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세계의 기대를 뒤엎고 인공산제의 온갖 직접적 방법을 단죄하는 회칙이 발표되자 각국의 가톨릭 주교단은 환영의 뜻을 표명하였으나 가톨릭 바깥에서는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반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의 주교들은 순종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부 사이비 신학자들은 교도권에 직접 도전하고 있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바이다.
어떤 이는 「갈릴레오 사전」의 재판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스스로 갈릴레오나 된것 같이 교황권의 몰락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의 갈릴레오를 자처하는 형제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우선 회칙이라면 내적·외적 순종을 강요한다는 사실을 기하라!
특히 신앙과 도덕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신자는 이미 가톨릭신자가 아니다. 교황회칙에 내적 외적으로 반대하면서도 스스로 가톨릭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신학자가 아니다. 가톨릭신학의 가장 기초적인 상식도 모르는 그 사람이 신학자란 이름을 향유하기에는 천만부당하기 때문이다.
중세기의 갈릴레오는 학자였다. 과학자로서 과학문제에 있어서 이번 회칙 가운데서 과학적인 면에 반대한다면 모르되 신학자라고 자처하며 교황의 교도권에 도전하면서 어찌 자신을 갈릴레오시할 수 있으랴? 일시적인 영웅심이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라도 뉘우치고 겸손되어 순종의 미덕을 갖추어주기 바란다.
특히 몇몇 국내의 갈릴레오들은 회칙원문도 읽기 전에 외신보도에 부화뇌동(附和雷同) 하는 경거망동(輕擧妄動)을 보인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학자라면 학자답게 교황문서를 직접 연구한 다음에 적어도 인간적인 존경을 표시한 후에 조심스럽게 반대하되 반대 이유가 뚜렷해야 할 것이 아닌가?
고작 반대이유라고 내세우는 것이 『모든 사람이 實際로 人工産制를 실천하고 있는 이 때에 웬말이냐?』라는 정도이다. 진리는 다수결로 규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만할 텐데. 스스로 학자답지 못한 이유를 제시하는 셈이다. 일찌기 갈릴레오는 바닷물이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것이 지동설의 이유라고 하였기에 진리였던 지동설마저 우슴거리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 생각난다. 옳은 과학적 진리도 이유가 불충분해서 인정받지 못하였다면 가톨릭 신앙자에게는 달리 생각조차 할 수없는 도덕에 관한 진리를 부정하면서 이렇다 할 이유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가엽게만 보인다.
다수를 차지하는 현대사회의 현실을 유일한 이유로 내세운다면 그 사람이 중세기에 살았다면 제일먼저 갈릴레오를 반대하였을 것이 의심 없다. 당시에는 만인의 의견을 갈릴레오 혼자서 부정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갈릴레오는 과학자였다.
신학자는 갈릴레오 처럼 교황의 교도권과 싸울 기회마저 가질 수 없음을 알아 두라!
사이비학자들의 발언이 신자들, 신앙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대단한 것이다. 교황께서 가르치는 것을 신학자가 반대한대서야 가톨릭의 교리 단일성을 어디서 찾으라는 말인가? 신학자를 따를 것인가? 교황을 따를 것인가? 같은 학자라는 점에서도 교황을 따르는 사람이 더 지혜롭다 하겠다. 그러나 교황은 「로마」에 계시고 신학자라는 사람과 목자들은 가까이 신자들의 귀에 말을 들려주고 있다. 순진한 신자들에게 「스캔달」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도 제2의 갈릴레오란 사람들은 잠잠해 주시기 바란다.
그것이 자신과 한국가톨릭에 유익하겠기 때문이다. 스스로 마땅한 이유를 발견하여 교황께 제시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연구하는 진정한 학자가 되어 주기 바란다.
金南洙(神博·천주교 중앙협의회사무국장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