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 안에서는 현재 일반신자나 신부님들, 또는 주교님들 까지도 군종신부들이 본인의 군대임무를 채우기 위하여, 혹은 군대에 군종제도가 있으니 각 교구에서 몇명씩 보내서 2·3년 복무연한이나 채우고 돌아오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신분이 상당히 많다.
더구나 근래에 와서는 신부들이 대개 신학생 때에 군대에 가서 자기의무를 마치게 되니까 군종신부로나 가라고 하면 『나는 군대에 벌써 갔다 왔는데 왜 나보고 다시 군대에 가라고 하는가?』하며 안가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또 현재 군대에 있는 신부들도 가급적이면 제대하여 교회내의 다른 직책을 맡으려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군대에 가봤자 일만 고되고 군대의 딱딱한 규율과 환경안에 사니 별로 재미도 없고 더구나 종교에 대하여 이해가없는 부대장 밑에 가면 협조를 안해주니 일할수도 없고 또 숫적으로나 계급적으로나 교회당국의 후원면에 있어서 우리보다 우세한 목사들에게 각가지 장애를 받으니 고달프고 화가나고 교통도 불편하여 노력해봤자 당장 무슨 큰 효과가 나는 것도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가끔 후방에 와보면 본당신부가 되어있는 동기생들은 잘살고 있으며 한다는 소리가 『빨리 제대하고 나와! 뭣 때문에 군대에서 그렇게 고생하고 있어!』
그래서 군종신부들은
『나만 못나서 군대에 있나 보다』하는 기분을 느낄 때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또한 군목들은 3백여명이나 되는데 우리 신부들은 불과 42명밖에 안되니 정신면의 사기는 형편없다.
그런데다가 프로테스탄트교회에서는 매년 수백만권의 서적을 발간하여 군대에 보내주고 있고, 또 여러가지 후원단체가 있어서 여러 가지로 군목들을 후원하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천주교회에서는 군종신부들이 쓰기위하여 일년에 몇백권의 책을 얻기가 힘든 형편이고, 군종신부 후원단체라고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로마」에서 주는 5천달러(한화로 135만원) 원조가 있을 뿐이다.
이것도 지금까지 군종신부들을 위하여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 돈이 군종신부들의 사업비로 잘 사용된다고 해도 1인당 월2,500원 꼴이니, 월2,500원을 가지고 무슨 사업을 할 수가 있을까? 숫적으로 보더라도, 각 중요기관과 각 사단에 한명씩의 신부만 보내려 해도 60명 이상의 신부가 필요한데, 불과 42명이니 어떤 신부는 일선지구에서 사단 둘, 셋을 맡아보고 있다.
한 사단의 병력이 1만3천명, 그 주둔지역은 1백리 내지 2백리 사이에 각 단위 부대가 산재해 있으니 신부 한사람이 자동차도 없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지 능히 상상할 수 있다.
사실상 군종신부는 일하라고 군대에 보냈다기 보다는 군대에 안 보낼 수 없으니, 보내서 내버려 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된 것은 첫째, 한국 60만대군에서 우리 신부를 얼마나 필요 로하고 있는 가를 우리교회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또 군종신부들에 대해 우리교회가 너무 무관심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군대라는 데는 거의 남자들만이 모여 엄격한 규율 밑에서 매일 사람죽이는 연습만하고 있어(그렇지 않은 부대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분위기가 딱딱하고 거칠고 살벌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별의별 층의 사람들이 다모여 살고 있으니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고 또 문제되는 인물들도 많다. 군종신부들은 이러한 분위기와 상태 안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가지고 그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정신적 지도자가 되고 마음의 위로자가 되어 부대 안에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부대장병들이 서로 사랑하고 협조할 수 있는 건실한 군대를 만드는데 협조하고, 나아가서는 하느님을 알리고 인간의 종말을 알리는 구실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일반이 생각하는 대로 군종신부란 단순히 신자 군인들에게 성사를 주고 주일에 미사를 드리는 것만이 그들의 구실은 아니다.
요새 우리는 가끔 군대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신문에 발표될때 개탄하고 분개한다. 당연한 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분개하는 것만으로 족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우리교회가진 책임은 중대하다. 「바티깐」 공의회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적으로 구원되는 것이라고 했다.
군종신부가 한 사단에서 잘만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면 적어도 1만3천명의 장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니 그 효과는 막대하다. 이 1만3천명은 전부가 다, 현재 가장이거나 곧 가장이될 사람들이니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거나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군종신부들은 이 사람들을 몇백명씩 집단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질 수가 있다.
우리는 좀더 군종신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군종신부들이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더 잘함으로써 군대 안에 사랑과 선의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池學淳(한국군종신부단총재·원주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