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자로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산아제한에 대한 회칙에 서명공포 했읍니다.

벌써 여러해 전부터 이 문제는 가톨릭 윤리생활에 있어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의 하나였고 다각적인 검토와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기도 했읍니다. 교황께서 이 문제를 이미 벌써 여러 해에 걸쳐 검토해오셨고 여러 주교들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오셨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 공식발언이 있으리라 기대되어 온지도 오래였읍니다.

교황의 숙고·상의·끊임없는 기도의 결실이 이 회칙이 됐읍니다. 한마디로 이 회칙은 가톨릭교회가 종래에 취해오던 자세를 재확인하고 선임자들 특히 교황 삐오 11세의 회칙 「까스띠 꼰누비」 삐오 12세의 발언들, 요한 23세의 「어머니와 교사」 제2차 「바티깐」 공의회 뜻을 재확인하는 문헌입니다.

이 회칙이 다루는 문제가 너무나 중요하고 이 회칙이 가르치는 원칙에 따른 귀결이 가톨릭 결혼윤리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에 본 주교는 서울대주교로서 신자여러분에게 이 회칙의 내용을 알려드리고 교황의 지침을 따르시기를 격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회칙을 자세히 검토하려는 바가 아니고 다만 요점만을 간추리고 몇가지 주해를 붙여서 우리 사제들과 신자들에게 적응되는 결론을 지어보려는 것입니다.

회칙의 첫 항목에서 교황께서는 현대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격심한 변동과 그에 따른 교회로서는 도저히 무시할 수없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계십니다. 즉 인구팽창과 특히 미개발국가에서 당면하고 있는 의식주난(衣食住難), 증가하는 현대 교육이 요구하는 제문제,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여성의 위치, 부부애의 가치와 성생활의 본연의 의의 등입니다. 이러한 현실과 대결하기 위하여 이제까지 우리가 인정해오던 윤리적 규범이 개신되기들 이 시대가 요구하지 않는지? 더구나 종래의 규범이 상당한 희생, 때로는 영웅적인 희생이 없이는 지켜지지 못한다고 볼 때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치 않은지, 또한 현대인의 책임의식이 나날이 증대되는 걸로 봐서라도 생명의 조절과 번식은 현대인 각자의 의지와 아량에 맡길 수 없는지, 따라서 합당한 산아조절이 자연적인 성생활에서 일어나는 출생율의 제한을 정당화 시킬 수가 없는지를 교황께서는 묻고 계십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고찰을 한 끝에 교황께서는 교회의 교권이 윤리법 즉 복음의 법뿐 아니라 자연법까지 일괄하는 윤리법을 하느님의 뜻으로 해석하고 사람의 구원에 필요한 법의 준수를 가르칠 권한이 있다고 밝혔읍니다. 이 점은 이 회칙의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결혼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자연법에 그 바탕을 두었고, 하느님의 계시의 빛과 힘을 빌리는 만큼 교회의 교권 영역 안에 놓여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자들은 그리스도 교회의 최고 교권자이며 만민의 목자이신 교황의 가르침을 경의와 효성으로 받들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당신 사명의 무거운 책임을 느끼신 교황께서는 요한 23세께서 소집했던 신학 사회학 심리학 등 각계 전문가와 주교 신부 평신자 및 부부들로 구성됐던 산아제한 문제 연구위원회를 확장했던 것입니다. 이 위원회의 목적은 결혼생활에 관한 찬반(贊反)의 모든 의사를 반영시켜 교황께서 단안을 내리시는데 필요한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었읍니다. 다만 이 위원회가 지을 수 있는 여러 결론 자체가 최종적인 성격을 띤 것은 아니었읍니다. 전문가들의 위원회라 해서 교회의 교권을 대행 할 수는 없고 이런 위원회가 짓는 결론이 교권 행사자로 하여금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또 사실 이 위원회 내에서 의사가 합일되지 못했고 주창됐던 여러 논거 중에는 교회에서 항상 가르쳐오던 윤리원칙과 융합되기 어려운 것도 있었읍니다. 그러한 까닭으로 교황께서 친히 이 위원회의 연구결과를 재검토하고 여러 주교의 의사를 참작하면서 사제들과 평신자들의 진언을 받은 후 이 회칙에서 공포된바와 같은 결론을 짓기에 이른 것입니다.

인간번식에 대한 원칙을 해설하는데 있어 교황께서는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어느 문제와도 같이 번식 역시 전체적인 인간관과 인간의 사명의식 안에서 해결을 찾아야지 초자연적이고 영원한 인간의 성소에서 벗어난 자연적 및 세속적인 테두리 안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읍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황은 부부애와 책임감있는 부모애의 참된 개념을 검토한 것입니다.

이 회칙은 성행위의 본성과 목적에 대하여 종래의 교령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전을 보이고 있읍니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까지만 하더라도 생식 자체만을 성행위의 첫 목적으로 가르쳐왔고 이 목적에 2차적으로 상호간의 사랑과 도움 육욕의 만족 등을 부속시켰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현대세계에 있어서의 교회사목헌장」에서 결혼의 가치판단 문제와 결혼의 여러 목적의 서열에 대한 결론을 뒤로 미뤄 두었읍니다. 이번에 공포된 회칙에서는 부부행위의 두 주요목적 즉 부부애의 합일과 생식수단은 똑같이 분리될 수없는, 천주께서 뜻하시는 사랑이 깨뜨릴 수없는 결혼생활의 본질적 의미이며 목적이라고 가르칩니다. 비록 성행위가 사랑의 의지로 좌우되지 않은 원인으로서도 항상 수태에 이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 성행위자체는 생식의 가능성을 제거하지 말아야 하며 인공적으로 성행위의 본연적 의의와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몸에 대해 무제한의 권리를 지니지 못한 만큼 자신의 생식력에 대해서도 역시 천주께서 부여하신바 생명을 거스리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적 결혼생활의 원칙에서 교황께서는 다음과 같이 실질적 결론을 지우셨읍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