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회 폐막 20주년… 한국교회는 어디로 - 김수환 樞機卿 특별대담
공의회 정신 살 때 교회미래 밝다
바티깐 공의회 중심테마는 교회의 쇄신
주교시노드도 공의회정신 재확인
不義 팽배는 교회가 참모습 제시 못하기 때문
신자부터 정직하고 꽉찬 사람으로 거듭나야
성체와 가정의 해는 「어글리코리언」 이미지 벗는 해 되길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지난 12월 8일로 폐막 20주년을 맞았다.
교회생활 전반을 검토하고 변화하는 현대세계에 적응하는 방안들을 천명한 제2차 「바티깐」공의회는 폐막 후 20년간 세계가톨릭교회의 중심 가르침으로 교회생활 전반을 관장해왓다. 세계교회의 흐름속에서 함께 호흡해온 한국교회도 지난 20년간 공의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그 정신에 살면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제 86년 새해를 맞으면서 특별히 「성체와 가정」을 공동지표로 삼고 출범하는 한국교회는 공의회 폐막 20년간을 냉철히 반성하는 가운데 그 정신을 내면의 삶으로 승화시켜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섰다. 김수환 추기경은 『최근 수년간 가톨릭교회의 교세가 놀라운 신장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아직도 사회전반이 불의 · 부정 폭력이 팽배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있는 현상은 교회가 참 신앙의 모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우리교회는 이제 공의회 정신으로 새롭게 무장 끊임없는 자기쇄신을 통해 이 사회를 그리스도의 빛속에 살게해야 할 막중한 책임 앞에 서 있다』고 역설했다. 본보는 새해 아침 제2차 「바티깐」공의회 폐막20주년을 결산하기 위해 바티깐에서 열린 세계 주교시노드에 참가한 김수환 추기경과의 특별대담을 마련, 이번 시노드에서 거듭 확인된 공의회의 근본정신을 살펴보고 아울러 공의회 폐막 20년간의 한국교회 실체를 진단하면서 86년 그리고 미래의 한국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함께 추구해 본다.
▲62년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개막돼 65년 교황 바오로 6세 재임당시 폐막됐던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지난 12월 8일로 폐막 20주년이 됐읍니다. 모두 4차 회기에 걸쳐 진행된 당시 공의회는 현대인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이 본질과 사명을 새롭게 정립하고 세상에 대해 교회를 개방하는 자세로 소집되었다고 할 수 있읍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지난 20년간 세계교회이 기본가르침으로 자리해온 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기본 가르침 · 핵심정신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십니까. 아울러 공의회는 왜 어떻게 개최되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해 주십시오.
- 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중심테마는 한마디로 「쇄신」입니다. 말씀과 전례 모든 성사로 살면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드러내 세상을 구원해 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의회가 제시한 중심사상입니다.
그것은 자기자신을 위해 사는 교회가 아니라 참으로 이웃 · 사회 · 세계를 위해 사는 교회를 의미합니다. 거듭 강조하자면 공의회의 중심테마는 교회의 아죠르나멘또 쇄신으로 집약할 수 있읍니다. 공의회가 개최될 바로 그무렵 세계교회는 새로운 모습, 새로운 성신강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지만 공의회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읍니다. 공의회는 분명 교황 요안 23세께서 성령의 감도에 따라 주창하셨고 개최된 것이라 말할 수 있읍니다. 이에 온 세계까 호응을 한 것이지요.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개최될 즈음 한국교회는 어떤 상황이었읍니까. 당시 한국사회가 모든 면에서 불안정하던 시기였고 교회역시 어지러운 나라의 형편 속에서 제 모습을 갖추기가 어려운 시기였다고 생각됩니다만 그같은 여건 속에서 한국교회는 공의회를 어떻게 받아들였읍니까. 바꾸어 말해 공의회는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 우리교회는 오랜 박해시대를 벗어난지 얼마안돼 식민지 시대를 겪어야 했고 이어 6·25라는 민족적 비극을 맛보아야 했읍니다. 공의회는 이같은 격동기에서 벗어나야겟다는 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즈음 개최되었다 하겠읍니다. 어디서부터 그 지표를 찾아야 할지 방황하던 우리에게 공의회는 나아갈 길을 밝혀준 것입니다. 사실 그때까지 우리교회는 對사회적으로 움추린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읍니다.
공의회는 교회가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검토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뿐 아니라 사회에 대해서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끌었읍니다. 그때부터 한국교회는 교회라는 울타리 밖의 사회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사회 속의 교회로 발돋움 할 수가 있었읍니다.
