협잡을 해놓았을지 모르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인데 돈벌이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은 살건 죽건 그런 것은 상관을 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어쩐지 요즈음 더욱 심해가는 듯싶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사람들을 도둑놈으로 알고 산다느니 보다 이 세상 사람들을 도둑놈인 동시에 살인자라고 믿고 행동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나올법하다. 소위 「현대」사회의 이런 비극은 원자폭탄의 위협보다 어느 의미에선 더 무서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조심해서 생각해야 될 문제가 있다. 세상이 다 그러니까 나는 어떠냐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된다는 문제다. 『세상이 다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할 수밖에』라는 식으로 생각이나 행동이 기울어지면 큰일이다. 그것은 합리화(合理化)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의 결점을 은폐하기 위한 이유를 대는 것이 되고 만다. 이것은 자기마음속에 깊이 잠재의식적으로 싹터있던 『나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야 겠다.』하는 욕망을 억지로 부인하면서 『그런 것은 나에겐 없는 것이고 타인들에게나 있는 것이다』하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해 버리려는 투영(投影)의 기제를 조장하며 강화시키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쁘니까 그것을 경계하고 조심하는 것은 좋겠지만 『나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되어서는 누구나 병자로 발전되기에 똑 알맞다. 사실은 세상 사람들을 경계하는데서 한걸음 나아가서 먼저 내 마음을 발견하고 경계하는 것이 그런 망상병에 걸리지 않게 되는 좋은 길이 될 것이다.
兪碩鎭(醫博·베드로 神經精神科院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