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를 든 다들리 랭포드
『여보세요』
『다들리 랭포드씹니까?』
『예,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 다방에서 선생과 만난 체임스 스태튼입니다.』
『아, 스태튼씨, 안녕하십니까?』
『예, 덕분에 아주 유쾌합니다. 그런데, 집사람과 방금 선생얘기를 했읍니다. 매우 쓸쓸하다고 하셨지요? 그러면 우리 오늘 저녁에 몇몇 「호텔」 친구들과 더불어 휴게식에서 크리스마스 축하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선생은 지금 오리ㅗ우실테니까, 기꺼이 찬성하시리라 믿습니다만…』
다들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저녁에 집사람한테 전화를 내기로 되어 있읍니다. 그건 그렇더라도 제가 참석해서 방해가 되지는 않을런지요? 밉살스런 불청객이 되는 것은 질색이니까』
『천만에 말씀』
환호성에 가까운 상대방의 목소리가 뒤따라 들려왔다.
『모두들 기뻐할 것은 말할 것도 없읍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거의 같은 입장이지요. 모두들 고향과 가족을 떠나 이곳에서 묵고있는 처지가 아닙니까?』
『옳은 말씀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반응했을가, 궁금해 하면서 다들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됐읍니다. 랭포드씨, 아홉시에 만나기로 합시다.』
『그렇게 합시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 그럼 그때 봅시다』
전혀 낯선 사람으로부터 이렇게 친절한 초대를 받은 다들리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오게된 그의 서글픈 심경도 가셔지기 시작했다.
(한번쯤 가정을 떠나 성탄절을 보내느 것도 실제로는 별로 불행스런 일은 아니야. 특히 회사나 개인이 크게 필요로 하는 수입이 보장되는 경우에는 말이야)
그는 이번에는 좀 작은 술잔으로 최근의 행운에 감사하고 건배했다. 그리고는 다소 만족스런 자세로 안락의자의 등박이에 기대앉았다.
『이상하단 말이야』
그는 빈 술잔을 들어다 보며 중얼거렸다.
『시간이 나를 이렇게 변덕장이로 만드는게』
다들리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도시생활에 순응하여 직장과 가정의 인공관목(관木)과 인공적인 크리스마스 「추리」나 화환들에 익숙해 잇었지만, 그의 맘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물질과 인간들에게 순수가 있었던 시절, 인위적인 꾸밈이 없었던 과거를 동경하고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야』
그는 물끼없는 술잔에다 대고 다시한번 중얼거렸다.
『시간이 나를 이렇게 변덕장이로 만드는게』
친구들은 그가 너무 감상적(感傷的)이라고 그를 놀려주기도 했으나, 그런 말에는 아무런 대꾸도 않는 것이 그의 습관처럼 돼있었다. 감상주의에 빠져있는 사람은 그가 아니라 그를 놀리고 있는 바로 그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는 이해시킬 수 없었다. 다들리는 실재 인물들과 접촉하고 현실적인 친족관계와 우정관계를 가진 자칭 현실주의자였으며,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는 크리스마스 「추리」와 화환까지도 인위적이 아닌 것을 마련하고자 하는 현실주의자였다. 그는 또다시 창가로 걸어갔다. 바야흐로 해는 태평양 저편으로 저물어가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늘어선 고층건물의 꼭대기에 황혼이 깃들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골짜기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본성이 현실적인 다들리에겐 크리스마스가 쓸데없이 가정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비현실적인 현실에 점점 더 커가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집으로 장거리 전화를 내어 아내 매지를 불렀다. 아내와 그리고 자녀들에게 예(例)의 그 감격적인 사랑의 안부를 교환 후, 그는 매지에게 내일 새벽 2시쯤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위해 깜짝놀랄 선물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무엇이예요?』
『당신이 생각해보지 못한 걸거야』
그는 이렇게만 대답했다.
『어서 말해주세요 제발』
『안돼 두시쯤 현관문 벨소리나 기다리도록 해요. 내가 전화를 낸 것은 가족들에게 놀라운 선물이 배달될거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거란 말이요. 꼭두새벽이라 행여나 당신이 놀랄가봐해서』
『그러시다면 좋아요 그건 당신의 비밀로 해두고 새벽 두시에 기다리겠어요. 그런데 그걸 누가 배달 하죠?』
『비행기와 택시로 배달될 것으로 보는데, 늦어도 두시까지는 틀림없이 도착할거요』
『사랑해요, 다들리.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우리들 걱정일랑 마세요』
『걱정? 당신, 애들한테 시달리고 있군. 그럴 수 없이 귀여운 애들이었는데』
『당신이 안계셔서 너무 섭섭해요』
『그말을 들으니 더욱 용기가 나는 것 같소』
『못견디게 외롭지요 당신?』
『그럴리 있나, 이곳에는 미녀들이 굉장히 많고 또…』
『아니, 여보!』
『하하 농담이야, 농담』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매지! 그리고 의외의 선물이 간다는거 잊지마』
『기억하겠어요.』
새벽 두시30분, 다들리의 집 현관의 초인종이 울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다들리의 온가족이 환호성을 올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아빠!』
『도대체 내가 온줄 어떻게 알았어?』
『우리는 당신을 알고 있잖아요.』
우아한 매지의 부드러운 대답이었다. 이것이 도회의 크리스마스를 진짜 그리스마스답게 하는 것이라고 다들리는 생각하고 있었다. - 끝 -
헨리 리버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