▲공의회는 지난 20년간 한국교회 제반분야에 큰 변화를 주었읍니다. 전례부문의 경우 제일먼저 우리말 미사가 연상될 만큼 획기적인 변혁이 이루어지기도 했읍니다. 신심운동 · 선교활동 · 사회참여 · 일치운동 등 여러 변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있다면 어떤 점을 들 수 있겠읍니까. 다른 나라와는 어떻게 비교가 되는지요.
- 우리말로 미사를 드리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임에는 틀림없읍니다. 개신교측과 함께한 신 · 구약성서 공동번역 · 성서공부운동은 우리 신앙생활에 큰 변화를 주었읍니다. 아울러 이미 들어와 있던 레지오 마리애를 비롯, 꾸르실료 · 성령 · ME · MBW 등등 여러 신심운동들이 도입돼 신앙의 부흥을 유발, 발돋움하려는 교회에 활력을 준 것도 빼놓을 수 없읍니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말 미사는 신자들의 일체감 조성에 큰 몫을 담당했읍니다.
한편 옜날 우리 신자들이 어떻게 아무의미도 모르는 라띤말미사를 저항없이 받아들였는가 생각할 때 감탄할 뿐입니다. 하느님이 역사하시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구라파의 경우 우리와 좀 상황이 다릅니다. 공의회 당시 전례운동에 대한 움직임이 크게 일었고 또 무르익어가던 때였으므로 공회의가 그 길을 환하게 열어준 셈이었으니까요.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번 세계주교시노드는 공의회의 가르침 · 정신을 재확인하는 한편 보다 발전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여러 결정들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읍니다. 시노드에 참가한 추기경님께서 진단하시는 시도느 개최 의의와 특징들은 무엇입니까.
- 지적한대로 이번 주교시노드는 공의회 폐막 20주년을 기해 공의회정신을 기리고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그 정신을 이 시대에 보다 잘 맞도록 촉진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읍니다.
사실 시노드 시작전 어떤 사람들, 특히 구라파에서는 공의회 20년을 돌이켜보면서 공의회이 점진적인 자세로 인한 여러가지 부정적인 측면들 때문에 공의회 정신에서 후퇴하는 결정들이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염려들을 했고 언론 역시 같은 견해였읍니다. 그러나 막상 시노드가 열리고 참가주교들의 생각이 나누어지면서 한결같이 공의회는 하느님의 은총이자 교회와 인류를 위해 주신 성령의 큰 선물임을 확인하게 됐읍니다.
더우기 중요한 것은 앞으로 교회는 공의회 정신에 따라 나온 여러 문헌들을 깊이 읽고 묵상, 살아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노드문헌」을 시노드 폐막과 함께 즉시 확정지었다는 사실입니다. 시노드에서 종합된 내용을 교황님께 건의, 교황님의 회칙 등으로 나중에 발표하던 종전과 달리 시노드를 마치면서 동시에 공식적인 문헌으로 확정지었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요.
▲시노드에서 특별히 강조된 내용들은 무엇이었읍니까. 교황께서 승인하신 시노드 문헌중 두드러진 내용 몇가지만 소개를 해주시고 아울러 세계의 주교들이 참석한 시노드의 분위기를 전해주십시오.
- 시노드의 분위기는 상당히 우호적이었고 좋았읍니다. 교황님도 기뻐하셨구요. 우리는 진보와 보수간의 갑론을박, 격론이 있으이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다시한번 신앙속에 하나인 교회이며 우리의 믿음 · 희망도 교황님과 함께 하나인 가톨릭교회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읍니다.
중요하다면 사회 · 세계에 대한 교회의 사명이 강조됐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공의회 문헌중 「현대세계의 사목헌장」이 강조되면서 그동안 시도해온 것처럼 교회는 인간의 존엄성 · 생명의 신성함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헌신해야 한다는 내용이 부각됐읍니다.
따라서 이번 시노드에서는 교회가 현실속에서 인간의 인간다움의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특히 신앙과 정의를 위해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 재확인된 셈입니다.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의 비중이 상당히 크게 자리하고 있읍니다. 평신도의 활동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만큼 활발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현재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활동을 바람직하고 만족할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주교시노드는 평신도의 역할 · 임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읍니까.
- 공의회가 성세성사를 통한 평신도의 위치가 얼마나 소중한가 밝히고 있듯이 시노드는 평신도의 교회참여를 크게 강조했읍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교회참여도 보다 향상되어야 한다는 것. 특히 교회는 청소년들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그들이 복음화 사명에 적극 참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도 확인됐읍니다.
