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發(개발)되는 農村(농촌)찾아 - 疏外(소외)된 社會參與(사회참여)의 動脈(동맥)] ⑮ 任實(임실) 산양협동조합 (中)
원칙에 충실·지역개발 명분 뚜렷이 부각
지역개발 협조하는 교회 깔끔한 “모델·케이스”
「치스공장건립·12평의 석굴파기도
임실산양협동조합이 정식으로 발족한 것이 작년 12월이니 아직 그 첫돌잔치도 치루지 못한 짧은 시일이다.
그러나 현재 19명의 조합원에 성양(成羊) 40두 자양 50두 자넨종과 알파인종이 반반으로 등록된 양들이다. 이처럼 빠른 발전을 보게된 이면에는 본당 지 신부의 지도력과 열의, 이사장 신태근(辛泰根)씨의 성실성, 그리고 조합원들의 단결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아야하겠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사업이 현재 걷고 있는 길이 직접적인지 역사회개발이란 대의명분 이 뚜렷하게 부각된 점, 그리고 방법적으로 원칙에 충실하여 그 정도(正道)를 걷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개의 경우 교회는 장래에 지역사회에 이바지 할 것을 약속하면서 직접 대농장을 경영한다. 그래서 「천주교농장」이란 이름을 얻고 돈이 많은 천주교농장이 농업부문에서도 「한몫본다」는 오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요, 기술 지역사회에는 몇푼의 노임을 뿌리는 사업이외에 아직은 크게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실의 경우는 다르다. 교회가 농민들 스스로의 발전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합은 그들의 것이요, 교회는 주인도 경영자도 아니다. 교회가 그들과 같이 있는 것이다. 임실의 경우는 교회가 지역사회 개발에 협조하는 하나의 깔끔한 「모델케이스」라 하겠다. 임실사람들이 하루도 몇번씩 바라보며 하소연 하는 운수봉(雲水峰)은 오늘도 이마에 흰구름을 싸매고 그 푸른 가슴을 열어 어린 산양들을 먹이고 있다. 읍내 유일의 뾰족한 집, 높은 성당종각 아래로 조합원들이 오가고 있다. 장로님도 있고 보살도 있고 예비역장교도 있고 예비신자도 있다. 염소가 배앓이를 해도 신부님을 찾는다. 염소가 맺는 이들의 우정은 대단 하다.
성서당에 멀지않은 곳에 운수봉의 정기를 이어받은 동산(東山)이 있다. 동리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 동산을 동산(洞 山)으로 하여 잡목을 가꾸고 밤나무도 심어 잘살기를 기약했다. 그런데 이제 조합의 「치스」 공장의 터로 그들은 이 동산을 택하고 아담한 공장을 그들의 손으로 마련했다. 건평 25평. 멸균실, 처리실, 발효실, 건조실 등이 이안에 있고 금년에는 3평짜리 냉장고도 마련했다. 운수봉과 통한다는 동산에 공장건물과 연결하여 굴을 팠다. 12평의 석굴이다. 이 작업은 조합원도 회장도 이사장도 신부도 팠다. 「치스」의 풍미는 멀리 운수봉 그 깊은 속에서 전해오는 시원한 정기가 작용하여 이루어진다. 현재까지 불과 150만원의 경비로 공장과 훌륭한 석굴을 마련했다. 앞으로 6·70만원의 경비만 더 있으면 이상적인 공장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고 한다. (계속)
金達湖(본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