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거리를 지나가 보거나 서양잡지를 들여다 볼 때 새삼스레 느끼는 점은 매한가지다. 여성이라면 자기 용모에 대해서나 복장에 대해서 놀랄 만큼 관심을 갖는다. 이것은 역사의 흐름과 관계없이 항상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여성이 좋아하는 모양은 어머니들의 세대가 좋아했던 모양과 너무나 다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의 멋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70년전의 젊은 여성을 「어머니」라고 하고 오늘의 젊은이를 「딸」이라고 불러 비교해보면 많은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거니와 멋을 통하여 인간의 정신면에 있어서의 변함을 알 수 있겠다. 어머니를 보고 받았던 인상은 『정성껏 차근차근하고 예쁘게 꾸몃구나』라고 생각하였지만 딸을 보면 『무관심하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하지만 그다음 그래도 어쩐지 멋이 있다고 느껴지는 건 웬일일까? 어머니가 이치에 맞아 합리적으로 모양을 냈다면 딸은 모순된 듯한 옷차림으로 등장한다. 어머니가 계획적으로 조리있게 미를 보였다면 딸의 계획은 부조리하게 하는데 있다. 앞머리를 눈을 가릴 만큼 길게 기르는 여자도 한쪽 눈과 한쪽 뺨만 보이는 여자도 멋이 없지 않다.
가리운 눈은 그이의 개성과 인격을 말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얼굴의 전부를 골고루 균형있게 꾸미는 것이 어머니의 습관이었다면 딸은 눈만 꾸미고 싶어하는 것 같다. 치우치게 꾸며진 현대여성의 눈은 한없이 신비감을 주고 있으며 심지어는 무섭게 해주기도 한다. 어머니의 세대가 신분에 맞도록 자신을 아름답게 했지만 오늘의 딸들 사회가 인정해온 규범에서 벗어나 자기의 위격적 유일성을 살리며 이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멋으로 삼는가 보다.
미래학을 좋아하는 어떤 이는 『언젠가는 온 인류가 다 미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지나친 말이겠다. 그러나 통계학은 놀라운 사실을 제공해 주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여섯 사람 중에 하나씩 정신병에 걸렸다 한다. 정신이상자의 증가율은 물질문명의 발달도를 따르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상이 있기도 전에 부러 황홀상태에 빠지게끔 약을 먹는 「히피」족도 과학이 극히 발달된 현세계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이 아닌가? 현대여성의 멋을 보면 약간 비정상적인 면이 있다고도 하겠다. 일반적으로 볼 때에 여성이 남성보다 민감하다고들 하는데 남성이 오늘의 일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에 여성은 내일의 일을 미리 직각적으로 느낀다. 비정상적인 멋이라고 하여 물론 「히피」족과는 정도의 차이가 많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경향이 같지 않을가 생각된다.
그렇다고 하여 현대여성의 낭만은 19세기의 낭만주의의 부활이 아닐 것이다. 오늘에 와서 인류는 지난세기의 감정주의와 개인주의에서부터 기나긴 여행을 해보았다. 그때의 낭만과는 달리 자신에서부터 벗어나려는 경향이 엿보이며 「나」이외에 「너」와 「님」을 만나려고 하여 애쓴다. 너란 자기의 온전한 인격 우주는 한편 나의 온전한 인격을 받아주는 사람들이요. 님은 신을 말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나를 중심으로 하느님보다 나와 너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이러한 인격적 관계 가운데서 신을 발견하는 것을 기대한다. 백오십년전의 낭만주의자들에 비하면 훨씬 적극성이 있고 건설적인 면을 띤 정신상태이다. 현대인은 무엇보다 허위를 싫어한다. 이점에서부터 여성의 멋을 살펴보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뜻 깊고 감탄할만 한다. 자신안에서나 타인안에서 참된 인간모습을 찾아보려는 현대인은 정해진 규범을 경멸하며 규범밖에 모르고 규범밖에는 보여줄 것 없는 인간은 그들이 보기에 헛되다. 그들은 추리적인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살아있고 실질적인 인간과 생의 가운데서 진리를 찾아내고자 한다. 독생성자로 하여금 사람이 되기를 원하신 성부께서는 이와 같은 인간 마음의 동향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밝히고 인간적 가치를 드러낸 「바티깐」 공의회를 통하여 성신께서는 현대인의 마음안에서 생활하시며 일을 하시지 않는가. 명동거리에서나 잡지화보에서는 멋쟁이아가씨들의 낭만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이 얼마나 진실을 사랑하는가를 생각해 볼 것이며 비정상적일지라도 그들의 모습아래 싹트려는 그들의 인격과 나의 참된 인간모습을 찾아보려는 그들의 성의를 보아야겠다. 그들의 모양은 반발적인 태도를 말한다기보다 인간의 합리적인 요구를 제시한다는 것도 알아야 되겠다. 그러면 나의생도 점점 더 멋이 있을 것이다. (끝)
주매분(修女·聖心女子大學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