초기 한국교회 평신도들은 평신도만으로 교회가 성립되지 못하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성직자를 모시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읍니다. 바로 그 피를 이어받은 오늘의 평신도 역시 참으로 훌륭한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교회 제반일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우월감이 없을뿐더러 성직자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그들과 함께하는 자세는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성직자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의 자세는 아름답기까지합니다. 저는 외국에 나갈때마다 우리 평신도들의 모범적인 역할을 늘 자랑하곤 합니다.
이제 우리 평신도들은 공의회 문헌과 복음이라는 안내서를 지침으로 삼아 그 정신에 따라 보다 깊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고자 합니다.
▲최근들어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는 교세와 함께 교회는 공의회 이후 외형적인 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해왔고 그 성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읍니다. 이같은 성작 속에서 아직도 한국사회에 만연돼 있는 불신, 부조리 부래, 폭력, 불의와 함께 비인간화 등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이는 교회가 너무나 안일하게 살아왔다는 자성과 무거운 책임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읍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이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 한국의 신자수는 지난 5년간 50만이 늘었읍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괄목할만한 복음화율이 아닐 수 없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우리사회는 온갖 어두움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교회가 사회의 가치관을 변혁시킬 수 없었다는 문제점이자 현실이기도 하며 우리가 공의회 정신으로 살지 못했음을 반영해 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이점 우리교회가 공의회 정신으로 거듭 무장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됨과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일본에 있는 선교사가 현재 숫자만으로 볼 때 복음화율이 제일 저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일본 전체의 가치관이 그리스도교화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읍니다. 생각해 볼만한 문제라고 느껴집니다. 만일 진실하고 양심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그리스도교적 가치관들이 일본에 있어 교회의 활동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추기경님게서는 지난 성탄절 메시지에서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부재 진리부재 정의부재 드디어는 인간부재의 어둠 속에 갇혀 있다고 말씀하셨읍니다. 아울러 이 난국은 국민 모두의 화합으로 극복해야 하며 특히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의 「회심」이라고 강조하셨구요. 실제로 정치 · 경제 · 사회 등 제분야의 어려움 · 어두움은 근로자 학생 농어민 도시빈민문제 등을 유발시키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아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요청되는 가장 중요한 것, 우리 국민 모두가 함게 해야할 일은 무엇입니까.
- 물론 국민 모두의 진정한 화합입니다. 그러나 국민적인 화합은 오늘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일차적 책임의식을 갖는 정치 지도자들의 회심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정치지도자들이 진리와 정의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민주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오늘의 난국을 극복하는 요체라고 믿고있읍니다.
메시지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사회에는 믿음과 사랑은 물론 용서도 화해도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픕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일하고 있으며 기술 지식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 우월함 속에 정직 진실의 의미는 포함돼 있지 않읍니다. 정직 진실하지 못해 일어나는 문제들이 허다하고 외국인들의 눈에는 협력을 모르고 사랑이 없는 한국사람들이 크게 비춰지고 있읍니다.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하고 이를 자랑하다 보니 속은 텅텅 비었고 속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인간이 곧 한국인이 모습처럼 되었읍니다. 저는 이 새해가 어글리 코리언의 이미지를 벗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정직하고 진실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공의회 폐막 20년을 결산하고 다시 맞는 새해는 그 정신을 보다 깊이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작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의회 폐막 21년과 함께 시작되는 새해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겟읍니까. 특별히 주교단이 공동으로 설정하신 「성체와 가정」의 해를 맞아 설정 배경과 함께 모든 신자들이 어떤 정신과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해 주십시오.
- 가정은 교회나 사회적으로 모든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우리는 가정을 통해 생명, 인간다운 삶, 신앙을 전수받고 있읍니다. 가정이 무너지면 모든 섯이 무너지게 마련이지요. 가정에서 사랑이 빠진다면 그 또한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랑을 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교회로 볼 때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몸까지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사랑, 생명의 빵으로 주시는 성사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그 사랑으로 가정을 살려야 하고 그것이 우리 자신과 모든 가정 · 사회를 살리는 길입니다. 결론적으로 가정성화가 모든 것의 기본이란 점에서 「성체와 가정」을 새해 사목지표로 세운 것입니다.
우리교회는 아직 뿌리가 얕습니다. 때문에 종종 신앙이 생활과 분리되어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교회가 너무 빨리 성장, 신앙을 심화시킬 여유가 없었고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교회이긴 하지만 우리교회는 하루빨리 사회전체를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물들여야 할 막중한 책임을 절감해야 합니다. 그러기 휘애 우리 신자들부터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 속이 꽉찬 사람으로 거듭나길 권고합니다. 모든 신자들이 남을 먼저 이해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바로 이 시대를 사는 증거자의 모습인 것입니다.
▲오랜시간동안 감사드립니다.
李潤子 部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