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공의회 후 교회가 현대사조에 적용시키려는 노력과 발전은 괄목할 일이다. 그중에도 가톨릭시보 634호(1968년 9월 8일자)를 보면 새로운 전례 개혁안을 마련하고 기도문도 현대인에게 맞도록 하려는 사업은 훌륭하며 헌신적인 당국의 노력의 결과이라 하겠다.
그러나 교회는 본당 중심의 사목활동에 치중하고, 가정적인 소단위의 교회활동에는 좀 뒤진 감이 없지 않다. 교부들이나 신학자들간에는 가정본위의 신앙생활을 권장하는 기운이 점고하고 있는데도-.
물론 신자위주 가정본위로 한다해서 본당을 무시해버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소단위가 자율적이며 능동적인 생활화된 신앙이 됨으로 말미암아 대단위인 본당이 자동적으로 활기를 띄게 된다.
중추기관인 본당이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식구들 의 집회가 잘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신자들의 가정동태를 살펴보면 열심한 가정에서 집회 한다는 것이 고작 묵주의 기도와 만과정도다.
그러나 이런 가정들도 성경한권 제대로 없고 복된 말씀을 음미할 기회가 적으니 영신적인 지식은 눈뜬장님과 비슷하다고하면 과언은 될지 몰라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평일미사 같은데도 나오지 못하는 신자라면 더구나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가정에서의 의무적인 집회일 것이다.
언젠가 가톨릭시보를 보니까 미국의 어떤 신부님이 일일이 본당에 나오지 못하는 신자들을 생각하여 가정마다 직접 다니시며 미사를 드린다고 하였는데 참 훌륭한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사제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신부님이 가정의 사목을 위해 가정마다 찾아다니시며 미사를 드려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사가 아니라도 공소의 축일 같은 것도 있고 가정에서 가족들끼리도 하느님께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즉 사제를 모시지 않은 곳에서 가족들끼리도 얼마든지 제사에 준하는 예배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모든 신자들이 적어도 하루 한번 정도는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을가? 가정에서 신자들이 직접 집회를 함으로써 교회에 대한 참여의식을 고취시키고 신앙생활을 촉진시키는 밑바탕이 되리라고 보며 또한 자녀교육에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허나 문제점이 있다. 아무리 지금은 성경을 자유로이 볼 수 있다지만 해설같은 것은 자기 나름대로 할 수 없고 가난한 사람이 많은 한국교회에서 여러 권의 성경책을 다 사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또 예배에 필요한 수단과 절차와 방식을 모르니까 이것의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이 체계를 갖추기 위해 가정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책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 예배서는 교회당국에서 연구하여 모두가 다 알 수 있게 쉽게 엮어서 싸게 보급하여야 빈부의 차이가 없이 전신자 가정들이 다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니 적어도 매일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으로 1년분의 것은 되어야 한다.
주일의 날자가 항상 뀌니까 주일은 성당에서 예배를 본다해도 다음해 그날은 평일이니 평일용으로 꾸며져야 된다. 가정이라도 예배를 드린다고 하면 어디까지나 첫째로 기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이 기도는 주모경이나 공식기도문 보다는 그 절기에 그날에 그 예배내용에 적중한 기도라야 기도의 참뜻을 살린다. 그러니까 기도는 갖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기도라야 할 것이며, 둘째는 성경말씀이 있어야겠다.
이성경도 때와 절기에 맞은 것으로 신구약을 가리지 말고 가장 적합한 구절을 인용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셋째로는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의 해설이 필요하다. 즉 교리를 포함한 강론(설교)과 같은 식의 간단한 설명이 반드시 있어야겠다. 신자들이 각각 자의로 풀이했다가는 난맥상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배시간은 15분정도 걸리도록 하는 것이 가장 알맞은 시간일 것이다.
현대는 「미니」시대요, 초 「스피-드」시대라고 부르짖고들 있는 만큼 우리신자들이라고 해서 별로 색다른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진댄 현대사조에 동화되기가 정한 이치다.
예배시간이 길어지면 예배의 근본정신이 흐려질 것이다. 그리고 가정예배서에다 묵주의 기도와 조만과를 함께 포함시켜도 책장이 별로 더 많아지지 않는다면 함께 꾸며도 괜찮을 것이다.
이렇게 가정에서 가족예배를 봄으로써 개인성화나 가족들의 화목이나 나아가 교회와 사회에 많은 발전과 도움을 주고 영신적 구원을 열렬히 추구케하며 완전한 책임감을 갖게 할 것이다.
영성체를 하고 신부님의 강복을 받는 사제가 직접 드리는 미사성제에만 「제사지낸 기분」이 든다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의 가정에는 성삼께서 떠나 버리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느님은 꼭 성당 안에만 계시는 것이 아나라 어디서나 언제나 항상 계시니까 구태여 성당이 아니라고 예배를 드릴 수 없다고 느껴서는 안된다.
李光伯(경북 상주군 상주읍 무양동 247번지)