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거의 모두가 신자의 나라인 스페인의 주교들과 가톨릭 노동운동지도자들간의 해묵은 분쟁은 노동운동지도자들이 궁지에 몰린 노동자 문제 해결에 교회당국의 참여를 요청하는 공개장을 발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3개의 가톨릭 노동단체 회장들이 서명한 동 공개장은 물가고(物價高)와 저임금(低賃金) 및 고용의 불균형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노동자의 입장을 열거한 후 『교회의 전면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이같은 비상사태를 주교들이 성실과 용기로써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주교회의는 이 나라의 모든 평신자 활동을 강력히 통제 · 조정할 것을 결의함으로써 사태는 심각하고 다른 한편 성직자들도 주교들이 세울 어떤 시책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많은 불씨는 가톨릭의 사회정의를 저버린 정부조처와 이에관한 교회의 태도에 기인한다.
동 공개장은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주교회의 제6차 본회의가 개막되기 직전에 발표되었는데, 동 공개장은 스페인의 경제사정이 전체적으로 악화되어 노동자의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있으며, 최저임금의 구매력은 실제로 감소되었고 실업자(失業者)가 불어남으로써 노동자들이 육체적 정신적 문화적 착취를 당하고 있는 반면에 부유층은 그들의 특권 강화에 여념이 없음을 지적했다.
경찰은 가톨릭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정부여당의 노동조합이 무능한 탓으로 이같은 사태가 빚어졌다고 비난하자, 노동운동의 간부들을 투옥시켰으며 정부는 노동자 위원회에 공산세력이 침투했다고 우겼다. 그러나 학생들은 노동운동 지도자들을 예나 다름없이 지지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 주교회의는 가톨 「액션」 규약 개정문제를 의제에 올려놓았으나 동 공개장에 대해서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스페인에서는 50여명의 성직자들이 공개하지 않고 노동계에서 택시운전수, 벽돌동, 광부, 공장직공 등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미사를 드리며 그리스도를 미신자와 냉담자에게 전하는 본래이 사명을 수행하는데는 지장이 없으나 지난 10월 학생과 노동자 「데모」에 관련해서 적어도 10명의 사제가 체포됨으로써 전국적인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나라 노동사제의 동향이 세계 제2차대전 직후 불란서에서 일어났던 움직임과 같은 것이라고는 아직 말할 수 없으나 「마드리드」 「빌바오」 「바르셀로나」 공업중심지인 「아스투리아스」 「갈리시아」 및 「안다루시아」 등지에서는 전일(全日) 노동에 종사하는 사제들이 점점 늘어가고 신학생들도 방학때나 주말에 이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교들은 이러한 경향에 주목하여 어떤 교구에서는 노동사제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스페인주교단은 지난 11월 21-28일까지 회합을 열고 노동사제들이 성직봉사를 계속하며 확장할 수 있는 성문율(成文律)을 초안했다.
사제직과 더불어 관공소 및 학교일에 종사하는 수백명 사제들과는 달리 노동사제들은 많은 난관에 부닥치면서도 이러한 일을 택하고 있는데, 수만명 노동자들이 교회와 분리돼 있는 사정을 참작할 때 가톨릭 스페인은 참다운 신교국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마드리드 스페인 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