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우리 모두가
오, 하느님,
맑고 가난한 마음으로
당신을 찬미하게 하여 주소서.
당신의 권능이 참으로 크오시니
당신께선 이제 一九八五년을
영원히 어디론가로 옮겨놓으셨읍니다.
간 한 해의 시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던 모든 것,
묵은 우리, 묵은 나, 뿐만 아니라
그 풍성했던 모든 일들을,
위대했던 여름을, 가을을, 풍년을,
산천 초목도 짐승들도 모두 모두
모든 일월성신을, 一九八五년의 우주 전체를
다 어디론가로 숨겨놓으셨읍니다.
그 대신에 크고 둥글고
새롭고 신선하고 더욱 신비스런
一九八六년의 해를 마침내 솟게 하시니,
하느님,
해가 가고 해가 오는 모습이
참으로 당신의 권능과 영광의 드러남이옵니다.
이제 처음 보는
지금까지 비밀에 싸여있던 一九八六년의 모습이
아름답고 거룩하고 황홀할 따름입니다.
모든 것이 어제의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입니다.
조국의 모습도 새롭고
우리 가정의 모습도 새롭습니다.
시간 안에서 시시각각 탄생하는 새로운 나.
당신의 솜씨는 이렇듯 오묘하옵니다.
오늘 우리 앞에 더욱
아름답게 솟은 나무 한 그루 있으니
바로 희망의 나무입니다.
주여.
크옵신 당신의 권능보다 더욱 큰 것이
당신의 사랑이옵니다.
우리 죄를 대신하여 피흘리고 죽으시고
부활 승천하시고도 마음이 안 놓여
다시 몸을 빵으로까지 낮추사
우리 가운데 늘 현존하시니
주님이 성체야말로
가없는 주님의 사랑
가없는 주님이 겸손
끝도 없는 주님의 가난이옵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성체는
우리의 참 생명이옵니다.
아, 주님의 성체를 모심으로써
저희들의 몸도 거룩한 궁궐이옵니다.
이제 새해의 해가 더욱 높이 솟았읍니다.
해마다 새해에는 그렇게 느껴지는 터이옵니다만
올해의 해는
더욱 둥글고 더욱 크고
더욱 밝고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옵니다.
당신의 사람 사랑이 원래 무한하신데다
갈수록 따뜻해지시는 까닭으로 아옵니다.
주님.
새해에는 희생과 실행과 일치와
나눔과 치유이신 당신의 성체를 통해
저도 하늘에 계신 당신처럼 완벽하게
되도록 한 걸음 나아가게 하여 주시고
우리 모두이 가정도
성가정을 닮은 가정이 되게 하여 주시고
우리 조국도 하늘의 뜻을 섬기는
의로운 고장이 되게 하여 주시고
세계의 온 누리도 사랑 나누는
사랑이 누리가 되게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우리 모두로 하여금
비록 미약한 존재이오나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조촐한 도구가 되게 하여 주소서.
우리 모두가
주님이 보시기에 좋고 주님 기쁘시도록
주님을 찬미하게 하여 주소서.
지순한 마음으로 주님 찬미하는 일이야말로
이승에서 사람이 할 일의
궁필일 것이옵기에.
오, 하느님.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맑고 가난한 마음의 거문고를 뜯으며
당신을 찬미하게 하여 주소서.
성찬경(詩人 · 성균관大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